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이장님 우리이장님(24회)
강진군 옴천면 오곡마을
정우현(70)
산골마을의 순박함이 범죄없는 마을로
옴천면은 5개 마을을 제외한 모든 마을들이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오곡마을 또한 냇가에서 마음대로 발도 씻지 못하고 고기도 잡지 못하는 마을이다. 장흥으로 이어지는 탐진댐의 물이 목포 해남 완도 등 주변 군까지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우현 이장은 “산에 있는 돌 하나 마음대로 못 움직이고 나무하나 못 가져 와요. 개집까지 허가가 없으면 못 짓는다니까요.”라고 말했다. 개집까지 허가라니······좀 우스워서 재차 물었더니 개 사육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곡마을에는 이미 여러 채의 축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축사는 허가가 나지 않는다. 주택 또한 대지여야 허가가 나며 전답에는 절대 주택을 짓지 못한다.
오곡마을은 다섯 개의 골이 합쳐서 오곡마을이라 이름 지어졌다하며 특별한 유래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정우현 이장은 “특별성씨의 자자일촌은 아니었어요. 강씨성을 가진 사람이 여럿 되긴 했으나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정착하여 살게 되었으며,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와 터를 잡은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정이장 또한 오곡마을 태생으로 40대에 자식들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가서 생활을 했으며 60대가 되어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다. 많지 않은 벼농사를 짓하고 있지만 시골생활이 좋다는 정이장은 고향에서 5년째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 오곡마을은 25가호로 62명이 거주한다. 그 중 50대가 15명 정도로 벼농사와 축산업을 하면서 고소득을 올리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 거의가 고령이라 15마지기 정도씩의 소농으로 꾸준히 자급자족하는 마을이다.
정이장 또한 오랜 세월 큰 도시에서 생활해서인지 적막한 마을 분위기가 외부와 단절된 느낌이 가끔 든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농사도 많이 짓고 소도 키우고 그래요. 그렇지만 요즘 비료값이 엄청 올라 소 키우는 것도 힘들다고 하대요. 마리수를 많이 줄여가고 있는 듯합니다. 농촌일이라는 것이 농기계 없이는 일을 할 수 없기에 농사를 잘 지어도 농기계 값으로 다 들어가 버린다고 봐야지요. 비싼 농기계를 구입하려니 자꾸 부채는 늘어나서 농협에 몇천만 원 씩의 빚을 지고 살아요. 그 빚을 또 다 갚을라치면 농기계 고장이 나기 시작하니 결국 농기계 값으로 다시 빚을 지게 되지요.” 떠날 때 놔두었던 집에 돌아와 다시 농부가 된 정이장은 농부의 심정을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건조기 같은 경우는 50% 보조를 해주지만 한꺼번에 다 끝내야하는 건조작업이기에 함께 돌려쓰기가 힘들어요. 그렇지만 보조도 신청한다고 다 받는 것은 아니니까 설치하기도 힘들죠.” 오곡마을 회관에는 ‘금연’ 과 ‘범죄없는 마을’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2005년 광주검찰청에까지 가서 받아왔다는 표창장도 회관 안에 자랑스럽게 걸려있다.
면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안쪽으로 옴팍하게 자리 잡은 오곡마을은 조용한 산골마을이다. 산골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이 정이장의 조용조용한 말투에서 흘러나온다. 정이장은 “한때는 젊은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워서 금연을 추진하기도 했었는데, 그게 쉽지 않은지 당시는 효과가 있더니 요즘 다시들 피웁디다.”라며 웃는다. 이장으로서 주로 마을 농로길 포장과 회관에 주차장이 없어 회관 뒤로 매립하여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곡마을은 농로포장과 용배수로 개거사업이 거의 완벽하게 된 상태여서 농사짓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단, 정각이 없어서 좀 아쉽다는 정이장은 “논을 사서 만들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적정지가 없어 계속 숙원사업으로 남아 있어요. 다른 마을은 마을 앞으로 된 논도 있어서 쉽게 만들기도 하던데, 마을 논이 없어서 쉽게 안 되네요.” 자식들 교육을 위해 부산으로 떠났었다는 정이장의 5남 모두가 부산에 살고 있다. 아들 정광훈, 정창훈씨는 부산 한림건설에서 부장으로 있으며, 정봉춘씨는 서울에서 건설회사 소장으로 있으며 두 아들도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향에서 적은 농사지만 아내 주연애(69)씨와 일할 수 있어 건강도 좋고 마음 편하다는 정이장이다. 이장일 또한 조용한 마을을 잠시 벗어나 읍이나 면도 출입하며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어서 좋은 일이라면서 오곡마을은 읍권과 너무 떨어져 있어 불편한 점도 많다고 덧붙인. “못하나 고무줄하나 살라고 해도 장흥이나 병영으로 가야합니다. 옴천에서는 살 때가 없어요.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고 봐야지요. 하루 네 번 있는 강진교통보다 장흥, 영암 지역으로 직행이 지나다니니까 더 빨리 다닐 수 있는 교통을 이용하지요.” 그러나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오곡마을에서 편안한 삶이 좋다고 말하는 정우현이장이다. (이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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