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강진고을신문 취재부장 이현숙 기자가 2018년 1월 강진군의 91명의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뵙고 한분한분의 삶을 글로 조명한 작품이 책으로 나와 화제다. 책 제목은 <내 이름은 파랑새라오>, 출판사 문학나무
사람은 몇 년을 사는 것이 행복할까? 성경은 120세를 산 모세가 눈도 밝고 귀도 잘 들었다고 했다. 그 나이를 살 수 있는 과학의학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연 노인의 사회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미래의 노인 세상에 대한 답은 과학이 답을 하느냐, 신이 답을 하느냐 지켜볼 수밖에 없다. 80, 90세 전후 91분의 삶을 인터뷰 취재한 이 글은 노인 생의 현재를 통한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는 데 의미를 두고, 정의는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 사멸하는 것으로 자연에 동화한다. 이 진리는 모든 노후의 사멸을 파랑새라 부르게 한다.
이현숙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책 출간에 대해서 소개하며, 어르신들에게 ‘사이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선물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잊혀져가는 어르신들의 아픔을 다시 새겨보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자고 했다.
이현숙 작가는 196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전주에서 마쳤고,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스물아홉에 농부와 결혼하여 전남 강진에서 줄곧 살아왔으며, 2011년 강진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갯들’을 출간했다. 2014년 문체부 ‘도서관,내 생애 첫 작가수업’ 작가로 선정되어 문학의 숲에서‘나’찾기 수업을 통해 단편소설집 ‘두려움이 삶을 보호한다’를 발표했다. 현재 지역신문 주간 강진고을신문 취재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꾸준히 소설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 내 이름은 파랑새라오> 작가의 말-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살다보니 이렇게 말할 때도 있소이.”
눈물을 글썽이며 내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가 어르신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때가 2008년 1월이었다. 그때부터 2010년까지 3년간 91명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그 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야 그 분들의 이야기를 묶어내게 되었으니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그때 만난 어르신들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이니 말이다. 어르신들과 대화 중 함께 웃다가 울었고 그러다 가슴이 울컥해져 침묵하기도 했다. 그 순간들이 글을 정리하면서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인생길에 숱한 만남이 있지만,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내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했으며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정어린 인사말은 새살과 피가 되었고, 세월의 더께를 덜어 버린 듯 밝아진 한분 한분의 표정은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처럼 항시 내 삶을 비춰주고 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는 일제강점기시대부터 6.25전쟁을 거쳐 가난했던 시절 개개인이 겪어내야 했던 모진 삶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그 분들의 이야기는 나라의 어려운 시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질곡의 역사와 함께 해온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생생한 역사였다. 대화 중 콧등을 아리게 하는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상처와 아픔을 가슴속에 숨기며 살아왔던 분들에게 활짝 웃어보라고 하기 에는 너무도 송구스러웠다.
“눈 뜨고 있으니 살아있지. 죽지 못해 살고 있지.” 라고 대답하신 어르신들.
그러나 이 세상에 빨리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만 자신이 이제 아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육체적 한계, 대화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끝없는 자식사랑의 표현일 뿐이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방문을 열고 노인 혼자 있는 것을 보고는 “아무도 없네.”하며 문을 닫더라는 말에는 가슴이 뭉클하니 먹먹해졌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인구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되며, 2025년 20%를 넘어서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는 국가 통계가 조사되었다. 나라를 잃었고, 전쟁을 겪으며 먹을 것조차 없었던 시절에 그저 흘러가는 세월 앞에 자신을 내맡기며 살아온 어르신들, 그 분들은 한 평생 오로지 자식들만은 굶지 않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다 늙었다.
“오래 살다 보니 지금 같이 좋은 세상도 본다”는 어르신의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빠른 발전을 해왔다. 그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계속 연장시키고 있고, 그래서 이제는 늙어서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깊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르신들의 삶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와는 완전 다른 시대였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도 똑같이 늙어 간다는 것, 그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늙는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1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 할머니가 96세로 일본 도쿄에서 별세하여 2017년에만 총 8명이 사망했으며, 2018년 1월 5일 임모 할머니가 89세로 세상을 떠나 이제 위안부 할머니 생존자는 31명으로 줄었다.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 징용을 간 할아버지들의 삶을 조명한 ‘군함도’라는 영화가 상영되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을 환기시켰으며 어떠한 이유로도 외부에 의해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하게 갖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아직도 생존하고 계신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나라의 험난한 시대를 모두 이겨내며 살아온 어르신들의 정신을 제대로 이어받을 때 더욱 빛나리라 생각된다.
어르신들의 살아오신 이야기 속에서 뭔가 깨닫는 한 가지를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고령화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면 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싶어졌다.
끝으로, ‘내 이름은 파랑새라오’ 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글을 정리하면서 우리 삶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프랑스 작가 모리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가 떠올랐다. 동화 ‘파랑새’ 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행복,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행복, 부모의 사랑을 받는 행복 등과 같이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다. 즉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그 사람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기 때문에 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를 두고 내가 만난 91분의 어르신들에게 사이먼 앤 가펑클의 히트송 "Bridge Over Troubled Water"을 선물로 드리고자 한다.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당신이 지치고 자신이 작게만 느껴질 때
When tears are in your eyes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I will dry them all제가 그 눈물을 닦아줄게요.
I’m on your side저는 당신 편이에요.
When times get rough 힘든 시간이 다가오고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친구를 찾을 수 없을 때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lay me down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lay me down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When you’re down and out 당신이 무일푼이 되어
When you’re on the street 길거리에 나서고
When evening falls so hard 견디기 힘든 밤이 오더라도
I will comfort you제가 당신을 위로해 줄게요.
I’ll take your part제가 당신 편이 될게요.
When darkness comes 어둠이 몰려오고
And pain is all around 사방에 고통이 가득할 때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lay me down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lay me down 제가 다리가 되어 드릴게요.
Sail on, silvergirl 은빛소녀여, 계속 노를 저어요.
Sail on by 노를 저어 지나가세요.
Your time has come to shine 당신이 환하게 빛날 때가 되었어요.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당신의 모든 꿈들이 가까이 오고 있어요.
See how they shine 보세요, 그 꿈들이 어떻게 빛나는가를.
If you need a friend 당신이 친구가 필요하면
I’m sailing right behind 당신 바로 뒤로 노를 저어 갈게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ease your mind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릴게요.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험한 물살 위에 놓인 다리처럼
I will ease your mind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릴게요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