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사람 사는 이야기> 마량면 신마 이장 이재범 씨

어떤 일에도 정직하게 사는 것을 자부심 하나로 아는 사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람은 언젠가는 불귀의 객이 되지만 이름뿐 아니라 우리들에게 겸손함과 베푸는 삶이라는 거대한 유산을 남기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남의 좋은 점을 보는 것이 눈의 베품이라고 했다. 때로는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남에게 주는 베품이 되고. 사랑스런 말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입의 베품이다. 쉽지가 않지만 자기를 낮추어 인사함과 곱고 착한 마음이 몸으로 익혀 행하면 그 또한 남에게 베풀어가는 일이다.

재물을 남에게 베풀면서 아깝다는 마음이 없어야 탐욕심이 없어지고, 구걸하는 사람에게 자비심을 내야만 분노심이 엷어진다고 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이 쉽지만 지켜지기 어렵다. 단지

내가 마음을 어디에 두고 그 길을 가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그렇게 실천하는 일은 그 누가 만들어 줄 수가 없다.

그러나 남을 바라보는 마음이 베풀어 가는 눈과 말로 바라보고 산다면 이처럼 쉬운 일은 또한 없다. 내가 그 무엇을 바라는 마음이 없이 행하는 것이 진정한 베풀어가는 삶이 될 것이다. 오늘 이재범 씨의 이야기를 옮기며 진정으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이재범 씨는 누구?

삶을 살아가는 것에 베품과 나눔을 바라보고 열심히 앞장서 실천하는 사람

이재범 씨는 마량면 신마 마을에서 묵묵히 이장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이장을 했던 기간을 합쳐본다면 약 30여년이다. 마을을 위해 내 삶을 다 바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 남다른 이웃사랑으로 베품과 나눔을 몸소 실천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어떤 일에도 정직하게 사는 것을 자부심 하나로 알고 그 길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기 일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모든 일을 추진하고 항상 불우한 이웃을 생각한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행동으로 지역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삶에는 항상 앞서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이 우선이 아니라 남의 일이 먼저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마량에 나가 농협에서 물건이나 비료, 농약, 다른 곳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그곳에 두고 오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나가서 그 물건을 차로 가져와 어르신 집에까지 배달하는 배달부까지 한다. 주민들이 애로사항이 있어 그 사정이야기를 이재범 씨에게 말을 하면 그 사정 이야기를 들고서는 성격상 그 일을 해결해 주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천성이 남을 돕는 것이 몸에 배어있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내 살림보다. 내 욕심보다는 마을이나 이웃을 먼저 바라본다. 누가 기름이 떨어졌다고 하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기름을 구해서 가져다 드린 성격이다.

본인의 일을 마치고 나면 마을의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기 때문에 절대고민은 없었다. 삶이란 열심히 뜻을 모아 노력하면 그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살았고 또 그렇게 되었다. 지금도 선‧후배들이 찾아와 그 어떤 문제를 위해 이야기 하면 해결 방법을 찾아서 해결에 앞장선다. 어떨 때는 이루어진 성과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어떤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은 내 스스로 노력하며 봉사하는 자세에서 자연적으로 나의 가치가 형성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는 삶에서 항상 현실에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다. 인간이 어느 것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것 하나를 더 얻기를 바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이다. 그러나 이재범 씨는 항상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다. 더 큰 것을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얻으면 반듯이 다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지금에 만족하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그가 행복한 사람인가 싶다. 지금의 현실에서 볼 때 재벌도 아니고 소위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경제적 수준의 높이에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는 항상 지금의 만족함에 마음이 머물러 있다.

그래서 그는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먹고 입고 살 수 있는 정도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더 많은 것을 원하거나 더 채워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만족하고 조금 생산성이 높아지면 다시 남과 나눔을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래서 인지 항상 생각지 않는 것에서 다시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나의 베품이 다시 돌고 돌아서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리라 생각 된다.

이재범 씨는 마량에서 태어났다. 아주 어렸을 적에 신마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서 6.25사변을 겼었는데 그 때는 아주 어린 나이었다. 생각나는 것이 가족과 원포로 피난을 갔는데 그곳에서 앞을 못 보는 딱샘 할머니가 물에(오이)를 따주니 어린 마음에 울었다. 앞을 못 보시던 할머니가 손에 넘겨준 모습에서 놀라서 울었다. 시간이 지나 자라서 그 때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니 커서 나도 남에게 어떤 환경에서도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67년에 군대를 갔다. 군대 입대를 한지 7개월 만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일명 '김신조 사건'이다. 1968년 1월21일 밤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중무장한 북한군 31명이 남한에 침투했다가 28명이 사살되고 2명이 도주한,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다. 유일한 생포자 김신조의 이름을 따서 일명 ‘김신조 사건’으로 불린다. 당시 이재범 씨가 근무하던 부대에 있었던 일이다. 이른 아침 정문에 침입하여 대대장을 만난다고 하여 옷차림으로 보아 수상히 여겨 정지시키자 도망을 가다가 피엑스에서 50m를 지나 나오던 본부중사를 사망시키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순간의 일이었다. 아침의 총소리에 부대원이 출동을 하고 침입한 2사람을 사살 시켰다. 나머지는 도망을 가다가 다른 부대에서 사살 되었다.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었다. 이제 신참인 졸병시절에 있었던 일이었다. 상상만 해도 얼마나 떨리고 가슴 조였던 시간이었겠는가 싶다.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하면서 2년을 보냈다. 마을 어르신들께서 마을 반장을 하라고 했다. 어르신들 말에 따라 반장을 한 뒤 3년이 지난 75년에 신마마을 이장을 1년을 하고 76년에 마을 어촌계장을 하게 된다. 이어 수산업에서 대의원과 이사까지 하게 된다. 그동안 마량의 어촌에 관한 일들을 많이 했다. 눈감고도 어떤 위치의 환경 조건인지 쉽게 알 수가 있다. 어촌계장도 오랫동안 했기에 항상 어장을 막거나 새롭게 무엇을 행할 때도, 어장을 정리정돈 할 때도 관례를 원칙으로 하여 3여 년에 걸쳐서 정비하는 체계를 완성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이장을 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 강진군 최초로 마을 회관을 세 번째로 지었다. 1차가 시목, 2차는 석교, 3차가 신마마을 회관을 당시 철근으로 회관을 신축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당시 새마을 사업으로 농로를 개설하면서 마을 사람들 일인 1m당 1,000원씩 인금을 받도록 했다. 정부지원을 받아서 실시했던 일이다.

이장을 하면서 큰 보람으로 생각했던 것이 있다. 신마 간척지 일이다. 신마 간척지가 비가 오면 벼농사가 물에 잠겨서 온통 물바다가 되는 현실이었다. 비가 60mm만 내려도 신마간척지 들판 3분의 2가 물로 가득 차는 현실이 되었다. 논농사 수확을 매번 올리지 못하니 마을이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농가들이 비패함으로 살기가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매년 벼 꽃이 필 무렵이면 비로 침수가 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재방 밑까지 침수가 오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간척 사업을 하면서 배수 시설이 전혀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간척지를 만들었던 그 때부터 전혀 농사 수확을 하지 못했다. 10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했다.

이장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이 배수개선 및 펌프사업이었다. 그 사업을 하게 되면 사업비가 너무 많이 들고 수세비가 많이 나와서 주민들이 반대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살기가 어려운 형편에 주민들의 수세비가 높아지면 어려운 환경에 더욱 생활이 어렵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재범 씨가 그동안 열심히 뛰어 다니며 마을을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끝내 주민들의 반대로 그 사업 예산이 칠량 구로간척지로 가게 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옳은 일은 끝가지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오직 정직하게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주민을 위하는 일이라면 무조건적 노력이었다.

이재범 씨는 정직함을 몸에 배어 실천한 동기가 있었다. 그가 군대를 갔다 와서 아버지께서 남의 농사를 빌려 조금 벌고 있었는데 너무 과한 농지세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면에 찾아가 알아보았더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견 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옛날이라 그러했다고 생각 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께서 약간 몸이 불편하고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해서인지 선배 이장이 눈앞의 자기 이익에 눈을 돌렸던 것이다. 그 때부터 그는 그런 일을 바로 잡아가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니 선배들의 일이 들어나게 될 것이고 이장 일들을 추진함에도 약간의 마찰이 있었을 것으로 추축된다. 나이가 많으신 농가어르신들에게 불평등하게 세액을 거두어들이는 것에서 세상을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결심이 그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삶을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간척지 배수개선과 펌프사업이 필수적이었다. 그가 추진하고자 하는 일이 미래를 보았을 때 주민을 위한 일이라 판단되었기에 당시 윤상경 농조조합장의 도움을 받아 정부로부터 배수개선과 펌프사업을 받아왔다. 또 한편으로는 당시 도의원인 박희주 씨의 도움을 받아서 이 사업을 환성하게 되었다.

그 어려운 일들을 내 일처럼 노력한 결과로 지금은 침수 없이 가을이면 황금들판으로 농사를 짓는 행복한 맛을 느끼며 살고 있다. 자금은 어느 마을보다 집의 환경개선이 잘되어 좋은 집들로 마을이 구성되어 있다.

2012년에 태풍 볼라벤이 덮쳐 신마 간척지 방조제가 다 파괴되었다. 그 때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당시 박재순 농어촌공사 사장의 도움을 받아서 방조제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최신공법으로 이루어진 방조제 사설을 만든 것이다. 그로 인해 질 좋은 쌀을 생산하게 되었다.

그는 지금도 마을에 모아둔 자금이 많으면 호당 나누어 드리는 일을 한다. 호당 50만원씩 나누어 드리는 일도 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2박 3일, 못가면 1박 2일이라도 꼭 효도 여행을 다녀온다. 앞으로도 마을 여유 자금이 있어 호당 다시 얼마를 나누어줄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근처에 사는 외국 사람들에게도 입을 수 있는 옷은 세탁을 해서 아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아내가 항상 곁에서 말없이 수용해주는 것에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아내와 20살에 결혼을 했다. 아내 나이는 21살 이었다.

그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마을을 위해 꼭 해결해야 되는 일은 실행하는 사람이다. 청렴하고 정직 하나로 사는 것을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진정한 마음으로 베풀어가는 삶이 될 때 행복이 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