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년 11월 20일 윤동주 시인이 쓴 시 ‘서시’다. 1945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 나이에 요절하여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했고 서시는 1948년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을 통해 알려졌다. 조국이 없어진 절망적인 시기에 존재의 이유를 서정적으로 표현하여 해방 후 혼란시대에 방황하던 젊은이들에게 위안을 주었던 시다. 그런데 윤동주 시인과 같은 또래의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지나치게 일본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현실은 일본이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무조건 일본 것이 더 좋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20살 아들에게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을 주문해달라고 했더니 일본작가 스미노요루의 소설 밤의괴물이 같이 왔다. 스미노요루의 첫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가 일본에서 히트를 친 후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을 받았는데, 아들은 그의 소설이 재밌어서 같이 구입했다고 했다. 우리 집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이나 기사단장죽이기도 모두 아이들이 구입한 책이고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에 등극한 일본소설이다. 그런데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아들은 밤의괴물을 그 전에 구입해서 다행이고 앞으로는 일본 것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순간, 이런 건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이지만 두 나라간 상황은 모든 것을 단절시키고 있다. 그런 아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아들은 학교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배웠지만, 시험위주의 공부만 한 까닭일까 그다지 큰 감흥은 없다고 했다. 그러니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암울한 시대, 그 시대 한 청년의 가슴을 헤아리기나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해도 우리 아들들은 지금 똘똘 뭉쳐서 일본에 대응해야 하는 그 길을 가야한다고 강하게 말하고 있으며,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주변국가와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1919년 3월 1일 유관순 누나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친지 100년이 흐른 2019년 요즘, 우리나라는 다시 일본과 적대관계에 직면하고 있다. 92세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올해 100살인데 아버지는 일본으로 징용을 가셨었고, 일본 북해도 벌목지에서 벌목을 하다가 해방을 맞으셨다고 했다. 이후 징용 간 동료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고자 했지만, 돌아올 수단이 막막하여 북해도에서 가까운 소련의 사할린으로 많이 넘어가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그 길로 가던 중 아무래도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한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서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참으로 다행이지만, 소련 땅 사할린으로 넘어간 분들은 영영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 사람이 되고 말았다. 지금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대해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젊은 시절 고된 노역을 하고도 임금을 착취당한 분들, 강제징용을 다녀온 분들에 대한 보상 문제의 보복절차로 보고 있다. 2018년 7월 20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사법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개입하여 재판을 지연시켜 처음 소송을 한 4분 중 두 분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자 일본은 박근혜 정부처럼 문재인정부도 사법부에 개입하여 끝내기를 원했지만 13년 8개월만인 2018년 10월 대법원은 4명에게 각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징용 피해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고 이로써 독일과 달리 전범국가라는 것이 세계에 인식되지 않은 일본을 확실히 전범국가임을 증명하게 된 셈이다.
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는 어르신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7080대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고 있자면 가슴이 좀 답답하기도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으나 이후 6.25전쟁을 겪으며 가난한 시절을 보내신 분들의 말씀이어서 이해를 하며 듣는다. 그 분들은 우리나라가 절대 일본을 이겨낼 수 없다며 정부 대응에 비판을 하신다. 우리나라가 해방 후에도 좌우익으로 나뉘어져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일본은 자국의 복구에 힘쓰며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일본에 30년 뒤졌다느니 20년 뒤졌다느니 이런 말들을 하며 일본을 따라가고자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자체마다 선진지 견학이라고 해서 일본을 얼마나 다녀왔으며, 일본에 대한 배울 점을 늘어놓았던가. 물론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만행을 저지른 일은 용서하기 어렵지만,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은 맞는 말씀이다. 그렇다 해도 과거사를 그냥 없는 일로 하자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는가. 친구가 되려면 과거 잘못한 일에 대해서 사과하고 합당한 사과를 받아들여야 친구가 되는 것 아닐까. 6.25전쟁 이후 연장 하나도 일본 것을 쓰면 오래 쓸 수 있어 좋았던 시절이 있었고,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우리의 적은 북한이었고, 일본은 우리의 우방인 시대를 지금까지 살아왔다.
8월 2일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최종 제외시킨 날이다. 서로 우방국가가 더 이상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반도체는 일본에서 90퍼센트를 수입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주축을 막아서고 그에 따른 피해가 많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총리나 국가의 수장들이 매우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을 보니 상당한 경제적 압박 타격이 있는 일임을 느낄 뿐이다. 이 시기에 북한은 방사포인지 미사일인지를 몇 개 발사했다던가. 남수와 일수가 개울을 사이에 두고 돌다리를 건너다 말다툼을 하고 있는데 정은이가 저쪽에서 돌멩이 몇 개를 던졌다. 그 돌멩이가 어느 쪽으로 많이 갔다던가. 그에 대한 대답은 저수지 건너편에 사는 머리가 노란 아이가 해줬다. “그것은 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다. 정은이는 신뢰를 깨 나를 실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은이가 얻을 것이 아주 많다.” 이대로 간다면 이제 우리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100년 전처럼 다시 일본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수가 남수에게 “너 하고 더 이상 친구하기 싫어”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아시아의 평화가 깨져가고 있다. 백색국가 제외라는 경제침략에서 양국이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맺은 지소미아마저 깨진다면 세계 평화까지 건드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그러니 절대 오래가지 않고 서로 관계개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우리는 예전 금 모으기 운동처럼 똘똘 뭉쳐서 일본의 경제적 침략을 잘 이겨내는 힘을 발휘해야 할 시기다.
오늘 아침 평소 모자부터 발끝까지 흰색으로 깨끗하게 차려입으신 김재식(89)어르신을 만났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시켰다는 다음 날이다. 나는 인사를 드렸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시켰다고 하던데, 백색으로 멋지게 빼 입으셨네요.” 그랬더니 어르신이 웃으시며 답변하셨다. “이 구두도 비니루 아녀, 가죽구두여.”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