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음양화이후우택강(陰陽和而後雨澤降)이란 말은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음양 두 기(氣)가 조화하여 비를 내린다는 뜻으로 부부가 화합했을 때 비로소 집안이 번창한다는 비유다. 강진고을신문에서는 밝은 사회는 행복한 가정에서 기초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좋은 부부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마량면 마량리 서중마을
강충원(47), 최태순(47)부부
강충원, 최태순 부부는 아름다운 다도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 마량면 서중마을 언덕배기에서 살고 있다. 앞 바다에 그림처럼 떠있는 두개의 작은 섬이 바로 가막섬이다. 가막섬은 후박나무가 울창한 섬으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72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주변 갯벌은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삶의 현장이다.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풍광, 이곳이 바로 항구요, 갯벌이다.. 충원씨는 스무 살에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생활도 했고 원양어선도 탔다. 바다인근에서 태어나서인지 충원씨에게 바다는 언제나 삶의 근원이 되어왔다.
8년이라는 긴 세월 원양어선을 탄 후 부산에 정착해서 건설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94년 충주 건설현장에 파견되어 있을 때 지금의 아내 태순씨를 만나게 되었다. 충원씨와 태순씨의 인연은 같은 빌라에서 거주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서로 문 열면 마주치는 빌라에서 우연히도 잘도 마주쳤다. 그러나 우연일까 필연일까 충원씨가 점심때면 가는 음식점에 태순씨가 자주 보였다. 그렇게 서로 눈인사만 나누고 지내다가 늦은 저녁 빌라 복도에서 마주쳤다.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두 남녀는 그때부터 서로의 마음속에 그리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성숙한 두 남녀의 그리움은 금방 사랑의 불씨를 당겼고 건너편에 살던 두 사람은 왕래하기 시작했다. 둘은 동거를 시작했고 충원씨가 다시 부산으로 가게 되어 태순씨도 함께 부산으로 따라갔다. 충원씨는 부산에서 건설회사 이사로 재직하면서 한때는 큰돈도 만져봤지만 곧바로 시련이 닥쳤다. 97년 IMF 때문이다, 건설회사가 수도 없이 부도를 내고 도산하기 시작 했다. 충원씨와 태순씨가 마량 서중마을에 돌아올 때는 희망이 없는 빈털터리 신세였다. 충원씨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고향 마량뿐이었다.
고향에는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김양식을 하는 친구 김용관(47)의 양식장에서 일을 했다. 친구는 충원씨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다. 결국 충원씨는 친구의 덕으로 김양식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조금씩 삶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충원씨와 태순씨는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새벽이고 밤이고 마다않고 일을 했다. 낚지도 잡고 개불도 잡고, 바다는 부지런히 일하는 만큼 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잠시도 게으름을 피우면 금방 표가 나는 일이 바다일이다. 그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충원씨와 태순씨는 생활이 점점 나아져 결혼식도 올렸고 영어자금을 받아 자신들의 배도 샀다. 그러나 슬픔은 다른데서 왔다. 아이가 유산된 것이다. 늦은 나이에 처음 생긴 아이였는데 태순씨가 배위에서 일을 하다 그만 유산이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인공수정 시도도 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아이는 포기하고 둘이서만 살기로 약속했다.
부부는 지금도 때가 맞으면 새벽이고 밤이고 낚지와 개불 등 해산물을 생산한다. 충원씨는 이른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얼굴피부가 까맣게 변했다. 그러나 노력한 만큼 넉넉한 살림을 이루어냈다. 연간 김양식에서 6,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며 900평의 농사, 800여 평 대지 350평 건물 축사에는 여러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충원씨는 말한다. “얼굴보니까 참 참하게 보였어요.” 또 태순씨는 말한다. “인정 많고 다정다감하고 잘 챙겨주는 사람이었어요, 아님 내가 말 잘듣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말다툼한번 한적 없다는 충원씨 태순씨 부부.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량앞바다처럼 평화로운 모습이다. 충원시 태순씨 부부는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광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배기에서 늙으신 노모와 정신지체장애인 큰 형님을 모시며 다복하게 살고 있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