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농사일도 바쁘지만 마을에는 대부분 고령어르신
챙겨주고 살펴주고... 신앙인으로서 책임 다하며 ‘보람’
군동면 동동마을 송하수(58) 이장은 요즘 150마지기 들판에 모를 심으며 비지땀을 흘리며 지낸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밀보리를 베어내고 어린모를 심어할 논에 불을 지피느라 이리저리 논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린모를 심기 위해 논에 불 지르기, 그러나 오늘따라 불이 잘 지피지 않는 들판이다. 오후부터 습도가 높아진 탓인지 좀처럼 보리짚이 타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뽁뽁뽁 마치 비닐포장지의 뽁뽁이를 하나하나 터치는 소리처럼 볏짚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기자가 뽁뽁이 소리 같다고 하자 송 이장은 “88월드컵 축구경기 때 ‘대한민국’하며 박수치던 소리”라고 했다. 그렇다 모두가 빨간색 티를 입고 다함께 응원의 박수를 치던 그때처럼 불을 지핀 들판으로 빨간불이 지나간 자리는 금새 까맣게 변해서 재가 되었다. 그것이 어린모를 튼튼하게 자라게 해서 가을 추수 때 더 많은 수확을 거두게 할 것이다.
동동마을은 뒤로는 비파산 줄기가 있고 남쪽을 향한 마을이다. 앞으로는 금사봉이 보이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송하수 이장은 평생 타지를 한 번도 나가보지 않고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왔다. 이유를 들어보니, 장손으로서 조부모님이 계셔서 떠나지 못한 것이 때를 놓치니 결국 고향지킴이가 된 것이란다. 조부모님의 식사와 농사일을 도우다 지금은 마을지킴이가 된 송이장. 송 이장은 7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다. 동네에서는 성실하고 봉사정신이 강한 송이장이 계속 이장을 해주기를 바란다. 인구 90명 정도 되는 이 마을에서 송 이장과 비슷한 또래는 3명이고 80%가 75세가 되었으니, 이장은 마을의 심부름꾼으로서 봉사정신 투절한 사람아니고선 견뎌내기 힘들다.
송 이장은 “이장일이라는 것이 전부 봉사지요. 거동도 불편한 분이 많으신데, 어르신들 앞으로 나온 것을 직접 갖다 주지 않으면 찾아가기도 힘들죠. 그래서 일일이 집으로 가져다주고, 도움이 되는 일은 뭐든지 솔선수범 해야지요”
그는 군동교회를 40년째 다니는 신도이고 책임장로이다. 교회살림할라 동네살림할라, 성실하고 꼼꼼한 그의 성품은 어디에서든지 칭찬받는 사람인데, 모든 일에 봉사라는 마음을 걸고 하기 때문이다.
송 이장은 언젠가 자신이 소 한 마리를 키우던 때 생각했던 일화를 전해줬다. “내가 소 한 마리를 키울 때, 다른 사람은 소밥을 포대로 부어주는 것을 보고 참 부럽더라고요. 나는 언제 저렇게 소를 많이 키워 사료를 포대로 막 부어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는 지금 소 30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포대로 사료를 부어줄 수 있는 꿈을 이룬 것이다.
150마지기 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이앙기, 콤바인, 트렉터, 건조기 등 모든 기계는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농사일도 바쁘기 때문에 농기계 수입은 별도로 하지 못하고, 순수 자신의 논농사와 축산업으로 연봉 오천정도의 수익을 올리니, 부지런한 농부이다. 고향에만 살다보니 현재 맡고 있는 총무만도 10개가 되는 송 이장은 “믿고 맡겨주니까 기분은 좋지만, 일을 점점 줄이고 싶다”며 “늘 어디서든지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할 뿐이다”고 웃는다.
중국동포인 아내는 동동마을에 온지 21년째로 요양사일을 하며 가정방문서비스를 하고 있는 부지런한 부부로 통한다. 동동마을은 송하수 이장이 적극적으로 일을 해내 올해 가뭄에도 크게 지장이 없는 마을이다. 배수관로 810미터로 어상포물을 마을 천수답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에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으니 복 받은 마을이다.
송 이장은 “우리마을 사람들은 준하고 이해심이 깊고 배려심이 많아서 싸움이 없는 마을이다”며 “교회 신앙인으로서 마을이장으로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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