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그릇만큼 회사가 성장한다.” 김재철은 리더의 능력과 열의에 따라 회사가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선장이 어획고를 거두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과 같다. 특히 사장의 능력과 열의는 회사 성장의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사장에게는 일반적인 리더들과 다른 특별함이 요구된다. 그는 사장(넓게는 최고 리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성공하는 사장의 7가지 조건을 살펴봄으로써 사장(CEO)에 대한 그의 관점과 역할을 이해할 수 있다.
성공하는 사장의 7가지 조건
첫째, 사장은 상황이나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대외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것이 모두 포함되며 무엇보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이 어디쯤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상황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항상 체크해야 한다.
사장은 어선을 이끄는 선장 같은 존재이다. 뛰어난 선장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배가 전진하면서 현재 위치는 계속 바뀐다. 사장과 선장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업의 본질에 대한 부분이다. 선장이란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고기를 많이 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장이란? 물론 최고의 성과를 내는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확장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것은 사장이 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엉뚱한 곳에 뛰어들어서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 오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업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사장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눈에 보이는 것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해야 정확하게 업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경영은 밸런스다”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전부가 아니다. 서로 모순되거나 상반되는 것을 한 바구니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사장은 두 가지 사이에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사장은 관리나 조율에 능숙해야 한다. 김재철은 관리 대상을 “모집, 배분, 교육, 평가, 재배치, 그리고 보상”으로 정의한 바 있다. 사장은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해서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리에 누가 적임자일까?”를 항상 파악하고 궁리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할 곳에 배분하는 것이 바로 경영의 핵심이자 사장의 임무이다. 다음으로 임직원을 교육하는 일에 열의를 가져야 하고 경영 일반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특히 사장은 현장과 사무, 기획을 두루 알아야 한다. 인사와 재무 분야에서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장은 경영 일반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그의 조언은 한 가지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어느 유능한 경영자가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대형사고를 맞았다. 사태를 수습한 다음에 그는 사업의 특정 부분을 잘 모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고백한 적이 있다. “보안에 아낌없이 투자했고 수시로 보안 관련 보고를 받았지만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몰랐습니다. CEO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라면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 분야는 내가 잘 알지 않아도 되는 분야이고 담당 임원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에서 사고가 터지게 된다.
셋째, 보상하고 평가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 사람을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상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신상필벌이 명확해야 조직에 기강이 서고 제대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좋은 조직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해야 사람을 키울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 “인사에서 사(私)가 개입되지 않으면 된다”라는 짧고 단호한 해답을 김재철은 제시한다. 사적인 욕심이 눈을 가리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상을 주어야 할지 또 누구에게 벌을 주어야 할지를 분간하는 일은 쉽다.
한편 사람을 키우는 일은 CEO의 매우 중요한 미션이다. 사람을 키우는 방법은 권한 위임을 통해서 가능하다.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겨보는 일도 도움이 된다. 어느 조직이나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나이 든 세대들은 자기 경험이나 자기 중심으로 볼 가능성이 많아 젊은 세대의 장점보다 단점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김재철은 CEO나 임원이나 차장, 부장이 젊은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지 명확한 지침을 제시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대단히 우수해요. 그들의 잠재력을 믿고 키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권한 위임을 통해 부하 직원의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주 ‘자에가 한번 해보면 어때’라며 과제를 던지기 바랍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을 키우듯이 직원들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가르치고 대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장의 솔선수범은 부하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사장을 따르도록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피하지 말고 맞설 줄 알아야 한다. 경영에서는 현안 과제들이 다른 모습을 하고 파도처럼 계속 밀려온다. 외면하거나 피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체를 즐기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쉬운 길을 통해서 성장할 수는 없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철은 사장들에게 자신감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나에게 맡겨주면 무엇이든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함양해야 한다.”
또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구한다면 정답은 선장 리더십에 있다고 말한다. 대양에서 폭풍우를 만났을 때 현명한 선장들은 두려움을 잠재우고 파도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돌파를 시도한다. 선장이 두려움에 압도되어 꽁무니를 빼려는 순간 사고가 터지게 된다.
“태풍을 만났을 때 선장이 파도를 피하여 들거나 우회를 하게 되면 배가 뒤집히고 맙니다. 두려움이 엄습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생이든 사업이든 매사가 그렇습니다.”
다섯째, 자기 분야는 물로 전반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안목과 시야를 연마해야 한다. 사장은 미래를 전망하고 현재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사장이 회사를 어디로 끌고 가야 할지 확고한 방향과 목표가 서 있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지런히 공부해야 하고 앞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김재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넓게 그리고 더 멀리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을 잘 보고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변화는 마음에 가장 큰 두려움을 준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직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야 한다. 직원들의 능력은 사장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달려 있다. 그래서 회사는 사장의 그릇보다 더 크지 못한다는 말은 진리다. 늘 자신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자신마의 학습방법을 찾아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재철은 두 가지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첫째, 모든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기 때문에 사장은 현장에서 집요하게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둘째, 현안 과제와 미래 준비를 두고 계속 고민하면 해결책이 나오게 되어 있다. ‘선장이 고민한 만큼 어획량이 달라진다’는 말은 선장뿐만 아니라 사장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곱째, 모든 결과에 대해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사장은 말만 그럴듯하게 잘하는 사람이어선 안 된다. 계획부터 집행까지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 헨리 트루먼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그의 행동 철학을 잘 표현한 명패를 만날 수 있다. 큼직한 집무실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일은 내가 책임을 진다)라는 명언이 새겨진 명패가 놓여 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룰 수 없는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앉은 사람, 바로 사장이며 그런 자세에서 추진력이 나온다.
모든 노력의 결과는 성과라는 숫자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장은 숫자에 책임을 져야 하게에 그 직책은 무겁고 힘들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재철은 “사장은 더 알아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고, 더 희생해야 한다”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이런 CEO라면 아랫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이 헌신하고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헨리 트루먼 대통령은 리더십의 진수를 한 문장으로 이렇게 표현했다. “리더십이란 남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그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그러나 리더십에 관한 한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는 않다. 리더의 능력에다 올바른 태도가 더해진다면 더 완벽한 리더십이 탄생할 것이다.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