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학 공부
오늘 여기, 우리는 왜 다산인가?
0 경학
-- 천하를 다스리는 근본 ⌜대학공의⌟
-- ⌜맹자⌟ 읽기의 진수, 다산의 혁신적 인간상 ⌜맹자요의⌟
-- 다산이 찾은 공자의 마음 ⌜논어고금주⌟
-- 사람 섬김이 곧 하늘 섬김이다 ⌜중용자잠⌟
-- 다섯 개의 키워드로 읽는 다산 ⌜시경⌟⌜시경강의⌟
-- ⌜상서⌟에서 찾은 새로운 도덕론 ⌜상서고훈⌟
-- ⌜주역⌟의 퍼즐 풀기에 도전하다⌟ ⌜주역사전⌟
0 경세학
-- 낡은 국가 혁신론 ⌜경세유표⌟
-- 다산의 정치학 ⌜경세유표⌟
-- 진정한 흠율을 구상하다 ⌜흠흠신서⌟
-- 병든 사회의 임상 보고서 ⌜다산 詩⌟
-- 모든 백성 잘살게 ⌜다산 논설⌟
-- 유교 고전의 실학적 독법 ⌜다산경학⌟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금년으로 탄생 256주년, 서거 182년을 맞이한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지만, 다산의 학문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이 나 그의 학문에 대한 연구는 ‘다산학(茶山學)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은 다산의 유배지 강진에서 ⌜경세유표⌟(1817)를 탈고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의 학문, 다산학
다산학의 양대 분야인 경학(經學)과 경세학(經世學)은 본디 공자(孔子)의 학문에서 유래한다.
⌜논어⌟에서 사람이 배워야 할 학문으로 수기에 힘쓰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치인에 힘쓰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을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다산은 “공자의 가르침은 수기와 치인일 뿐이다”(孔子之道 修己治人而巳)라는 주장을 폈다.
수기(修己)의 학문 – 위기지학(爲己之學) -경학(經學)-본(本)
치인(治人)의 학문 – 위인지학(爲人之學) -경세학(經世學) -말(末)
다산은 수기의 학문인 경학의 연구 과정을 그의 글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그 연구 결과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내가 해변가로 귀양을 갔을 때, ‘어린 시절에 학문에 뜻을 두었지만 20년 동안 속세와 벼슬길에 빠져 옛날 어진 임금들이 나라를 다스렸던 대도(大道)를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겨를을 얻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서야 흔연히 스스로 기뻐하며 육경과 사서를 깊이 연구하였다. 한(漢) · 위(魏) 이래 명(明) · 청(淸)에 이르기까지의 유학 사상으로 경전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학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넓게 고찰하여 잘못된 것을 확정해 놓고, 그런 것 중에서 취사선택하고 내 나름의 학설을 마련하여 밝혀 놓았다.
<자찬묘지명>
이러한 연구 과정을 통해 ⌜모시강의⌟ 12권, ⌜상서지원록⌟ 7권, ⌜상례사전⌟ 50권, ⌜악서고존⌟ 12권, ⌜주역심전⌟ 24권, ⌜춘추고징⌟ 12권, ⌜논어고금주⌟ 40권, ⌜맹자요의⌟ 9권, ⌜중용자잠⌟ 3권, ⌜대학공의⌟ 3권, ⌜소학보전⌟ 1권 등 경집(經集) 232권이라는 엄청난 결과물이 나왔다.
다산은 기존의 학설과 다른 새로운 학설을 낱낱이 소개한 뒤 유학 경전 연구(경학) 결론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것은 심리학적 차이점을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마음의 허령(虛靈)은 하늘에서 받은 것이니. 감히 본연(本然)이라 해선 안 되고, 무시(無始)
라 해선 안 되고, 순선(純善)이라 해선 안 된다. 마음이 주관하는 것이 생각(思)이니, 미발(未發) 이전의 기상만 되돌아 살피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다.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는 것이 재(才 )이며, 선하기는 어렵고 악하기는 쉬운 것이 세(勢)이며, 선을 즐기고 악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성(性)이니, 이 성을 따르며 위반됨이 없게 한다면 도(道)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성은 선하다는 것이다.
어질 인(仁)자는 두 사람(二人)을 뜻한다. 효로 아버지를 섬기면 인이다. 형을 공송ㄴ하게 섬기면 인이다. 자애롭게 백성을 다스리면 인이다. 충(忠)으로 임금을 섬기면 인이다. 천지의 지공(至公)한 마음은 인에 대한 해석이 될 수 없다. 힘써 서(恕)를 행하는 것이 인을 구하는 가장 가까운 길이어서, 증자(曾子)가 도를 배울 때 공자가 일관(一貫)으로 서(恕)fmg 가르쳐주었고, 자공(子貢)이 도를 물었을 때 일언(一言)으로 서(恕)를 가르쳐주었다. 경례(經禮)의 삼백, 곡례(曲禮)의 삼천을 일관하는 것이 서(恕)이가. 그래서 인(仁)을 함이 자기로 말미암는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간다는 말이야말로 유고의 바른 취지다. 성(誠)이란 서(恕)에 성실함이요, 경(敬)이란 예로 돌아감이다. 인(仁)이 되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성(誠)과 경(敬)이다. 그래서 두려워하고 rdurP하고 삼가며 자기 가슴을 비추듯 상제(上帝)를 섬기는 것은 인이 될 수 있지만, 헛되이 태극(太極)만을 높이고 이(理)를 천(天)이라 하면 인이 될 수 없으니, 하늘을 섬기는 것으로 돌아갈 따름이다.
<자찬묘지명>
성(誠) · 경(敬) · 서(恕)를 실천적 개념으로 해석하고 그 행위 개념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고 인격을 높이는 일이 경학 공부의 최종 모표임을 주장한 것이다.
이렇게 수기 공부로 안격을 갖춘 뒤에 남에게 봉사하고 남을 위해 일하는 치인(治人)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경세학(經世學)의 학문 분야를 일표이서(一表二書)로 저술했다.
⌜경세유표⌟란 어떤 내용인가. 관제(官制), 군현제(郡縣制), 전제(田制), 부역(賦役), 공시(貢市), 창저(倉儲), 군제(軍制), 과제(科制), 해세(海稅), 상세(商稅), 마정(馬政), 선법(船法) 등 나라를 경영하는 제반 제도에 대해 현재의 실행 가능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경(經 )을 세우고 기(紀)를 나열하여 우리의 오래된 나라를 새롭게 개혁해 보려는 생각에서 저술한 것이다.
<자찬묘지명>
다산은 직접 세상을 경륜하고 싶지만 죄인의 신분으로 자신의 경륜을 펼 수 없었기에 뒷날 누군가가 실현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유언으로 남기는 정책 건의서라는 의미의 책 이름을 붙였다. 그것이 바로 ⌜경세유표⌟다. 그러면서 목표는 ‘신아지구방(新我之舊邦), 즉 우리의 오래된 나라를 새롭게 개혁해 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국가의 제도와 법제를 완전히 개혁하여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이한 내용은 “현재의 실행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라고 번역되는 불구시용(不拘時用) 네 글자의 의미다.
지금 당장 제도를 고치고 바꿀 수는 없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서는 언젠가는 고치고 바꿔야 할 제도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목민심서⌟는 어떤 책이라고 설명했을까. 예나 지금이나 법제를 통째로 개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제도를 창안하여 제도 개혁으로 번영되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다산은 제도 개혁안인 ⌜경세유표⌟ 저술에 만족하지 않고, 현행의 법제 안에서라도 인민을 구제할 방법이 나와야 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생각에서 ⌜목민심서⌟ 저술에 착수했다.
현재의 법을 토대로 우리 백성을 다스려 보자는 것이다.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을 세 가지 기(紀)로 삼았고, 이(吏) · 호(戶) · 예(禮) ·병(兵) · 형(刑) · 공(工)의 여섯 가지 전(典)에다 진황(振荒) 한 편으로 끝맺었으며, 각 편은 6개의 조(條)로 구성하였다. 고금의 이론을 찾아내고 간위(奸僞)를 열어젖혀 목민관에게 주어서 백성 한 사람이라도 그 혜택을 입을 수 있게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마음 씀이었다.
<자찬묘지명>
⌜흠흠신서⌟의 저작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사람의 목숨이 걸린 옥사(獄事)를 잘 다루는 사람이 적다. 경사(經史)로 근본을 삼고 비의(非議)로 보강하고 공안(公案)으로 증거가 되게 하였으며, 모든 것을 상정(商訂)하여 옥사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주어 백성의 억울함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뜻이다.
<자찬 묘지명>
살인 사건 등 형사사건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해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뜻에서 ⌜흠흠신서⌟를 저작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을 경륜할 방법을 정리한 것이 바로 ‘일표이사’였다.
2. 공렴(公廉)의 학문, 다산학
다산은 자신이 사는 시대는 썩은 지 오래됐다고 한탄했다. 털끝 하나라도 병들지 않은 분야가 없으며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고 부패하다 못해 부란(腐爛 : 썩어 문드러지다) 해졌다며 탄식을 멈추지 못했다.
다산은 이러한 시대를 어떻게 살았는가. 1789년 28세로 문과에 급제한 다산은 국왕으로부터 합격증인 홍패를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시를 지었는데, 이 시에 “둔졸난충사(鈍拙難充使) 공렴원효성(公廉願效誠)”이라는 구절이 있다. 능력이 부족하여 온전히 나라를 수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공렴’이란 두 글자의 의미대로 온 정성을 다해 일하겠노라는 굳은 각오를 표명한 내용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공정하고 공평한 직무 수행으로 공익을 위해서 일하고 사욕이나 사익은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관직에 나아가서는 공렴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관직에서 물러나서는 일표이서를 지어 어떤 제도가 공렴한 세상을 만들고 어떻게 직무를 수행해야 공렴한 세상이 올 수 있는가를 밝혔다. 공정함과 청렴함을 의미하는 이 ‘공렴’이라는 키워드는 다산학의 기저에 깔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세상은 어떠한가. 다산의 시대보다 많이 나아지고도 했지만 여전히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세상이다. 권력과 재물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만 잡으려고 재산만 모으려고 혈안이 된 세상이다. 백성이 나라의 주인인 세상이 아니라, 오직 재력가만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자처한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등장해 이익 추구는 모든 염치를 말살하고, 천민 자본주의까지 발효하면서, 빈부 격차와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오늘 이 땅이 현실을 그대로 두고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은 도래하기 어렵다.
200년 전의 다산이지만, 다산의 뜻은 오늘 이 나라에서 가장 빛을 발해야 할 정신적 유산이다. ‘정성을 바치기를 원한다(願效誠)’는 다산의 표현이 바로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자세다. 그릇된 관행을 청산하고 헌법 · 법률 등 법제 개혁에 나설 때 다산의 경세학은 많은 가르침을 줄 것이다. 다산이 혼신의 노력으로 남긴 다산학은 어쩌면 오늘 날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학문이다. ‘다산학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세상,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다산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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