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인문학으로 본 세상 - 한국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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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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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본 세상 - 한국화 이야기

우리 조상들은 동양화(한국화)로 오복(五福)빌었다향나무는 장수를, 박쥐는 복록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편에 한국화 읽기에서 김홍도 '게와 갈대' 그림을 통해서 그림속의 담긴 의미를 알아보았다. 그 뜻은 임금에게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어라 는 뜻이 들어있다. 조선시대의 일만은 아니다. 지금의 시대에서도 직언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올바른 직언은 사회를 바르게 그리고 밝게 가는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높은 자리에 있음에서 그 직언을 받아드리지 않는 다는 것은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만 나라의 일에서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그 직언을 무시해서는 되지 않는다. 때로는 그 직언을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직언 (直言)을 풀어보면 곧을 직 자에 말씀 언자다. 옳고 그름을 상대방에게 기탄없이 바로 말함을 일컫는 말이다. 정치에서 아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일이거나 옳지 않음에 대해서는 기탄없이 바르게 말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올바른 도리고 사람들이 걸어가야 할 선비 정신이기도 하다.

동양화(한국화)에는 이러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냥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읽는 즉 의미를 파악해보는 감상도 필요하다.

한국화(동양화)의 감상에는 보는 법과 읽는 법 두 가지가 있다. 보는 법은 그림의 구도와 배치, 필치의 세련됨과 섬세함, 선의 강약과 채색의 농담, 묘사된 사물의 독창성과 정교함 등 작가의 작품솜씨를 보고 즐기는 것이다. 읽는 법은 그림이 안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여 작가가 감상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는 것이다.

그림에 내포된 의미를 파악하는 동양화의 독화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그려진 사물의 이름을 중의적으로 번안해서 읽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그려진 사물이 갖고 있는 우의(寓意)와 상징을 이용해서 읽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그려진 사물과 관련된 고전이나 명현들의 일화와 관련된 명구(名句)를 통하여 읽는 방법이다.

 

동양화가 동일한 소재, 동일한 형식, 동일한 구성으로 반복되어 그려지고 그렇게 해도 표절시비가 일지 않으며, 게나 가재, 박쥐와 같이 그리 아름답지 않은 사물을 소재삼아 그려지는 이유도 바로 이 동양화의 독특한 독화법 때문이다.

먼저 그려진 사물의 이름을 한자의 동음이의어를 이용해 중의적으로 번안해서 해석해야 하는 독화법의 예로는 향나무 그림과 박쥐 그림을 들 수 있다. 향나무는 한자로 백수(栢樹)이다. 백수는 100살을 뜻하는 백수(百壽)와 음이 같다. 그래서 향나무 그림은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향나무는 주로 늙은 향나무(老栢)로 그려진다.

박쥐는 한자로 복()이다. 이 복은 복록을 뜻하는 복()과 음이 같다. 그래서 박쥐 그림은 복록을 바라는 기복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대개 다섯 마리로 그려진다. 다섯 마리의 박쥐(五蝠)는 오복(五福)을 뜻한다.

겸재 정선의 노백도(老柏圖)와 베개 측면에 수놓아진 박쥐 문양을 알아보면 향나무는 장수를, 박쥐는 복록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심사정의 백로와 연밥은 소과, 대과 단번에 급제

백로 한 마리가 못가를 걸어간다. 시선을 앞으로 집중하고 있는 걸 보니, 시든 연잎 아래 노니는 물고기를 노리는 눈치다. 백로의 머리 위로 고깔처럼 연밥이 드리웠다. 백로는 여름 철새다. 연꽃이 진 자리에 연밥이 매달리는 것은 잎이 시든 가을철의 일이다. 백로와 연밥은 실제로는 함께 놓일 수 없는 조합이다. 그런데도 화가들이 즐겨 그렸다. 그것은 의미로 읽어야 한다. 백로는 우리말로 해오라기다. 하야로비, 해오라비라고도 부른다. 한자로는 백로(白鷺), 설로(雪鷺), 설객(雪客), 설의아(雪衣兒) 등 눈처럼 흰 깃에 눈길을 준 이름들이 있다.

심사정의 백로와 연밥. 종이에 담채. 세로 16.2×가로 12.4cm, 서울대박물관 소장.

풍채가 빼어나다 해서 풍표공자(風標公子)로 부르기도 하고, 머리 뒤로 실처럼 흩날리는 멋진 깃을 두고 사금(絲禽), 로사, 백령사 등의 이칭도 있다.

연밥은 연꽃이 진 자리에 벌통처럼 생긴 원추형의 자루가 생겨난다. 구멍마다 연실(蓮實)이 송송 박힌 것이다. 이 열매는 약재로 쓰고, 요리의 재료로도 애용된다. 백로와 연밥을 함께 그릴 때는 한 마리만 그려야 한다. 이 둘을 합치면 일로연과(一鷺蓮果). 일로(一鷺), 즉 한 마리 백로는 '일로(一路)'와 음이 같다. 연과(蓮果), 곧 연밥은 '연과(連科)'와 통한다. 그래서 그림의 의미는 '일로연과(一路連科)'가 된다. 단번에 소과와 대과에 연달아 급제하라는 뜻이다. 오늘날로 치면 사법고시 12차 시험을 한꺼번에 붙는 것을 말한다. 쓱쓱 몇 차례 거친 붓질로 연잎을 그리고, 그 빈 여백에 덤불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백로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백로도 분방한 선 몇 개로 그렸지만 새의 특징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진한 먹을 붓끝에 살짝 묻혀 줄기와 점을 찍어 순식간에 그림을 마쳤다. 체세(體勢)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이징의 '연지백로(蓮池白鷺)'와 서울대박물관에 소장된 신사임당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노련도(鷺蓮圖)'에는 연밥 아래 백로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두 그림 모두 개구리밥이 떠다니고, 백로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거나 노리고 있다. 두 마리 백로 때문에 '일로연과'의 의미가 사라지고, 부부가 백두해로(白頭偕老) 하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사실은 일로연과의 뜻이 흐려지면서 생긴 변형이다.

같은 백로 한 마리도 연밥 아닌 부용화(芙蓉花) 아래 서 있으면, 일로영화(一路榮華)의 뜻이 된다. 용화(蓉花)와 영화(榮華)의 중국음이 같기 때문이다. 계속해 부귀영화를 누리시라는 것이니, 벼슬길의 승승장구를 축복하는 의미로 바뀐다. 같은 소재도 한 마리냐 두 마리냐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 연밥이냐 부용화냐에 따라서도 그림의 주제가 달라진다.

이런 현상은 그림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진다. 숫자 4()는 죽을 사()자와 음이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서 4자를 멀리하거나 꺼리는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관이나 아파트에서는 4호실이 없다. 병원 입원실에는 4호실은 물론 4층마저 없다. 엘리베이터에도 4층은 4를 뜻하는 영어 Four의 이니셜을 따 그냥 F로 적어놓는다.

우리나라 군대에 4연대나 4사단, 4군단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자동차 번호판과 전화번호도 4자는 기피대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인들은 발전을 뜻하는 발()과 팔()의 발음이 같다하여 8()자를 매우 좋아한다. 동일한 의식구조가 불러온 발상에서 파생된 현상이 한쪽에서는 선호하는 숫자 양상으로, 한쪽에서는 기피하는 숫자 양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매우 이채롭고 흥미 있다

폐백 때 신랑신부에게 밤과 대추를 던져주는 풍습도 한자의 동음이의어에서 온 중의적 표현의 풍습이다. 흔히 아들을 낳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 이 풍습은, 사실은 어서 빨리 잉태하여 후손을 번성시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신랑신부 폐백 모습 신랑신부가 부모님이 던져주는 밤과 대추를 치마폭에 받고 있다.

대추는 한자로 조()이고 조는 빠르다는 의미의 조()와 동음이의어이다. 밤은 한자로 율()이다. 우리는 이 밤 율자를 율 또는 률로 읽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설립()자와 같은 음으로 읽힌다. 과일은 자손을 뜻한다. 그러므로 밤과 대추가 합쳐지면 조립자(早立子)’라는 글귀가 만들어진다. ‘조립자란 속히 자손을 잉태하라는 의미이다.

 

그림의 우의와 상징으로 읽어내야 독화법이 풀리는 그림의 종류로는 포도 그림과 모란 그림을 들 수 있다. 동양화에 나오는 포도는 반드시 줄기에 주렁주렁 매달려 그려진다.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는 다산과 자손의 번성을 의미하며, 줄기에 매달려 있는 형상은 계속 대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기대를 표현한 것이다. 모란꽃은 꽃 중의 꽃이라 할 만큼 화려한 꽃이다. 그래서 모란은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상징한다.

그럼 모란과 목련, 해당화가 함께 그려진 그림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그림은 목련은 우의와 중의적으로 모란은 우의적으로 해당화는 중의적으로 해석해야 읽어진다

모란은 부귀영화를 뜻한다. 목련은 꽃망울이 붓같이 생긴 꽃이라 하여 목필화(木筆花)라고도 한다. 그래서 목련은 선비와 문관을 상징한다. 조선시대 최고 학문연구기관은 홍문관(弘文館)이었고, 홍문관은 옥당(玉堂)이라고 했다. 해당화의 당()은 집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꽃을 함께 그려 놓으면 부귀옥당(富貴玉堂)이라는 글귀가 된다. 재물도 갖추고 학문적으로도 성공하는 가문이 되라는 메시지가 담긴 그림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의 생각이 어디에까지 미치고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똑 같은 그림이지만 몇 마리가 그려 있느냐에 따라서 그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종교와 마찬가지로 내적 실재를 다루는 예술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표피적 현상보다는 삶의 내면을 보여주는 까닭에 예술가는 고도의 철학적 정신세계의 소유자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그 깊이와 정신적 측면에서 최상의 경지로 인식되어 온 동양의 예술은 그러한 철학적 배경을 토대로 성장해 왔으며, 현대에 이르러 그 무궁무진하고 심오한 조형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 흡인력과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동양예술의 창조는 정신과 물질의 상상적 결합의 산물로서 예술가 자신이 창조자로서 간파하는 안목과 스스로 체험한 경험이라고 하는 원료 및 자신이 창작의 주체로서 반영하려고 하는 궁극적인 정신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조지 로울리는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사물의 형상에서 그 근본을 찾고 정신을 유출해 내는 작업은 자연의 원리를 뼈대로 하는 동양회화에서의 철학적 배경 하에서만 이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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