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 기자의 시선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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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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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기자의 시선 3.12
사람의 향기

내가 운영하는 카페 입구에 있는 작은 칠판에 써 놓은 글이 있다.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사람은 한 송이 꽃이 피듯 침묵하고 있어도 저절로 향기가 난다.’ 언젠가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준 인간의 정이란 짧은 글 속에 들어 있는 문장이었는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여러 번 반복하며 읽게 되었고, 그런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아는 동생이 이 칠판 글을 사진으로 찍어가서 내게 보내주며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찍어 왔는데, 정말 향기가 난다고 했다. 그 글을 써 놓은 지가 1년이 다 되었지만, 그 글은 지금도 그대로 있다. 그런데 그 동생이 며칠 전 와서 그 글이 좋아 또 찍어 간다고 했다. 나는 게을러서 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나도 그 글이 너무 좋아서 지우고 싶지가 않았다. 향기라는 것은 꽃에서 나는 좋은 냄새를 말하는데, 우리는 흔히 향기가 좋아, 나빠하는 말을 쓰곤 한다. 이 동생처럼 예쁜 것을 보고 느낀 그대로를 예쁜 말로 표현할 때 새봄의 향긋한 냉이꽃향기를 느꼈다.

나의 직업은 여러 개다 그 중의 하나가 플로리스트다. 그래서 오랫동안 꽃향기와 살아온 사람으로서 사람들의 꽃향기 취향을 많이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장미 향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프리지아 향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백합향기를 좋아하듯, 사람들의 꽃향기 취향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꽃향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선택적으로 백합향기는 싫어또는 장미 향기는 싫어라며 어떤 꽃의 향기를 싫다고 하는 사람도 본다. 그리고 꽃 자체가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요즘 꽃들은 향기가 별로 없는 꽃도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누가 백합향기를 싫다고 해서 백합이 꽃이 아닌 것도 아니듯이, 향기가 없어도 꽃이듯이, 사람도 호불호로 그 향기가 다를 뿐이다.

그렇듯 사람에게서도 향기를 느낀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향기가 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 중에서 수선화 향기처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초등 때 다니던 성당에서 본 그분의 연세는 아마도 육십 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했지만 단정하게 쪽진 머리를 하셨는데, 얼굴 표정과 미소는 언제나 성모마리아처럼 인자하신 모습이셨다. 듣기로는 누워계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계시면서도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에는 솔선수범하시는 천사 같은 분이셨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분이 우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눈물바람을 하며 성당 밖으로 뛰쳐나가던 뒷모습이 내가 본 그 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어린마음에 가슴까지 스미는 향기를 남겼다. 또 한 사람은 이십대에 늘 마주치던 한 아주머니다. 사십대 중반정도로 보였던 그 분은 장미 중에서도 주황색 장미 향기를 가진 분이었다. 까만 머리를 올려 올백머리를 했던 그 분은 항상 진한 화장을 했지만, 얼굴 표정과 걸음걸이나 말에서 당당함과 품위가 느껴졌다. 몇 마디 해보지 않았던 그 분은 이후 나의 룰모델이 되었는데 나도 사십대가 되면 저 분처럼 되어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진한 향기를 남겼다. 요즘은 카톡으로 사람의 향기를 많이 느끼게 된다. 잘 알지 못해도 늘 안부를 주고받게 된 분들이다. 카톡에서 인생의 향기가 난다.

최서림 시인의 사람의 향기라는 시를 읽었다. 오십견이 처음 찾아왔을 땐 노래 <청춘>을 듣다가 밤 부엉이처럼 울었다./육십 고개 넘어서면 나이도 재산으로 쌓이는가./ 머리가 희끗희끗해질수록 목소리가 깊어가는 가객을 생각한다./ 늦은 가을 저녁, 나무는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껍질도 갈라터지고 속이 단단하게 채워질수록 나무의 향을 제대로 맡을 수 있다.

누가 어떤 꽃의 향기가 싫다고 해도 그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래서 향기가 아닌 것은 그저 냄새일 뿐이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스님처럼 만인에게 사시사철 향기가 된 분들도 있지만, 고약한 냄새만 풍기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은 하는 말마다 고약한 냄새를 풍겨서 많은 사람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311일에 광주법정에 서게 된 88세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악취같은 냄새가 그렇고, 그 냄새를 향기라고 말하는 사람 그의 아내 이순자씨가 그렇다. 그의 마지막 회고록에 쓴 내용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다시 법정에 서게 된 그 분을 보면서, 늦은 가을저녁, 나무는 잎사귀를 떨어뜨리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는 시인의 시구를 알려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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