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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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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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

정일근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고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고 하자

바다는 떼 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 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속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약이 되고 맛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가을에는 사람의 몸속에서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슬픔 있으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 있는 속살로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벌겋게 전어를 굽자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

 

정일근의 시를 읽으면 절로 가을 전어가 먹고 싶어진다.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가 아니라 아예 마리째 먹는 사람도 있다. 머리부터 우적우적 씹는 말은 먹는 사람만이 느끼는 통쾌함, 야성의 무엇을 느낄 것이다.

전어를 잘게 잘게 썬 것은 마치 짧은 국수 가락 건져 올리듯 먹는 맛이 있다. 씹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금방 녹아버리는 게 잘게 썬 전어이다. 그러므로 굵게 썬 것은 그것대로 맛이 있고, 국수 가락처럼 잘게 썬 것 또한 그것대로 맛이 있다.

전어는 회로도 먹지만 전어회를 양념과 버물려 먹는 맛도 특이하다. 무침을 먹다가 밥과 비벼먹어도 그 맛은 꿀맛이다. 회로도 먹고 무침으로도 먹지만 구이로도 먹는 것이 전어이다. 또 다른 별미가 전어 구이다. 그러므로 전어는 먹는 방법이 세 가지이다. 어떤 방법으로 먹든 전어는 깨를 머리에 한 됫박이나 이고 있기 때문에 가을의 제철 음식인 것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를 칼집을 내어 구우면 고소한 냄새와 함께 코를 자극하는데, 오죽했으면 집 나가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말이 생겼을까. 며느리는 집을 나가긴 했지만 그 생활이 오죽 고달팠을까. 누구나 내 집을 나가면 삼시세끼 해결하는 것과 편안한 잠자리가 쉽고 편할 리가 없다. 친정에 간다 해도 출가외인이 찾아온다는 것은 하루 이틀이지 눈칫밥을 먹기 마련이다. 그러니 자신이 시집가서 살던 집에서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데 어찌 돌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전어의 맛을 알리는 말에는 이 정도는 부족할 지경이다. ‘가을 전어는 며느리를 친정집에 보내놓고 문 걸어 잠근 뒤에 혼자 먹는다는 말이 있다. 마음보치고는 고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말이 생길 정도로 전어를 찬양하고 있을까. 전어 한 마리면 햅쌀밥 열 그릇을 죽인다는 말도 있다. 어떻게 전어 한 마리를 가지고 햅쌉밥 열 그릇을 먹을 수 있겠는가마는 전어의 맛이 어떤 고기에 비해 최고임을 나타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에도 전어가 기록되어 있다. ‘체고(体高)는 약간 검푸른색이며 큰 것은 한 자 정도나 한다. 흑산도 근해에서 간혹 나타나며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그러나 맛에 관한 한 육지에 가까운 것일수록 더욱 맛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량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전어야말로 <자산어보>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전어보다도 맛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 강진의 전어야말로 최고라는 얘기이다.

구운 전어에 관한 보고서

전서린 시인은 <구운 전어에 관한 보고서>란 시를 통해 이렇게 노래했다.

푸른 껍질은 방향을 달리하지 못해 낮과 밤을 유영하던 비늘 사이 숨긴 해 있었나. 석쇠 위로 올려져 흘리는 진액이 황금빛이다. 날렵하게 미끄러지는 모퉁이에는 부딪치지 않으려 내어준 길마다 수십 개의 가시가 뼈와 살을 엮고 있었나. 가시가 물고 있는 살점이 독이다. 젓가락 끝에 발린 생, 꿈결로 혀끝을 녹이는 한때 무릉도원을 유영하던 삶만 맨끝 느낌표다.

시집에 대한 제목이기도 한 <구운 전어에 관한 보고서>의 서평이 재밌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일정 부분 자라면서 먹었던 음식에 세뇌되어 있다고 한다. 그 맛이 몸속에 각인되어 추억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동심이라는 것을 갖게 하는데, 전서린의 시집은 그러한 사람의 추억을 전어의 생명력과 맛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거였다. 이는 우리가 사는 삶의 구석에 뼈로 스며들었던 맛과 살로 스며들은 맛. 그리고 살아가고자 몸부림치는 땀과 뒤엉켜 있다는 거였다.

전어가 지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 살 속의 깊은 바다의 흐름을 채워야 했고, 뼈와 뼈 사이 도톰한 살을 통해 사람의 입맛에 맛이라는 느낌을 전하며 그 맛에 새로운 느낌표를 열어놓고 있다는 거였다. 우리는 살며 어떤 삶의 맛을 보여주고 있었는가. 시인은 전어에게 살은 뼈의 독이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살을 먹으려는 사람의 입맛 때문일 것이라는 거였다. 또한 무릉도원을 유영하던 삶만 맨끝 느낌표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 가시만 남아 그 가시가 느낌표와 같다는 것이고, 살을 발라낸 그 속 내용이 느낌표였으므로 우리들 삶의 살을 발라내면 어떤 의문의 부호가 있는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거였다.

<구운 전어에 관한 보고서>는 이쯤 끝내고 좀 더 전어에 대해 알아본다.

전어를 먹기 위해 횟집을 찾으면 수족관에 몇 마리쯤은 죽은 전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전어의 성질이 어찌나 급하든지 잡히자마자 죽는 경우도 있고, 수족관 안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다. 그래서 전어를 파는 횟집에서는 죽이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몰려든 곳 가까운 곳에 전어를 양식한다는 것인데, 강진은 마량 앞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전어를 위판장에 팔거나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직접 전어를 잡는 횟집을 알면 굳이 자연산이 아니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구별하려면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자연산은 우산 입술이 흰색이고 꼬리가 노랗다. 상대적으로 양식은 입술이 붉고 꼬리는 검은색이다. 이쯤이면 누구나 쉽게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구별하기가 쉬울 것이다.

전어는 한자로 돈 전()자에 고기()라고 쓴다. 돈고기라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봄 여름, 그리고 겨울에는 전어를 찾는 사람이 없는데 유독 가을이면 전어를 찾는다. 평상시에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의 문턱에서 제철 음식으로 전어가 급부상하는데, 돈이 많고 적고를 따지지 않고 먹기 때문에 전어(錢魚)라는 명칭을 달게 되었을까.

아마도 전어에 영양가가 풍부하고 내장까지 버릴 것이 없는 물고기여서 그럴게 부르는 것일까. 사실 전어는 회로 먹을 때에도 뼈를 고스란히 먹을 수가 있다. 뼈와 함께 씹을 수 있는 물고기는 전어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머리부터 먹는 사람도 있고 보면 칼슘 하나는 끝내주게 얻을 수 있다. 젓으로도 먹는 것이 전어인데, 전어 새끼로 담는 젓은 연식젓이라고 하고 내장을 담아 젓으로 만든 것은 전어 속젓이라고 하는데, 유독 전어의 위를 모아서 담은 젓은 밤젓이라고 한다.

오늘 당장 횟집에 들려 <전어 코스>, , 회로도 먹고 무침으로도 먹고 구어서 먹는 전어코스로 소주 한잔 걸쳐봄이 어떨까 싶다. 분명 가을 바다를 들이마시는 기분이 날 게 틀림없을 것이다.

<글: 송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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