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으로 보는 국보 청암 김성 전시회
초대일시: 3월 20일 오후 3시
목포전시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목포 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
무안전시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승달 문화예술회관 전시실
강진 도암면 다산유물전시관 앞에서 <들꽃이야기>를 경영하며 꾸준히 서각 활동을 해온 청암 김성이 2007년 6월 신세계 갤러리 초대전을 한 지 2년만에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첫째, 국보를 원본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과 둘째, 안중근의사의 손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 셋째로는 남농 허건에게 사사받은 후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지만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왼손으로 쓴 글씨를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 중에 특징인 이번 전시회는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청암의 서체가 아닐까 싶다.
작가 청암은 이번 전시회를 열기에 앞서 “칼질을 한지 스물다섯 해 동안 미친 듯이 칼질을 했다”고 말하고 “언젠간 성죽이 되기 위해 작업실에서 몸부림을 쳐왔지만 이번 전시회 작품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 작품은 십여년 전 완성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다시 완각하였고, 서각으로는 보기 힘든 3,6미터의 거대한 단원의 군선도, 겸재의 최고 명작인 금강전도와 안중근 의사의 옥필에서의 지문을 시도해보았다”고 말했다.
청암 김성은···
전남 무안에서 출생하였으며 남농 허건 선생으로부터 한국화를 수업하고 부친으로부터 서예를 배웠다. 국내최초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 차례나 완각하고, 어부사시사 완본을 완각하였다. 문화학교 강사(문화관광부)와 서남권 평생교육원(교육인적자원부)강사, 문익환 늦봄 학교 교사를 역임하였다.
국립 목포대학교 박물관 초대전, 국립해양 유물전시관 초대전(바다와 서각의 만남전), 국립해양 박물관 초대전(서각으로 보는 추사의 예술세계)(문화재청), 신세계 갤러리 초대전 (산중에서 기로 새기다) 등 많은 전시회를 거쳐 대한민국 문인화대전 초대작가, 전라남도 미술대전 심사위원, 순천 미술대전 심사위원, 한국 문화예술 대전 심사 등을 했다.
(주요작품) 훈민정음 해례본 완본, 어부사시사완본, 금릉팔경복원기, 고성사 범종각, 주작정, 세심정, 석문정, 황룡사, 백일암, 조계산 봉암사, 수인산 수인사, 승달산 법천사, 금강전도, 군선도, 문중 제실 현판 및 주련 등 150여 곳 제작
(소장처) 국립목포대학교, 광주시립 민속박물관, 국립해양 유물전시관, 장보고 기념관, 과천시청, 강진군청 등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365- 5
청암공방(061- 433- 9273)
들꽃이야기(061- 432- 9080)
핸드폰 011- 642- 9273
칼 한번 빗나가면 끝··· 칼끝에 오감 모아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서화 가운데 세한도와 더불어 유명한 불이선란도가 있다. 불이선란도는 추사가 말년에 과천에 기거하면서 ‘20년만에 난을 쳐 얻은 득의작 (得意作:뜻대로 이뤄져 작가가 만족 해 하는 작품)’으로 그림과 글씨의 경계를 뭉뚱그린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발(題跋: 책이나 글· 그림 등에 칭찬, 비평 등을 적은 글) 4개 중 왼쪽 아래에 있는 문장에 오소산이란 인물이 등장하면서‘오소산’이 이 그림을 보고 빼앗아 가려는 걸 보니 우습다란 말이 있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고고한 추사가 자신의 그림에까지 그의 이름을 들먹였을까. 알고 보면 간단하다. 본명은 규일(圭一)로 글씨는 물론 글씨 새김을 잘해 추사가 “조선 제일의 각(刻)”이라며 아끼던 제자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추사 글씨의 편액들은 거의 다 그의 솜씨로 알려져 있다.
150년이 흐른 지금, 바로 그 소산을 흠모하며 ‘천하 제일의 각(刻)’을 꿈꾸는 이가 있다. 24년째 서각의 세계에 빠져 사는 청암(靑岩) 김성(金星), 그는 현재 강진에 산다. 이곳은 고려청자의 비췻빛 아름다움과 다산의 문기(文氣), 그리고 김영랑의 시가 살아있는 곳이다.
청암의 작업실 앞에는 추사가 전서체로 쓴 ‘銀地法臣(은지법신:절과 부처)’을 가로로 새겨 위에 걸고, ‘無酒學佛有酒學仙(술 없으면 불법을 배우고, 술 있으면 선도를 공부하다네)’/‘詩中有畵畵中有詩(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네)’를 주련(柱聯:기둥이나 벽 등에 써 붙인 글귀)으로 붙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청암이 거기 있다.
“가겠노라”고 전화 통기를 하고 천리를 달려왔건만 문소리, 인기척에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아예 삼매경이다. 망치질 소리의 강약에 따라 칼날이 혹은 깊게, 혹은 얕게 나무판 위에서 춤을 추면 이내 글씨가 살아나 꿈틀거린다. 한참을 기다리다 못해 소리를 꽥 질러 깨우니 그제야 칼을 놓으며 변명(?)을 한다.
“오감(五感)을 온통 한 곳에 쏟아 붓다 보면 사실 옆에 누가 왔는지조차 모릅니다. 그리 안 하면 칼이 빗나가 그동안 해 온 작업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니까요.”
하긴 오죽했으면 서각을 한 번 칼질하고 세 번 절한다는 일도삼례(一刀三禮)의 예술이라 했을까. 둘러보니 작업실에는 물론 다실에도 ‘세한도’를 비롯해 ‘죽로지실’ ‘서서루’ ‘계산무진’등의 편액과 ‘추수재심’‘명월매화’ ‘화법유장강만리’ 등 예· 행· 전서로 된 추사의 작품들이 오롯이 살아나 주인장이 따라주는 매화차보다 진한 문자향(文字香)을 풍겨내고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쓰고 새긴 작품 하며 중간에 망치거나 맘에 안 들어 구석에 밀어놓은 것까지 집안이 온통 새김질한 서화 투성이다.
청암은 1999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에서 ‘용비어천가’로 특선한 것을 비롯해 10여 차례 수상을 했고, 대한민국문인화대전초대작가전(2002), 국립해양박물관초대전(2007) 등 각종 전시회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서각 부문의 중견 작가다.
특히 그는 1996년부터 3년에 걸쳐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혜례본 목판본을 최초로 완각(책을 찍어내기 위한 반서각 판본과 작품으로 보기 위한 정서각 판본을 함께 완성함)하는 업적을 이뤄 주목을 받았다. d들 판본은 각각 광주시립민속박물관과 목포대박물관에 기증해 소장돼 있다. 청암은 이 밖에도 2003년 3개월 걸려 ‘세한도’를, 2006년엔 세 번의 시도 끝에 ‘불이선란도’를 3개월만에 완성하는가 하면, 2007년엔 1년을 꼬박 들여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이어 5개월만인 2008년 초에 국보 217호인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완각해 완숙의 경지(정말 기가 막히다!)에 이르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솜씨는 머리카락 굵기의 파필까지 표현해낼 정도로 정치하고 능숙하다.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사흘 전부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음식도 가려 먹는다. 작품에 삿된 기운이 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정말 ‘소산’이 다 돼 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마지막 독백은 차라리 절규처럼 울림이 크다.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 만훈
내가 본 청암 김성
십여년 전 나는 답사서를 쓰기 위해 강진의 산하를 두루 돌아다닌 적이 있다. 답사 도중에 강진에서 문화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이루어졌는데, 그 때 인상 깊게 다가온 사람이 공예가 청암 김성이다.
공예에 대해 문외한이려니와 서각 공예라는 말 자체가 너무 생소하게만 들렸던 나는 무심코 그의 작업실에 들러 작품을 본 후 새삼 놀란 일이 있다. 이유는 서각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가 만든 작품의 수준이 아무리 안목이 부족한 내가 보아도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속으로 그가 강진이라는 시골에만 처박혀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암 김성은 인간적으로도 대단한 흡인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질그릇처럼 투박하면서도 대나무처럼 청청한 정신을 지닌 예술가이다. 그는 또한 외롭고 가난하지만 결코 생활의 방편으로 예술을 하지 않는 고집스럽고 순수한 작가다.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구부리고 있는 그의 허리는 새우들처럼 휘어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새기는데 단련된 그의 눈빛은 칼끝처럼 형형하고도 집요하다. 내가 보기엔 그는 외롭고 묻혀 있는 보석이다. 그래서 그가 서 있는 지금의 자리는 그의 자리가 아니다. 감히 단언컨대, 그가 우리 공예의 중심에 서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것은 시간문제다.
시인, 목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선태
작은 우주를 만드는···
··· 어깨의 힘이 동맥을 타고
칼 끝에서 연꽃이···
청암형의 예술세계는,
정신세계에서 노니는 문인화의 고고함을 보는 것 같다.
타고난 끼와 장인정신은,
일찍이 조부께 서예를, 남농선생께
그림을 배우면서 시작하였고,
언어로써 표현할 수 없는, 음악성과 문학성은 자연스레
자리매김 하였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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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경지는 오관이 멈추고
정신이 움직이는
칼끝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것이리라.
서예가 空 田
문향(文香)과 서기(書氣)가
서화가 먹의 번짐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이라면
서각은 칼끝에 달을 담아 심는 작업이다.
청암은 칼끝에 달을 담아 심는 사람이다.
시냇물 넘어 소나무 사이로 토담집 두어 채
청암이 그리는 세상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문향과 서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문장에는 향내가 있어야 하고 글씨에는
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청암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꽃이 피고 지는
꽃이 꽃다운 이유와 사람이 사람다운
이유를 느끼게 한다.
자유스러움과 편안함을 느낀다.
세월에 내 자신이 각인되어지는 행복을 느낀다.
전시회의 성공을 빌며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연극인, 우석대학교 교수 김성옥
고목 위에 천 년을 새기다···
그의 흔적은 빛이다.
빛은 곧 에너지이니 세상을 돌리고 정화하는 힘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소리가 들린다.
거문고의 힘찬 문헌소리와도 같고 젓대의 청아한 선율과도 같다.
그의 칼이 지나간 자리에는 선비의 절개가 흐른다.
청백과 근검, 후덕과 인의 그리고 정효의 큰 줄기가 바다를 이루는 듯 하다.
이제,
지나간 세월뿐 아니라 미래의 천 년을 담아내려는 선비 청암.
수 일간의 전시회는 짧은 순간이겠으나
거목이 전하는 빛과 소리, 그리고 절개를 우주는 기억할 것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연주자 박재호
작은 우주를 만드는···
··· 어깨의 힘이 동맥을 타고 힘줄에 이어져 칼끝에 전달되면 나무 조각들이 허공을 가른다. 그러면 딱딱한 나무에 일순간 온기가 퍼진다. 그렇게 새긴 글자 하나하나가 생명을 얻은 줄기마냥 공간을 휘저어 다닌다.
그것은 마치 가구 디자이너 ‘조지 나가시마’의 작품과도 같다. 그는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 죽은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데 사람들은 그것은 나무의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역시 청암의 작품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의 작업을 촬영하노라면 따뜻한 나무와 차가운 금속성의 칼이 부딪쳐 만들어 내는 소리에 그저 강한 소리가 전부인 셔터소리가 초라해진다. 아니 미안해진다.
분명 그의 작업은 생명과도 연관성이 있는 외과 의사와도 같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사람을 숙연하게 한다. 어쩌면 주눅이 든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작은 우주를 만드는 그의 작업을 한꺼번에 모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달나라 탐험에 비유할 멋스러운 구경임에 틀림없다.
부디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만드시길 기도한다. 그러면 또다시 탄생의 신비를 볼 ㅅ 있을 테니까···
사진작가 안응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읽어내야 할 나이가 돼버린 것 같다. 피 끓은 젊은 시절부터 칼과 망치만을 고집하여 살아왔지만 조금도 후회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지금 하던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득 이 봄에 몇몇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추자짓적 시절 싹수가 있었던 나는 어느 해 완행열차표를 살 돈이 없어 사생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 한 푼 두 푼 모아 내 손에 쥐어주며 잘 다녀오라던 이웃집 사람들의 따뜻한 온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아마도 왕고집을 피우며 서각에만 몸부림쳐온 것은 순전히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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