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소처럼 우직하게” 부지런한 소띠부부
신전면 신흥마을
정순식(49) 김연우(49)부부
정순식씨는 주변에서 털보라고 불린다. 귀밑에서 턱까지 이어 기른 덥수룩한 구레나룻이 언젠가 서부영화에서 보았던 멜빵바지 털보아저씨를 연상케 했다. 그런 털보아저씨와 언덕위에 그림 같은 2층집을 짓고 사는 여인 또한 일찍부터 문학소녀였다는데······정씨부부는 신흥마을에 인접해있는 두륜중학교에서 알게 되어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학교1학년 때 연우씨가 광주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둘은 편지를 주고받게 되었고, 순식씨가 광주 조대부고를 진학했으나 연우씨는 경기도에 있는 여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펜팔로 소식을 나누었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연우씨가 5장, 6장씩 되는 긴 편지를 써왔다면 순식씨는 겨우 2장을 채워 보내는 정도였지만, 어쨌거나 일찍부터 이성에 눈을 뜨면서 공부를 소홀히 했던 탓일까 순식씨는 공군사관학교 정밀신체검사에서 떨어졌고 향토장학금까지 받았던 연우씨도 대학에 떨어져 둘은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해군 하사관으로 5년간 복무를 마친 순식씨는 600만원을 들고 27세에 잠시 귀농을 했었다. “원래 농촌생활을 좋아했어요. 항상 시골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떠나질 않았기에 내려왔었는데 모든 여건이 맞지 않았어요.” 일찌감치 시골에서 살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다시 광주로 올라와 수퍼를 잠시하다가 주위의 좋은 인연으로 당구장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아보였다며 자신의 가게를 선뜻 해보라고 내주신 분이 계셨어요. 돈은 벌어서 갚으라고 했지요.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둘이서 밤낮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둘 다 항상 누렇게 떠 있었지요.” 그러나 순식씨는 농촌에서 살고 싶은 생각에 “한우사육과 번식”이라는 책을 사서 늘 읽었다. 어려서부터 온갖 짐승을 유난히 좋아했기에 자꾸만 소를 키우고 싶은 쪽으로 마음이 쏠렸고 결국 아내에게 고향에 내려가서 소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96년 7월에 내려와 혼자 내려온 순식씨는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하면서 오로지 소를 키워 성공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97년 IMF가 닥치면서 힘들게 키운 어미소를 180만원에 팔아야 하는 아픔을 겪었으나 낙심하지 않고 송아지를 사서 꾸준히 기른 결과 오히려 좋은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정씨부부는 현재 소 90두와 벼농사 14,000평, 밭농사 6,000평을 짓고 있으며 별도로 500평의 축사를 신축중이다. 농번기, 농한기가 따로 없이 일하기 때문에 소득도 만만치 않게 올리면서 3년 전에 2층집도 지었다. “좋은 집 지어 편하게 살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 아내에게서 처음 들었습니다.”부지런한 남편과 부지런한 아내 순식씨와 연우씨는 둘다 소띠이다. 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정씨부부는 “농촌에서는 남보다 일찍 일어나고 남보다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것이 바로 소득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대충 되겠지하는 농업은 절대 손해만 가져오기에 지금도 한우에 대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견학도 많이 하여 과학적인 방법으로 전국 최고 고급육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찍 귀농하여 성공한 정씨부부의 2남중 28세 된 장남 또한 서울에서 한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정순식씨는 강진축협대의원, 한우협회이사 등을 맡아 적극적인 활동도 하고 있으며 김연우씨는 신흥마을 부녀회장이며 모란촌문학동인회원이기도 하다.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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