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 기자의 시선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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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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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기자의 시선 4.2
흔들리며 피는 꽃

엄마, 엄마는 내가 착한 아들이라고 생각하죠.”

대학생 아들이 어느 날 말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데? 지금까지 네가 누구를 먼저 때리거나 나쁜 짓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당하고서 마음 아파했던 일만 생각나는데.”

그렇지 않아요. 엄마는 저를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들은 초..고 학창시절에 있었던 몇 가지 사연들을 털어놓았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었다. 한 아이가 몇 명의 아이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내게 전화를 해왔다.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서 당하고 있는 아이는 또래의 남자아이였는데, 세 명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후 교감선생님께 알렸는데, 교감 선생님은 내게 신고한 아들까지 4명을 복도에 세워놓고 슬리퍼발로 걷어차기도 하면서 심하게 혼을 내셨던 일이었다. 4명의 아이들에게 모두 반성문을 써오라고 했는데, 아들은 당시 그 일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난다고 했었다. 왜 신고를 한 자신까지 세 친구들과 똑같이 혼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옆 친구들에게까지 죄책감이 느껴졌다며 한참동안 분을 이기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엄마로서도 선생님께 알린 것이 잘못이었는지 따져보고 싶어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저 선생님의 방침이 그런 것인가 보다며 달래고 참으라고 했던 일이었다.

엄마, 그때 사실 나도 그 친구를 괴롭혔었어요. 그런데 세 명의 친구들이 너무나 지나치게 해서 먼저 왔는데, 고민하다가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엄마한테 말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12년 전의 일이다. 그 아이가 또래들에게 왕따를 당한 이유는 뭔가 좀 특이하다는 이유였다. 친구들과 같이 하지 않으면 저도 왕따를 당할까봐 같이 행동했었고, 이후 중학교에 들어가서 좀 친하게 지낸 것은 전에 괴롭혔던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으며, 계속 당하는 친구를 방관할 수밖에 없었기에 자신은 절대 착한 아들이 아니었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또래친구들과의 관계가 사회를 알아가는 시작이다.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경쟁하고 싸우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공부보다도 학교 내에서 아이들의 사회성에 대해서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은 작은 미물에도 쉽게 상처를 입고 아파하고 고민하며 성장해간다는 사실을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15살 된 김 군이 투신했다는 뉴스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 이유가 도덕시간 자습을 하던 중 선정적인 만화를 봤다며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은 이후 발생한 일이다. 김 군은 성인물이 아니라 여성의 그림이 담긴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도덕 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뭐냐고 했고, 주변 학생들은 웃었다.

도덕 교사는 김 군에게 벌로 20분 정도 얼차려를 줬고, 김 군이 이어진 체육 시간에 나가지 않았지만 체육교사는 김 군이 수업에 빠졌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cctv에서 김 군은 4층 교실과 5층 복도를 오가며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찍혀있고, 김 군의 도덕 교과서엔 무시 받았다. 살기 싫다. 내용은 확인도 안 하고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친구들은 혼내지 마시고라고 써있다는 거였다.

아주 사소한 일 같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한테는 그 무엇보다도 큰 마음의 상처였던 것이다. 더구나 1교시 국어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을 도덕선생님이라고 했다니, 친구들에게 조롱거리가 된 자신의 비참함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고, 그 상황은 성장하는 청소년이기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흔들리며 피어나야 할 김 군의 꽃은 일찍 꺾어지고 말았다. , 그까짓 일에 목숨을 버리느냐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어른들은 이 보다 더 사소한 일로도 목숨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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