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 기자의 시선 '여행을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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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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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기자의 시선 '여행을 떠나요'

네 남자와 여행을 했다. 제주도 12, 짧은 주말여행이다.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었다. 긴 연휴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시샘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도 여행을 떠나보자.

다가오는 10월 첫 주 10일이라는 긴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려온다. 이럴 때 그동안의 일상을 접고 또는 내려놓고 어디론가 핑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 긴 추석 연휴에 커피숍은 풀가동해야 하고, 시댁식구들과 친정식구들은 이 기회에 나들이 오겠다고 하니, 나는 오히려 손님맞이 대청소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애들아 우리도 여행을 가자, 미리 힐링을 충전하고 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내 몸속의 바데리가 모두 방전 되겠다. 그러나 내겐 쉴 그런 운이 없으니, 그렇다면 운이란 것도 스스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미리 우리만의 힐링의 시간을 갖고 좋은 운을 불러오자꾸나.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여행을 한지도 오래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어른들 계획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되었지만, 언제부턴가 가족모두 함께 여행을 가는 일이 쉽지는 않게 되었다. 올해 막내가 고3이니, 큰애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가족전체가 함께 여행을 간 추억이 없고, 그러니 가족사진도 점점 없어졌다. 이젠 일부러 사진관에 가서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고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둘 사진을 찍어야 하는 때란 말인가. 아니다. 여행을 떠나자. 추억이 남는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가자.

완도에서 배로 1시간 50분 정도면 제주도에 도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은 아닌듯하다. 제주도는 섬이기에 배나 비행기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내겐 좀 먼 곳이었다. 그런 곳을 아들은 1년에 열 번쯤은 다녀왔다고 하니, 오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에서의 사랑에 대한 표현 <사랑이란 먼 곳의 세계를 이 세계로 가져오는 유일한 길>이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남편과 아들 셋 나, 이렇게 다섯 사람이 제주도라는 곳을 여행을 한다. 푸르른 가을하늘처럼 맑은 옥빛 바다, 어느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를 밟으며 우리는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바닷가로 뛰어갔다. 다섯 사람이 여행을 하지만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말이다.

남편과 나는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왔었다. 이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멋지게 입어본 양복차림의 남자, 처음으로 곱게 맞춰 입은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자는 바닷가에서 포즈를 취했었지. 그 사진이 지금도 집에 있잖아. 우리 그대로 한번 포즈를 취해볼까. 최근 지인이 보내준 카톡의 문자가 생각났다. <하늘이 아름다운 건 별이 있기 때문이요. 땅이 아름다운 건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사랑이 있기 때문이요. 삶이 아름다운 건 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지금 무엇이 있는가. 그 모든 것을 다 가진 순간이다.

우리는 다섯이 자동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돌았다. 큰 아이는 고등학생 때 왔었던 제주도 자전거 일주가 생각났는지, “이 길을 자전거로 갔었는데, 지금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네자전거로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다쳤던 그때, 조금 조심했어야 했는데 욕심내며 페달을 밟아 꽈당 했던 순간, 다가와 위로의 말을 해준 여자애가 있었단다. 아들은 지금 그 애는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겠지.

오설록에는 예전에 왔던 때처럼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녹차밭은 강진이 더 아름다운데 말이야. 우리는 오설록 전망대에 올라가 녹차밭을 바라보며 강진의 월출산 아래 녹차밭을 이야기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을 강진 녹차밭으로 오게 할 수는 없을까. 저 평지에 있는 녹차밭보다 강진 녹차밭이 훨씬 아름다운 곳인데, 우리의 머릿속엔 강진 녹차밭이 펼쳐지고 있는 걸 어떡하리. 불티나게 팔리는 녹차음료와 케이크, 안 먹고 갈 수는 없는 관광지의 먹거리가 또 하나 우리의 추억이기도 하다.

여행에서의 추억은 먹거리가 크게 차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은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재래시장에서 사먹은 즉석음식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하는 국수가게에서 맛있게 먹었던 친절한 보말국수, 한림읍에 있는 협재 해수욕장 부근 식당에서 먹은 돈가스도 추억이다. 또 협재 해수욕장 바닷가에 쌓아놓은 돌탑들, 누군가가 어떤 행운을 기다리며 돌 하나하나를 조심조심 올렸을 것이다. 아들도 예전에 그 돌탑을 여자 친구와 쌓았다나. 그러나 헤어졌으니, 그 돌탑은 아마도 벌써 무너졌을 거라고 놀려댔다. 다른 사람이 쌓은 돌을 옮겨서 내 돌탑을 쌓으면, 그 사람의 행운이 사라지는 것인가. 아니면 내 것이 되는 것인가. 누군가가 네가 올린 돌을 가져다 다른 탑을 쌓았을 거야. 우리는 이별의 아픔을 겪은 아들을 놀려댔다. 그때 어린아이 둘이 장난을 치다가 와그르르 몇 개의 돌탑이 무너지고 마는 것 아닌가. 아이고, 또 하나의 청춘남녀의 사랑이 깨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한바탕 웃어대며, 또 하나의 돌탑을 바닷가에 쌓아놓고 왔다.

여행은 대화다. 어떤 것을 함께 바라보고, 함께 먹고, 함께 하는 그 순간들을 통해 한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고, 그 한 사람은 또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래서 나의 제주도 푸른밤은 우리가족이 올라가 보았던 희망의 숲과 또 아름다운 사진들을 남길 수 있는 유리의 성처럼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더 크게 느끼게 하는 것, 여행은 나를 돌아보는 기회다. 201710월 초 10일간의 긴 추석연휴, 갖지 못해도 이제는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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