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만햇발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김영배(호당, 의학박사, 전중앙의원장)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라”의 뜻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또한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말은 마땅히 인데 인의(人義)에서 “의”와도 비슷한 말이다. 어떤 학자는 “행하여 이치에 합당한 것을 의로움이라 한다.”라고 의를 정의했다. “의”는 합당함을 의미하고 “합당함”에는 마땅히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다. 철학과 윤리학에서 이 문제를 정확하게 풀이한다면 아마 장편 논문을 써야 하겠지만, 나는 그런 능력이 없고, 그렇게 세심하게 따질 필요도 없다. 보통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상식에 따라 선과 악을 판단하고,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면 족하다.
옛말에 “선이 적다고 하여 그것을 아니 행치 말고, 악이 적다고 해서 그것을 행치 마라”라고 한 것을 보면 ‘선악’에도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고,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는 듯싶다. 그러면 큰 것은 무엇이고 작은 것은 무엇일까? 여러 설명을 곁들일 필요 없이 현 사회를 살펴보면 곧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선익에 대하여 간단히 몇 자 적고자 한다. “공동선(common good)"이란 ”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로 “구성되는 인간의 선익(human good)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동선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만인의 선익과 각 개인의 선익”으로 표현하면서 ‘공동선’은 “개인적 이익들의 합계가 아니라, 결국 균형 잡힌 가치 질서를 바탕에 두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개인들의 성숙한 평가와 조화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익보다 ‘공동선’이 앞선다. 이는 사회가 개인의 이익만을 강조할 때 사회질서가 무너짐으로써 유기체로서의 사회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선’이 ‘사익’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개인이 인격적 자유와 존엄성을 부정하는 화를 초래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 전체를 위하여 희생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사회의 기초이며 목적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서 공동선을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권위가 필요하다. 사회에서 권위를 행사하는 사람의 의무와 권리는 공동선의 수호와 관련이 있다. 사실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특수한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사회는 존속할 수 없게 된다. 권위는 사람의 공동선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가 안전하게 존립하기 위하여 주어진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권위가 올바르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 의해 통제와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준은 바로 ‘공동선’이다. 작은 악과 작은 선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버스에서 병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작은 선이고, 그러지 않는 것은 작은 악이다. 그러나 병약자가 버스에 타는 것을 보자마자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사회 전체의 도덕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옛날 역사를 살펴보면 한 예로 송나라 때 문천상이란 장군은 원나라 군대와 싸우다 포로로 잡혔다. 살고 싶으면 무릎 꿇고 적에게 투항하면 목숨은 부지함은 물론 후한 상과 벼슬을 얻을 수 있건만 그는 의연함을 잃지 않고 정기가를 불러 천고에 이름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큰 선이다. 국가와 국민, 인류 전체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은 큰 선이고, 그 반대는 큰 악이며, 인간관계와 사회의 안정과 단결에 도움이 되는 일은 작은 선이고 그 반대는 작은 악이다. 크고 작은 선악은 때로는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 "천리 제방도 개미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는 속담처럼 처음에는 작은 악에서 시작하지만 달콤함을 맛본 후 점점 대담해지면 악이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확대된다. 그때는 후회하여도 별 의미가 없다. 물론 이 세상이 유토피아가 아닌 이상에야 모든 사람에게 높은 도덕적 수준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이익 추구에 비하여 남의 이익을 생각하는 마음이 60%만 되어도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 받아도 될 것이다. 난 “나를 버리고 타인을 위하여 산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 말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추구하는 것이 너무 지대하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바람은 간단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고, 그리고 잘못을 알면 바로 올바르게 되돌리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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