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기자의 시선 '너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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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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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기자의 시선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 결혼, 해도 될까요? 저는 서울대학교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 따고 돌아왔구요. 집이 굉장한 부자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의사이셔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이 살았어요. 남자는 고졸이고, 지금 직업은 특별히 없지만 정치하고 싶어 해요. 스피치 학원 잠깐 했었는데, 선거 몇 번 떨어져서 지금은 무일푼이고, 월세 방에서 가족이랑 살아요. 홀어머니가 편찮으시고 시누이가 한 명 있는데, 심장병이 있어서 결혼하면 제가 둘 다 모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자는 재혼이에요. 첫 사랑과 결혼했는데 사별해서 지금 중학생인 아들이 두 명 있어요. 물론 제가 키워야 되구요. 저는 초혼이에요.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 단 한 사람도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 없네요. 인물됨은 정말 훌륭한데,,, 그는 내가 필요하고, 자기와 아이들을 돌봐주기를 바란대요. 저를 사랑한대요. 이 결혼 괜찮을까요?

위 글은 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의 이야기이다. 이희호 여사님이 별세하신 지난 610일 카톡으로 받아본 글이다. 한 여자가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 앞에서 얼마나 큰 고민을 했을까 상상해 보면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이스 로마신화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에서 프시케가 겪는 세 가지 시련이 있다. 프시케에게 심한 질투를 느낀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에게 그녀가 괴물과 사랑에 빠지게 하라고 한다. 그러나 프시케의 방에 간 에로스는 프시케가 눈을 뜨려고 하자 쏘려고 했던 금 화살을 자신의 손에 맞혀버리면서 꼬마였던 에로스의 몸이 커지고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다. 이후 프시케는 인간과 결혼할 운명이 아니라 괴물과 결혼할거라는 운명을 알고 받아들이며 파르나소스 산에 혼자 남는다. 이때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프시케를 구름에 태워 궁전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프시케는 신랑을 만나 행복하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누구인지 모른 체 살아간다. 그러다가 두 언니를 만나게 해 달라고 남편하게 부탁하여 거절당하지만 결국 만나게 된다. 두 언니들은 프시케에게 질투를 느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신랑이 괴물이 아니냐고 놀리며 등잔과 칼을 숨기고 밤에 몰래 보라고 시킨다. 언니들 말에 의심을 갖게 된 프시케는 남편의 정체가 사랑의 신 에로스임을 알고 놀라 등잔 기름을 에로스의 팔에 떨어뜨리게 된다. 에로스는 말없이 노려본 후 흰 날갯짓을 멈추고는 말한다. “사랑이 어찌 의심과 한곳에 기거할 수 있겠는가에로스가 프시케를 본 체도 않고 날아가며 남긴 명언은 사랑은 의심과 같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시케는 후회하며 에로스를 찾아 나서고, 아프로디테에게서 세 가지 시련을 받게 된다. 첫 번째가 아프로디테가 키우는 비둘기들의 모이를 분류하는 것이다. 곡식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서 분류가 힘들지만, 에로스는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개미들을 불러 푸시케를 도와 해결해준다. 두 번째 시련은 황금빛 털을 가진 양의 털을 조금 가져오는 것인데, 이번엔 강의 신이 나타나 햇빛이 지고 시원해진 그늘에서 양들이 순해진다는 정보를 알려주며, 양들이 풀 속을 지날 때 거기에 걸린 양털을 뽑아야한다고 가르쳐줘 해결된다. 세 번째는 저승 세계로 내려가 저승의 왕 하데스의 왕비 페르세포네에게서 아름다움을 얻어오는 일이다. 페르세포네는 마침 아도니스 때문에 아프로디테와 사랑싸움을 하고 있어 아프로디테에게 복수하려고 잠을 선물한다. 그런데 프시케는 저승에서 나오다가 상자 안이 궁금해서 열게 되고 얼굴에 찍어 발라 깊은 잠에 빠져든다. 영원한 잠이다. 에로스가 그 소식을 듣고 감옥을 탈출하여 프시케에게서 잠이라 것을 다 빼낸다. 둘은 더욱 사랑하게 되면서,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허락을 받고 정식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제우스가 준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먹은 프시케는 불사의 여신이 되고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바로 기쁨이다. 사랑이란 시련과 고통을 다 겪어도 서로의 마음과 의지가 있다면 결국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신화이야기다.

이희호 여사는 프시케 신화처럼 참 기쁨을 누리고 계실 것 같다. 두 분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희호 여사가 에로스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프시케처럼 다가왔다. 그만큼 이희호 여사의 사랑은 그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과 강인함으로 한 남자의 아픔을 씻어내고 일어서게 한 훌륭한 삶이셨다. 푸시케가 세 가지 시련을 이겨내며 불사의 여신이 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도운 에로스처럼 여사는 기독교적 사랑으로 헌신하셨다. 그래서 평생 험난한 길을 걸어갔던 김대중이라는 한 남자와의 동행은 푸시케가 만난 강의 신처럼 또 하나의 지팡이가 되었고, 잠이 들라치면 깨어 있도록 하여 훌륭한 대통령으로 반듯하게 서게 하셨다. 평소 여사가 강조했던 부부는 동등하다라는 표현만으로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권과 위상을 충분히 높이셨던 분이셨다. 1922년생이셨던 이희호 여사가 한 남자와의 결혼을 두고 고민했던 글을 보면서, 마치 괴물과 결혼할 것 같은 운명을 느낀 푸시케가 보였다. 그러나 사랑의 신은 착한 그녀를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신화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결혼, 해도 될까요?’라는 말은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엘리트였던 한 여자가 괴물 같은 한 남자와의 사랑에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으며 갈등한 흔적이 묻어난다. 황지우 시인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쿵쿵 거리는 가슴처럼 말이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곳에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아주 먼 데서/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이제 두 분의 결혼이야기는 하나의 아름다운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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