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새 훼손됐던 자연은 어느새 자정작용을 거쳐 더욱 깊어진 땅심으로 단단하고 건강하게 농작물을 키워낸다. 그 기적과도 같은 감동의 순간이 얼마 전 우리 강진 친환경 논 재배단지에서도 포착되었다. 주인공은 초동마을 논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긴꼬리투구새우다.
긴꼬리투구새우는 3억년 전 고생대 때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 거의 같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배갑목 긴꼬리투구새우과의 갑각류이다. 생긴 것이 딱히 예쁘지는 않지만 자연의 청소부라 불리는 이 녀석은 서른개나 되는 다리를 이용해 논바닥에 구멍을 뚫어 먹이를 찾는 습성을 갖고 있다.
서른개의 다리가 쉼 없이 논바닥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는 행동은 잡초의 자생과 해충의 발생을 억제하고 벼의 뿌리 발육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순식간에 물을 뿌옇게 만들며 광합성을 방해해 제초의 효과가 탁월해 친환경 농법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원래 1970년대 이전 물웅덩이나 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생물이었다. 하지만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지난 2005년 2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다. 점차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해 2012년 멸종위기 야생동물에서 해제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생태자원으로 가치가 높은 생물이다.
이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긴꼬리투구새우가 초동마을 논 일대에 대량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진 벼 재배단지 논들의 자연생태계가 건강하게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 일 것이다. 제초제의 사용을 멈추고 친환경 농법이 더욱 확대되며 서서히 땅심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생산된 자연적 유기물을 섭취하기 위해 긴꼬리투구새우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일테니 말이다.
이 같은 환경 조건의 질적 향상에는 일찍부터 시작된 강진군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제초제의 사용을 줄이고 고품질의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우리 강진군은 2005년부터 새끼 우렁이 지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친환경인증 농가의 경우 자부담 20%를 면제해 주는 등 친환경 농법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새끼우렁이는 방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대한민국 1등이다. 모 잎의 피해를 확연히 줄이고 물달개비, 올방개 등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수퍼잡초’라 불리는 골치 아픈 잡초들까지 아삭아삭 갉아먹는다.
제초제 사용이 줄어드니 그에 따라 훼손됐던 자연이 서서히 복구되고 그 영향으로 농작물이 건강하게 자란다. 강진군과 농민들의 노력, 자연의 자정능력이 더해져 생태계 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제 역할을 하며 그 긍정적 영향이 해가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논 이곳저곳을 제 집 삼아 휘젓고 돌아다니는 긴꼬리투구새우의 모습이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 반가운 손님인 긴꼬리투구새우의 출현이 기점이 되어 ‘친환경 농업1번지 강진’의 꿈을 이루는 그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진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더욱 상승하고 우리군의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고객들이 더욱 늘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이정태
강진군 친환경농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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