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공 안우장군과 문정공 고은 안지선생
-탐진안씨 관향지는 강진 성전면 대월리~송월리
전 초등학교 교장 안경순
성전면 송월리 산 27-3번지에는 월출산의 정기가 내리고 백운동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옛 호숫가에 집채만한 크기의 신령스러운 바위가 있으니 이 바위를 일컬어 ⌜안지바위-낚시바위⌟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지난 5월 2일(2019년)에는 탐진안씨대종회(서울)와 탐진안씨 문정공파 종중회(경북 경산시)가 주관하여 이곳에 순흥안씨 탐진군, 휘 원린 선조님 유허지 비를 세우고 고유제를 올렸다. 전국 3만여 종친들을 대표해서 경산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참석하였고, 이 고장 기관장과 유지들께서도 많이 참석해 성대한 행사를 치룬 것이다. 이날 행사에 탐진인 안민석 국회의원(3선-문체분과위원장)은 화환을 보내 축하를 해주었다.
순흥안씨 사세(四世)이신 문성공 회헌 휘 안향(珦)의 손자이신 문숙공 휘목(牧)께서는 유삼자(有三子)하시어, 장자(長子)는 순성군 휘 원숭(元崇)으로 순흥안씨 종파이시며, 차자(次子)는 죽성군 휘 원형(元衡)으로 죽산안씨의 파조이시고, 삼자(三子)는 탐진군 휘 원린(元璘)으로 이 분이 탐진안씨의 파조이시다.
문열공 원린께서는 고려 충정왕 때에 정당문학, 검교중추원사로 나라에 공훈이 많아 문열공 시호를 받으시고 탐진군으로 봉군되셨으며, 식읍을 탐진(강진)으로 받으셨다. 이후 후손들은 탐진(耽津,강진)을 관향으로 삼으니 이 분이 탐진안씨의 파조이신 것이다.
탐진군 이세(二世)인 문충공 오성군 안우(祐) 장군은 용맹하고 지덕이 뛰어나 장수와 재상의 도량이 있었으니 고려 공민왕 때에 벼슬이 추충절의 응양군 상장군이 되었다. 조일신의 난을 평정한 공훈으로 군부판서 상호군에 오르고 정난공신의 칭호를 받았다. 이후 도만호, 평장정사 등 벼슬을 거쳐 오성군(鰲城君:옛 탐진고을 이름을 쫓아) 봉호를 받았다.
20만 홍건적의 난 때에는 서울(개성)이 함락되고 공민왕은 복주(안동)으로 몽진할 때 공이 도원수가 되어 홍건적을 물리치니 개성을 탈환하는 큰 공을 세우셨다. 그 승전보가 복주 행재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적신 김용의 피해를 입고 돌아가시니 모두가 억울하고 원통하며 애석해 하였다. 이에 정몽주 선생이 임금께 주청하여 공의 장례를 치루고 원한을 풀어주었다. 임금은 크게 슬퍼한 후 공의 아들에게 금관옥대를 하사하고 문충공 시호를 내리셨다.
이조 정조 때에 숭의전(崇義殿)에 고려 공신 16공신 중 하나로 모시고 배향하였고, 학역재 정인지는 ⌜정난공신오성장군 문충공전⌟을 짓고 추앙하는 그런 용맹한 충신이었다.
탐진군 6세인 문정공 고은 안지(止 :1384~1464) 선생은 세종조의 제일 문신으로 왕도정책을 보필하여 국가의 융성을 크게 떨치게 하였으며, 태종 14년 문과 친시에 1등으로 급제하였고, 세종대왕 때에는 집현전 대제학과 세자빈객(문종의 스승), 정당문학, 검교찬성, 공조판서 등의 벼슬을 거쳐 성균관사에 임명되었다.
선생은 학문을 좋아하여 문장과 시, 글씨가 뛰어나 세종 27년 정인지와 함께 용비어천가를 찬술하였다. 집현전 대제학 시절에 양평대군의 회유에도 중도를 지켰기에 계유정난의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학문과 인격이 뛰어나고 인품이 높아 윤회, 권제, 정인지 등과 학문을 장악하고 교유하였으며, 점필제(김종직) 등 사림들의 추앙을 받는 의로운 선비였다. 세조 즉위시 민수사옥(사초) 때에 제조(종1품)였던 공께서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 본관인 탐진(강진)에 귀양살이로 내려왔다. 나중 임금께서 다시 불렀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10여 년을 한가롭게 지내셨다.
공께서 영암에 귀향하여 살고 있는 존양 최덕지(1384~1455)에게 보낸 서한시 한 편이 있다.(28수)
贈崔存養德之(증최존양덕지)
-전략-
我鄕是耽津(아향시탐진)
絶無城市喧(절무성시훤)
欲往搆小盧(요왕구소로)
更喜近高門(갱희근고문)
相邀了可期(상요료가기)
往來開芳樽(왕래개방준)
一生共陶然(일생공도연)
不任成微醺(불임성미훈)
최 존양덕지에게
나의 옛 고향은 바로 탐진(강진)이니
이 고을엔 법석대는 저자가 없네.
그곳을 찾아가 자그마한 집 지으려 하는데
그대 집과 가까우니 더더욱 기쁘구려.
서로 맞이하여 만날 기회 잦노라니
서로서로 오가면서 술동이를 열어봅시다.
일생을 서로서로 즐기노라니
생각지도 않게 얼큰한 취기에 몸이 달아오르는구려.
존양 최덕지는 안지 선생과 같은 연배로서 태종 5년 문과에 급제하여 옥당, 대각을 거쳐 예문관 직제학을 지내다 사퇴하고 고향 영암에 내려와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배양하는 사림의 추앙을 받는 선비로서, 월출산을 사이에 둔 영암과 강진이어서 서로 교유하셨을 것이다.
학덕이 높으신 고은 선생은 세조조에서도 영중추원사봉조하가 되시어 평생 녹봉을 받는 영광을 누렸으나 매우 청백하시어 비바람조차 피하기 어려운 집에서 살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임금께서 전라도관찰사에게 유시하여 의복과 식량을 보내도록 하였다.
공은 학문이 높아 세종조에서는 큰 문화를 떨쳤고, 세조조에서도 지혜와 의로움으로 사림의 추앙을 받으며 봉조하의 영광을 받으셨다. 노후에는 입출의 분별을 지키며 귀향살이에 청빈하고 정직한 선비로서 귀감을 보이셨다.
탐진골 대월리에 안첨사 마을이 있었고, 송월리에 안지바위 낚시터의 유적이 있다. 바로 이곳이 용맹하고 의로운 충신 문충공 안우장군과 의롭고 청빈하며 학덕이 높아 사림의 추앙을 받은 선비 문정공 고은 안지선생이 탐진의 후예이어서 모두가 자랑스럽고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 정신과 가르침은 이곳 안지바위 유적지를 통하여 널리 전파되어야 옳을 것이다.
경북 경산시의 조곡서원과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는 위 두 분을 배향하는 사우와 신도비가 있고, 고은 선생 문집에는 많은 유묵과 유물 자료가 실려 있으며, 명지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주최로 3회의 학술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이곳 안지바위 유적을 찾는 이들이여, 문충공 안우장군의 충절과 의로움, 문정공 안지선생의 학덕과 의로움, 청빈함 그 얼을 듬뿍 받아 가소서!
사진
문정공 고은(皐隱) 신도비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조곡리 소재)
문충공 신도비(文忠公) 신도비(神道碑)
강진 성전면 송월리에 있는 안지바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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