한 겨울로 계절이 바뀌니 나무들도 옷을 갈아입어 곱게 피었던 구절초나 화사한 수국들 잎새는 앙상한 가지들로 변하여 쓸쓸한데 동백꽃만이 붉게 피어나 알알이 뽐내는 이 자연의 모습들이 참 경이로워 향촌에 파묻혀 조용히 살아갈망정 남부끄럽지 않은 노년의 민초(民草)가 자산(資産)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오늘날 세상사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악취만이 가득한 쓰레기더미에 선 것처럼 함께 휩쓸려 살아가야 하는 인생살이가 참으로 고단하기만 합니다.
2016년 한해를 마지막 넘기면서 어지러운 나라의 현실을 걱정해보며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요? 세상에 감추어진 비밀이란 없다하여 <비밀, 비선, 비책>이 언젠가는 밝혀지기에 멀리하라던 말이 기억되네요. 하늘의 비밀이 새어나간다 해서 천기누설(天氣漏泄)이라 말하듯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하여 죽을 때까지 숨기고 떠날 것이라 해도 언젠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우연한 날 누설되어 열리게 되는 것이 세상사 이치입니다.
중국의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다음의 이야기가 있는데 후한의 <양린>이란 자가 군수에게 아주 귀한 뇌물을 바치며 관직 하나만 달라고 부탁하자 청렴한 군수가 말하기를 천지지지아지자지(天知地知我知子知)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 사실인데 어찌 아무도 모르겠느냐” 하고 뇌물을 물리치며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있듯 자본주의 세상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뇌물의 비밀이 천정부지로 만연되어 <박근혜> 대통령에까지 연결고리가 돼 탄핵으로 몰려 <최 순실>의 국정농단의 비밀이 밝혀지기까지 여기에 연루된 정계, 재계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로 전설 같은 고려 마지막 공민왕 당시 국정을 농단한 <신돈>이란 자는 요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를 사승(邪僧)이라 불렀으니 그로 인한 천년 전통의 불교가 조선왕조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으로 결국, 신도 모두가 산 속으로 내쫓기고 말지 않았던가!
<신돈>이란 자는 결국 왕도정치를 어지럽힌 미꾸라지 같은 존재로 한낱 떠돌이 중의 신분으로 추방당해버려 그 농단 6년 만에 참살되고 말았지요.
그와 같이 이번 <최순실> 사건을 칼럼으로 쓴 강진 고을신문 <송하훈> 국장의 글 내용 중에 최순실이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빠뜨린 이유가 자식사랑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원숭이처럼 미운 자식의 얼굴도 어머니 눈에는 예쁘게 보인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귀여운 것만은 안다’라는 말 같이 <최순실>의 자식 사랑은 1등 자식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의 일류 대학을 움직였고, 대기업을 움직였으며, 대한민국의 정부와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까지 움직인 꼴이 되었으며 그리하여 나라가 온통 망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통탄을 금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던 글과 같이 특히,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도를 지나친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들마다 줄줄이 자식들 때문에 나라의 기강을 흔들어 놓은 전과자들로 더러운 오점을 남긴 실 예가 있는터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한 전 <김영삼> 대통령의 말이 생각납니다.
해상 왕 <장보고>도 자식사랑이 그에 못지않았다고 하는데 그는 천민으로 태어났지만, 중국으로 건너가 무령군 소장으로 오르는 등 출세 후 귀국해서는 신라에서 1만 군사를 지원받아 청해진 대사가 된 인물로 바다를 장악한 한 시대의 최고의 인물이었지만, 그의 딸 하나를 왕비로 만들려다가 <염장>이란 자객에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지요.
오늘날 <최순실>의 딸자식 하나가 대통령까지 권좌에서 끄집어 내린 장본인이 되고 말았으니 그 발단이 딸 <최유라>가 키우던 개 한 마리가 사태의 발단이 되었고, 2016년 대한민국 온 나라가 거센 삼각파도를 넘어가야하는 어려운 형국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필자가 이민 갔던 곳 피지(fiji)에서 2006년에 군사 쿠테타가 일어나자 수도 <수바> 상점들이 약탈당하고, 불에 타고 무법천지로 변해 교민들의 피해도 컸지만, 평소에 인심을 잃지 않은 부잣집이나 어려운 곳을 돌본 교민점포에는 그 동네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지켜줬는데, 이번 전경련이 대통령을 대신해 우리나라 재벌들에 앞장서 손 벌린 짓들은 재벌들이 내 놓은 액수만도 엄청나서 전경련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는 등 국민들의 원성이 높습니다.
시인 <김지하>씨의 말대로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와 육영수여사를 닮았다면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가리라 믿고 한 표씩 기꺼이 던져주었는데, 그러나 지난 4년을 집권해 오는 동안 일련의 국정운영 실력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면서 이제 한 여인의 농락에 국민 모두가 등을 돌렸고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 주변에는 쇠파리들이 왕왕거리며 들끓기 마련이지만 이번 <최순실>과 그 추종자들 때문에 청천벽력 같은 사실이 이 나라의 산천초목도 놀라게 했으며 그에 추종하는 대통령을 등에 업은 해바라기 족들이나 불나방들처럼 숨어서 하나같이 농락한 양두구륙(advertising)같은 자들이 거짓말로 발뺌하고 돌아서는 양심선언(良心宣言)의 청문회장을 보면서 그중에서도 비서실장이라는 자의 오리발은 참으로 정도를 넘어 구린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이 자들 중에는 주인을 언젠가는 다시 물어뜯는 늑대로 변해 악담할 자들도 있을 것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윤리의식 조차도 지니고 있지 않는 자들인지 의구심을 느꼈습니다. 또한, 이들 속에는 종북 좌파들이 춤추듯 창궐해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혼란의 좋은 기회로 삼아 국정농단 하는 조직들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최순실> 그 일당들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저지른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비리들이 끝없이 밝혀지고 있는 작금에 차후 대통령에 당선될 분의 책무가 막중하겠지요. 참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권력들의 실세를 보며 한 시대의 새옹지마(blessing in disguise) 같은 권력의 무상함과 탐욕의 헛됨을 깨닫게 되는 현실을 통탄해보며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 서민들의 아픔을 감내하기가 여간 어려운 기적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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