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탈춤은 닫힌 연극인 서구 연극과는 달리 열린 연극이다.
탈은비해부학적 형상과 구조의 조형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
무속적인 신령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 때문이고, 탈놀이가 성행했던 시기의 양반과 같은 세속적 비판의 대상을 풍자하려는 의도 때문
탈춤에서 연희자(演戱者) 즉 행동과 대사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사람과 구경꾼이 함께 하고 있으므로, 춤꾼과 구경꾼의 집단적 신명도 하나의 중요한 목표이다. 탈춤의 이러한 신명은 닫힌 연극인 서구 연극과는 달리 열린 연극이 되게 한다. 구경꾼과 춤꾼이 다 함께 어우러지는 탈춤이야말로 탈춤의 중요한 원리이자 특징이다. 탈춤은 대동굿판 속의 놀이, 놀이(극)를 통한 대동굿판의 강화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우리에게 전승되고 있는 예능탈, 연극탈은 조선후기 민간에서 활발하게 연희되면서 세속화, 현실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탈의 기원이 종교적 제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통해 탈의 형태는 신의 모습을 담으려는 노력 속에서 도출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탈의 모습은 신령이라는 초자연적 에너지를 시각적인 조형성으로 파악하려 했던 고대의 신앙적 기반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탈에서 이러한 신앙적 기반은 특히 무속과 연관하여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탈의 형상 속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비(非)해부학적 구조는 이러한 무속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여러 원리와 연관되었다.
우리의 탈을 분석해서 탈이 가지고 있는 비해부학적 형상과 구조의 조형적 원인을 알아보자. 한국의 탈은 인간의 형상을 기반으로 하되,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벗어나는 요소들로 조합되었다. 이러한 비해부학적인 조형성은 크게 사실적인 골상의 단축과 과장, 그리고 왜곡과 변형으로 나타났다. 먼저 단축과 과장에서는 인간의 전체 얼굴 생김새를 구조화하는 비례의 축소와 확대의 형태로 보여 졌고, 또 눈, 코, 입의 생김새와 입체감 표현이 해부학에 어긋나는 단축과 과장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왜곡과 변형에서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드러나는 표정이 해부학적으로 왜곡되었으며, 피부색과 얼굴의 대칭 구조가 변형되고, 나아가 아예 인간이 아닌 형상으로 변형되었다. 이렇게 분석된 탈의 비해부학적 형상과 구조의 조형적 원인은 첫째는 무속적인 신령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 때문이고, 둘째는 탈놀이가 성행했던 시기의 양반과 같은 세속적 비판의 대상을 풍자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한국 무속에서는 일찍이 외래 종교를 폭넓게 받아들였고 역사적으로 불교, 도교, 유교, 근대에 와서는 기독교까지 받아들여 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개방성 속에서 우리의 무속은 그 본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탈의 다채롭고 자유분방한 비해부학적 구조 속에는 한국의 무속처럼 다층적인 신의 속성과 세속적인 인간의 속성이 중첩적으로 녹아있다. 이러한 탈의 형상은 조선후기 각종 가면극의 캐릭터 속에 다시 살아 숨 쉬면서 친근하고 해학적인 예술적 아름다움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탈의 예술 원리는 한국미의 본질에 접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것이다.
한국 탈의 특징은 각 가면에 나타난 창조적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탈은 몇몇 신성시되는 탈(창귀씨탈, 놋도리탈, 장군탈, 소미씨)을 제외하고는 놀이에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는 탈놀이들은 예능적인 면이 두드러지지만 액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민간싱앙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한국탈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해학’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탈들이 대개 무서운 표정을 한 신이나 토템을 표현해 공고감과 경외감을 주는 반면, 우리나라 탈의 경우는 전반적으로 웃거나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 인간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사자나 원숭이 같은 동물탈도 인간화된 모습을 보인다) 봉산탈춤을 보면 우리나라의 탈의 사용하는 면에서도 창조적 생각으로 탈을 쓰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한국 탈은 놀이를 하는데 편하게 제작되었다. 주로 바가지나 종이, 나무 등으로 만들어 가볍고, 탈보(헝겁)와 노끈을 탈 뒤쪽에 붙여 놀이꾼의 머리 뒤쪽을 가리고, 쉽게 쓰고 벗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눈을 크게 뚫어 놀이꾼의 시야를 넓혔고, 천을 두툼하게 이마에 대고 탈을 씀으로써 놀이를 할 때 탈이 벗겨지는 것을 막고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탈 자체의 특징은 탈놀이의 춤사위 폭이 크고, 껑충 뛰어오르는 등의 역동적이고, 신명나는 탈놀이를 가능하게 했다.
봉선 탈춤을 하나의 예로 조사해 보면, 봉산탈춤은 산대도감 계통극으로서 다른 가면극과 거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벽사의 의식무 사상좌 춤과 지노귀굿으로 양반에 대한 모욕과 파계승에 대한 풍자를 하고 있다. 일부재처첩의 삼각관계와 서민의 가정생활 등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파계승, 몰락한 양반과 그 하인, 무당, 사당거사와 기타 서민들의 등장을 통하여 무속과 불교신앙과 권선징악의 테두리 안에서 호색과 현실 폭로의 익살과 웃음을 통하여 주제를 극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가면에 나타난 비일상의 세계를 보면 사자춤은 팔목 중에서 취발이가 승려의 신분을 벗어나 파계를 하니까 부처님이 이를 벌 하려고 사자를 보내어 벌을 주는 장면인데 이에 목중이 잘못됨을 회계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빈다, 사자는 이를 용서하고 회계하여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인간이 아닌 신의 전달자로 사자는 또한 인간의 신체로 동작을 표현하기 때문에 일상적이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동작으로 비일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굿 또한 행하는 사람이 주술적, 종교적인 의식등을 행하면서 의상과 소품들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신을 부름은 초일상 세계을 의미하고 신과 인간 ,그 공연에서는 관객과의 연결을 지을 수 있다. 이것은 반일상세계라 할 수 있는데 이것들이 합쳐저 비일상 세계를 이루는 것이다.
각 가면극에 나타난 성과 속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스러움의 개념을 말할 때 성스러운 모든 것, 속됨을 말할 때는 더러운, 다시 말해서 성스러움의 반대 개념이라 말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성스러움이란 종교의식, 그것은 인간이 아닌 신을 초월적 존재로 여기고 따르기 때문에 성스럽게 생각을 할 수 있다. 인간과 인간이 성스럽게 만나 아기가 잉태되는 것을 우리는 또한 성스럽게 보고 그렇게 생각한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스러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봉산탈춤의 극 중에서 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사상좌 춤이었다.(사상좌무四上佐舞, 무용에서, 봉산 탈춤 따위의 서막에 해당하는 춤. 상좌 넷이 등장하여 동서남북의 신에게 절을 하며 관객과 공연의 무사 안녕 따위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는 춤이다.) 이유는 탈춤놀이의 시작을 알리고 놀이판을 정화시키는 의미의 연기자와 관객의 안녕을 빌어주기 위하여 동서남북 사방신에게 절을 올리는 의식무이다. 이사상좌는 상좌넷이 등장하고 모두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을 메고 고깔을 썼다. 등장의 절차는 목중 하나가 상좌를 업고 달음질하여 등장하고 불림으로 타령곡을 청하여 장내를 한 바퀴 돌고 새면(악사석)앞에 상좌를 내려놓고 퇴장한다. 다음 상좌들도 같은 방법으로 넷째상좌까지 차례로 등장하여 일렬로 선다. 상좌들은 재비(악사)들이 연주하는 느린 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곡이 바뀌면 두 사람씩 동서로 갈라서서 대무한다. 다시 타령곡으로 바뀌면 첫째목이 등장하여 쓰러지고 상좌들은 타령곡으로 계속 춤추면서 퇴장하는 의식무이다. 미얄할멈이 난리통에 헤어진 영감을 찾아서 만나 정회를 나누나 영감에게는 이미 돌머리집이리는 소첩이 있어 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속됨의 의미를 갖는 것 중이 하나인데 속됨은 더러움을 나타내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먹고, 자고, 배설하는 그 모든 행위 즉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것을 속됨이라 말할 수 있다. 미얄할미가 헤어진 영감을 찾는 것도,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도, 영감의 다른 여자와 삼각관계로 싸우는 일 까지도 어찌 보면 속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다 속되고 있다. 미얄할미가 영감에게 맞아 죽어 극락왕생을 비는 굿의 의식에서 초월자를 통해서 춤으로 표현되는 것이 성스러움이라 생각한다.
우리탈의 색상이 갖는 주술적인 의미는 마을의 풍농기원과 관련되어 있다.
• 검은색 : 죽음의 계절인 겨울을 상징하며 북쪽을 상징한다. 늙은 탈에 사용되며 이는 생 산력 상실을 표현한 것이다.
• 붉은색 : 생산의 계절인 여름을 상징하며 남쪽을 나타낸다. 젊은이의 탈에 사용되며 이는 검은색과는 반대로 생산력이 왕성한 젊은이를 표현한 것이다. 봉산탈춤에서 늙은이 탈과 젊은이 탈이 싸워 젊은이 탈이 이기는 것은 겨울과 여름의 싸움에서 여름이 겨울을 물리치 고 생산의 계절인 여름을 승리하게 함으로써 풍농을 기원하는 것이다.
색깔에 따른 우리탈의 성격에 대해 알아보면 또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다.
• 붉은색 : 활동적이고 규모가 큰 탈들이 붉은색이다. 취발이, 말뚝이등의 젊은이의 탈과 양반 이나 노장 등 늙은이와 지배층을 공격하는 탈들에 쓰인다.
• 푸른색 : 원색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송파산대에서 흰색바탕의 머리와 볼 부분에 녹색이 원색으로 칠해져 있는 완보와 소나무 탈을 볼 수 있다.
• 흰색 : 험한 일을 하지 않고 귀하게 자랐다는 것을 뜻하는 색으로써 여성 또는 신분이 높 은 사람들을 표현하는 탈에 쓰인다. 양반은 허약하여 제도적 장치를 이용하여 위엄과 권위 를 유지한다. 민중은 지배층의 이러 한 삶의 현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신분적 특권의 허 위를 표현했다.
• 흑색 : 노장이나 늙은 중들은 거의 흑색탈로 표현된다. 노장은 수도승이 경지에 이른 고승 이지만 흑색으로 표현한 것은 고승들의 관념적 허위를 풍자하는 민중의식을 형상화한 것이 다.
• 암자색 : 가장 강한 색으로 삶에 대한 정렬적이고 투쟁적이며 자기세계의 한계를 극복한 인물의 표현에 쓰인다. 중, 초랭이, 선비탈에 쓰인다.
• 미색 : 제 구실을 못하고 무력하고 어리석은 인물의 표현에 쓰이며 양반, 이매탈에서 볼 수 있다.
• 미색 바탕의 백분화장 : 젊은 여성의 연약함과 부드러움을 표현하며 각시탈, 부네에 쓰인 다.
• 암황색 : 경제적, 신분적 차별에 따른 억압과 수탈의 대상이 되고 있는 소외계층의 어두 운 삶을 상징하며 할미와 백정탈에 쓰인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마치 탈을 쓴 가면극처럼 보인다. 우리 조상들은 민초의 마음을 탈춤으로 표현한 열린 표현활동을 보였다. 지금은 동원된 집단주의 형태로 바뀐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탈춤은 닫힌 연극인 서구 연극과는 달리 열린 연극이다. 탈은 비해부학적 형상과 구조의 조형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 무속적인 신령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 때문이고, 탈놀이가 성행했던 시기의 양반과 같은 세속적 비판의 대상을 풍자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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