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창부수
작천면 이남리 하남마을
서영일(55) 백숙이(53)
“부부 힘모아 땅일구며 사는 재미”
서영일 백숙이씨 부부는 화목보일러에 쓸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쌓아올리고 있었다.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도 손수 감나무를 잘라 난방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 영덕이 친정인 백숙이씨는 부산에서 살던 중 중매로 영일씨를 만나 강진아낙이 되었다. 영일씨 또한 70년대 3년 정도를 부산에서 생활한 적이 있지만 서로 전혀 알지 못하는 시절이었을 뿐이다. 20대에 해군을 지원하려던 영일씨는 뜻밖의 불행을 겪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오더니 늑막염이라는 병명을 받았다. 늑막염이라던 병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복막염으로 전이되었고 드디어는 강진의료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옆구리 쪽으로 알 수 없는 통증이 계속되어 괜찮다는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으나 특별한 병명은 없었다. 결국 척추에까지 결핵균이 퍼졌다고 해서 배를 가로지르는 큰 수술을 다시 받았다. 1년 뒤 의사는 완전히 나았다며 무리한 일은 하지 말라는 말로 치료를 끝냈다. 그러나 동네에서는 이제 남자구실도 못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혼사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국제결혼을 신청하라고도 했고 위장결혼 제의까지도 들어왔다.
그러나 셋째 형님과 살던 영일씨는 결혼을 한다 해도 갖추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국제결혼도 자신이 없었다. 영일씨와 숙이씨는 각각 44살 42살에 결혼했다. 숙이씨는 영덕 산골태생으로 항시 시골서 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강진에서 간혹 감을 싣고 오던 언니로부터 결혼제의를 받고 곧장 장흥까지 와서 선을 보았다. 오로지 사람하나 중요하면 싶은 마음이었다. 중매한 언니가 처음부터 붕알 2쪽 밖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2년 정도를 동네 구판장에서 일하다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어차피 농촌에서 살려면 농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숙이씨다. 영일씨 부부는 한 해 고추농사로 큰 힘을 얻었다. 물론 가을이면 손마디가 없어질 정도로 일을 한다. 그만큼 농사도 잘되어 탄저병 한번 안 걸리고 잘되어 논 여섯 방구와 감나무 밭을 사들이고 이앙기 콤바인 트렉터 경운기 관리기 등 기계도 모두 갖추었다. 논 열 방구 살 때까지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구두하나 사신지 말자는 각오를 한 결과 6년 만에 성과가 나타났다. “돈 된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했어요. 언어가 안통해서 많이 울었어요.
지금도 못 알아듣는 말도 있지요. 일을 모르니까 동네 엄마들에게 물어서 배워가면서 같이 했습니다. 열심히 살다보니 끝이 있고, 자꾸 좋은 일이 생겨요.”라고 숙이씨는 말했다. 사치라고는 신부화장이후 해본 적이 없다는 숙이씨다. 영일씨는 “몸이 무리한성 싶으면 일을 안 합니다. 둘이 자주 하는 말이지만 10년 정도만 일찍 만났으면·······일이 무리다 싶으면 아내가 늘 걱정해요.” 고추농사와 보리로 성공을 했다는 영일씨 부부는 보물1호라며 두둑한 여러 장부를 꺼낸다. 거기에는 직거래를 하고 있는 도시 사람들의 연락처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고춧가루, 콩, 된장, 고추장, 마늘, 메주, 양파즙, 현미쌀, 찹쌀, 일반쌀, 보리쌀 감 등 직거래하는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쌀은 찹쌀을 섞으니 엄청 잘나간다고 한다. 보리쌀은 건강보리쌀이라는 상호로 4kg 포장되어 판매된다. 건강보리쌀은 밥을 해도 노란색으로 인기상품이다. 직거래는 절대 신뢰감이 중요하므로 상품의 질이 조금 좋지 않을 때는 정직하게 말해준다. 신뢰도는 말로 전해져 고객이 자꾸 늘어났다.
그러한 신뢰도는 다른 주문까지도 받게 되었고 지난해에는 소 꼬리뼈도 30개나 팔아주었다. “원래 말이 없는 남자에요. 기계 다룰 때는 술 한모금도 안하고요. 고추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말리며, 제초제 하나 안 쓰고 예초기로 다하기 때문에 힘이 배로 들지요. 그러니까 친구들이 제발 좀 나와 보라고 할 정도에요.” 농촌 일이라는 것이 부부가 손발이 맞지 않으면 힘들다. 영일씨나 숙이씨는 일찌감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서인지 웬만한 일은 불평불만이 없다. 자연은 어김없이 일한만큼 보답해준다는 순리 속에서 노력한 만큼의 행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 귀감이 되고 있는 서영일 백숙이씨 부부는 2005년 군으로부터 아름다운 군민패도 받았다. 또한 엄마를 닮아 선생님께 “보리쌀사세요. 고추사세요.”라고 말한다는 12살 된 아들 성민이에게도 자랑스런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주문전화:016-470-9192)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