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23회)
군동면 파산리 신리마을
“이장일이 별거 있나요 어르신들 잘 모셔야지요”
김영환 이장(54)
영포삼거리에서 금곡사 방향으로 200미터를 가면 호동마을이다. 호동마을에서 우측으로 진입하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신리마을이 나온다. 우두봉과 비파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금곡마을을 거쳐 파산천을 이루고 이 파산천이 마을의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경지정리가 된 넓은 들이 펼쳐져 있는데 매우 기름진 평야지대라고 할 수 있다. 강진읍과 가까워 그 옛날 나뭇짐을 한짐 씩 이고 팔러 다니던 아낙네들의 발걸음이 흔히 보일법하다. 김이장은 2005년부터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 37가호에 65명의 인구로 그리 많지 않은 호구수이다. 그러나 강진읍과 가까워서 인지 다른 지역보다도 40대 50대 층도 적지 않으며 60대이상은 60%를 이룬다. 주업은 벼농사 위주이나 50마지기 정도씩의 소농이 많고 축산업을 하는 가호도 10호가 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과거에는 빈촌이었다고 한다. 먹고사는 일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마을 조건은 경로효친사상이 투철한 마을로서의 전통을 잘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기름진 평야에서 미맥과 한우를 생산하면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마을로 날로 향상되고 있다. 해주오씨가 마을의 터를 잡아서 인지 현재도 15가호정도가 해주오씨이며 제각도 있다. 마을회관 앞에 있는 오래된 사장나무와 우산각은 지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쉬었다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사방이 시원스럽게 트여 발길을 잡을 만하다. 군나무로 지정된 팽나무는 수령이 320여년이나 되었다. 높이는 13미터이고나무 둘레가 3.5미터이며 마을사람들은 정월 대보름에 이곳에서 당산제를 모시고 있다. 마을 자라 바웃등에 자라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여 ‘자라바우’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자라머리가 금곡마을 쪽으로 향한 형상이어서 금곡에서는 자손이 귀하고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금곡사람이 자라바위의 목 부분을 잘라버렸는데 그 후 신리마을에서는 신발이 서서 울고 다니는 기이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신리사람이 자라바위의 목이 잘린 일 때문이라 생각하고 다시 목 부분을 찾아 붙여주었는데 그 이후로는 신발이 서서 울고 다니는 일이 없어졌다고 전한다. 이 바위는 마을 동편 훗동에 있는데 옛날부터 정월 대보름에 주민들이 촛불을 켜놓고 소원을 빌곤 했었다고 한다. 김이장은 “마을 일을 하다보면 의견이 안 맞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것만 생각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겠지요. 무엇보다도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심부름꾼이다 생각하고 일합니다.” 회관에 모인 마을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이이장을 칭찬한다. 그러나 이이장은 “이장일이 별거 있나요. 마을 어르신들이 늘 어떻게 지내는지 돌아보고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심부름도 해주고 건강문제나 음식문제 등에 신경 쓰는 것뿐이지요.” 신리마을 회관은 참 깨끗하다. 그만큼 김이장의 부지런한 면모가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부에는 커다란 TV가 벽에 걸려있고 커다란 냉장고 등 여러 전자제품에는 (오종수 증)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 마을을 떠난지 43년 정도 되셨다고 합니다. 부산에서 식당업을 하신다는데 보시다시피 많은 기증을 해주셨습니다. 2007년에는 장학기금으로 100만원을 내고, 2008년에는 마을에 시제를 모시러 오셨다가 300만원을 주셔서 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여수 오동도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있는 한골샘물은 옛날부터 약수정이라고 불려왔다. 지금부터 120여년전 큰 흉년을 당했을 때 모두들 이 샘의 물을 마시고 허기를 면했다고도 한다. 마을조직은 개발위원장(오종64), 새마을지도자(오팔만54), 노인회장(김태수74), 부녀회장(권현심57)이며, 설날 안날 합동세배를 해오고 있다. 이이장은 신리마을에서 소 몇 마리와 벼농사를 하고 있다면서 “항상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고생하고 사셨는데 잘 모셔야지요. 또 타지에 있는 어르신들 자제분들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격려해주고 무엇이든지 도움을 주려고 하시기 때문에 힘이 됩니다.”라고 말한다. 신리마을에는 뒤가 논이기 때문에 지하수를 먹고 있다고 한다. 간이 상수도가 들어 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조용히 덧붙였다. 이이장은 김형순(53)씨와 2남을 두고 있다.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