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시어도어 로스케는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기력, 능력, 매력, 젊음까지, 우리는 늙어감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을 굴레가 앗아가는 많은 것들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나 삶에 대한 자신감일 것이다.
신체적 노쇠함과 만족스럽지 못한 경제력 등 시골 고령 인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대체로 비슷하다. 삶에 대한 주체성과 만족도의 부재야말로 노인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지자체들이 극복해야 할 노인복지 문제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주체로서 가져야 할 당당함, 자신감의 회복이야말로 노년의 삶을 아름답고 빛나게 만들어줄 힘의 원천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강진읍사무소에서 주관하고 있는 서문마을의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은 선도적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서문마을의 어르신들은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누제조 사업에 총 스물네분이 참여해 일하고 있다.
서문마을 김병태 이장님을 주축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사실 작년 전라남도 경로당 공동작업장으로 선정되며 시작된 것이었다. 무료함을 달래는 의미로 취미처럼 시작한 천연비누 만들기 작업은 1년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참여 어르신들의 호응을 얻으며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사업이 시작되던 시점, 어르신들의 반응은 대부분 같았다.‘이 나이에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고 작업이 거듭될수록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누 제조 기술의 노하우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자세와 참여도 자체가 달라진다. 발로 뛰며 직접 판촉에 참여하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1년간의 경험으로 스스로 아이템을 개발해 건의하는 어르신도 있다. 애정과 관심이 높아지니 180도 달라진, 보다 적극적 모습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정갈하게 개량한복을 차려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비누를 만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희망과 활력이 넘친다. 너도나도 직접 만든 수제 비누 자랑을 늘어놓는 그 입가에는 꾸밈없고 진정성 넘치는 미소와 자신감이 감돈다.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일 하는 것 자체가 이렇게 큰 즐거움을 준다고 두 번 세 번 커다란 만족감을 표현하신다.
자식 혹은 연금에만 기대 살던 어르신들이 스스로를 뛰어넘는 도전을 통해 경제적 수입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단순한 재정 해결의 의미를 넘어서는 행위이다. 주체가 되어 참여한다는 자신감, 노동의 결과로 얻게 된 정당한 결과물에 대한 뿌듯함으로 어르신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커다란 인생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서문마을 어르신들이 자주 모여 함께 일을 하면서 예전보다 자주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의 안부를 나눈다. 자주 만나다보니 대화의 밀도, 이웃 사이의 정다움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마을의 결속과 화합도 전보다 훨씬 잘되는 분위기다. 성취감과 소득창출, 이웃애 향상과 건강증진까지 서문마을의 노인일자리 사업은 일석삼조, 일석사조의 효과를 불러오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활력을 높여가는 어르신들의 삶을 응원한다. 강진읍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이 기점이 되어 인생의 에너지를 얻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시기를 바란다.
서문마을 어르신들의 비누제조사업이 강진군 노인일자리 사업의 긍정적 지향점이 되길 바란다. 다른 노인일자리 사업 또한 이 좋은 선례를 따라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로 인해 ‘노인이 행복한 강진’의 궁극적 목표와 참다운 의미의 노인복지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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