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기자의 시선>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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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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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기자의 시선>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

 

아야, 이리와봐라야,”

새벽에 갑자기 친정엄마가 종종걸음으로 오시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방문을 급하게 두드린다. “저그 천장에서 도마뱀이 왔다갔다 한다 야.”

일어나서 엄마 방으로 따라가서 천장을 보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천장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자 엄마는 그럴 리가 없다면서, 도마뱀이 금방 천장 구석 구멍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한다. 다음 날 또 엄마 방에서 소리가 난다. “한결아, 저그 방바닥에서 개구리가 개굴개굴 안 허냐?” 아이도 역시 할머니, 방바닥에 무슨 개구기라 있어요, 저거 방석이잖아요.”

며칠 후 시어머니가 오셨다. 84세 되신 시어머니는 새벽부터 부엌에서 덜거덕 덜거덕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면서 아침을 준비하셨다. 나는 저녁형인간이라 우리 가족들의 아침은 본인들이 알아서 차려 먹고 가는 게 당연하게 되어있지만, 시어머니가 오시면 달라진다. 아침상이 푸짐해진다. 그런저런 소리에 잠을 깨어 들어보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시어머니는 89세이신 내 친정어머니가 노인복지센터로 출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밥을 차려놓고 친정어머니를 가서 부르신다. “아침 드셔야쥬. 얼른 나오셔유.” 시어머니는 충청도 분이셔서 충청도 사투리를 쓰신다. 그러자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 내 친정어머니가 천장을 가리키며 말하신다. “저기 저그, 도마뱀이 쑤욱 지나가네, 저그, 안보이요? 인자 들어가 부렀네 저그 구멍으로.”

, 어디가 뭐가 있다고 그런디유,” 그러자 친정엄마가 저그서 개구리가 개골개골 안허롸?” 또 시어머니는 얼른 아침 드셔야 복지관에 가시지유.” 두 분의 대화가 계속 들려온다.

두 분은 약간씩 귀가 먹은 상태다. 그래서 가끔씩 대화 하시는 것을 보면, 서로 딴 말을 하고 있지만, 행동을 보면 어색하지는 않다. 서로 눈치로 대충 알아채고 행동하시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는 내가 며칠 후 엄마 도마뱀이 아직도 있어?”하고 묻자 내가 헛것을 봤는게비다. 내가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하시며 헛웃음을 지으신다.

지난주에 지인들과 강원도 여행을 갔다. 그때 차에서 바깥 구경을 하던 중 누군가가 말했다. “저기 산에서 곰이 우리보고 손짓하네.” 그러자 또 저기 봐, 호랑이가 자네 왔다고 친구들 데리고 마중 나왔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두 어머니의 대화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친정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진 않았지만, 가끔씩 기운이 떨어지면 엉뚱한 말을 하곤 하는데, 꼭 그런 말처럼, 우리 일행도 겨울 설악산을 보면서 친정어머니처럼 엉뚱한 말을 하며 서로 웃고 있는 것이다. 여행 중 차안에서 즐거움 속에 나온 소리가 그러니까 우리 친정어머니가 하던 말과 그렇게 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여기에 내 친정어머니와 비슷한 치매증상이 약간씩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여 또 웃었지만. 이처럼 가끔 엉뚱한 말이라 해도 웃어넘길 수 있는 말이 있고 그렇지 않은 말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엉뚱한 말에 대해서도 가끔 치매기가 있는 것인가 하며 웃음이 나오곤 하는데 요즘 손혜원 의원 목포 이슈를 보면서도 그랬다. 박지원 의원의 나는 지금 떨고 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이 나 떨고 있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떨고 있는지, 그가 일일이 해명하지 않았지만 목포가 지역구인 박 의원이 처음엔 문제가 상당하다. 직접 검찰 의뢰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하다가 지금은 엉뚱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가 본 도마뱀과 개구리는 진짜 치매기가 나타나 헛것을 본 것이고, 우리가 여행 중 본 겨울 설악산의 곰과 호랑이는 동화처럼 흥미를 안겨준 상상 속 동물들이다. 그렇다면 박지원의원의 말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말일까. 아마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은 것을 보지 못했던 자신을 깨달아서일 것이다.

그리고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이슈는 어떠하기에 박지원 의원이 내 친정엄마처럼 이랬다저랬다 한 것일까. 이 일을 두고 어떤 사람은 부동산 투기라 하고 또 문화재 투자라 하고, 어떤 사람은 낙후된 목포에 희망을 준일이라 하고 있다. 공인인 국회의원이 한 일이라서 사건화 되고 이권개입까지 들춰지고 있는 것은 안타깝지만, 만약 먼저 알고 선수 치는 투기였다면, 다수에 이익을 주는 일이라 해도 밝힐 것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손의원 목포 이슈를 보면서 왠지 그런 투자마저도 부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강진 중심가도 목포 창성장 여관 일대처럼 낙후된 것은 마찬가지여서 차라리 그렇게 나서는 유명인 투자자들이 있다면,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진지 견학이라고 도시 재생이 된 곳도 가보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을 한 후 10여년이 지났어도 인구도 별로 늘지 않고 젊은이들도 모여들지 않았다. 도시재생을 하기 어려운 것도 고령화된 사회에서 팔지도 그렇다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있어, 개발조차도 힘들고, 더군다나 개발을 한다 해도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국비가 투입되고 개발을 하면 지금보다 집값이 오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먼저 용기를 내어 들어와 살았고, 자본을 투자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대가인 것이다. 우리의 아들딸들, 조카. 지인들의 자녀들이 도시의 삶을 버리고 들어와 살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한번 생각해보자. 쉽지 않다.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지가 된다 해도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 그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터전을 잡고 살 젊은 인구를 유입시키는 일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겨울 설악산에서 곰과 호랑이를 상상하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시어머니가 열흘을 있다 가실 때, 내가 쓰지 않아 묵혀있던 겨울 손 장갑을 드렸다. 그러고 다음 날 아침 친정어머니가 복지관에 출근하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시더니 내게 물었다. “장갑 있으면 하나 주라. 없냐?” 아이고, 나는 왜 친정어머니가 장갑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동안 한 번도 장갑얘기를 안하시던 분이 갑자기 장갑을 말씀하신다. 아마도 시어머니의 장갑을 본 것일까. 다음 날 남편이 친정어머니의 장갑을 사다드렸다. 그날 밤, 주무시는 친정어머니 머리맡에 장갑이 고이 놓여있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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