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 명의 목숨을 살리는 게 중요한가, 나라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이 더 중요한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두고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들들과 토론을 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자영업을 하는 우리가정도 그 타격이 매우 크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하며 문을 열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집 뿐 아니라 우한 코로나19로 인해 나라의 경제는 바닥으로 치닫고 있지만 국가적 아니 세계적 재난임으로 우리 모두는 참아내며 묵묵히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5일 중국 우한에서 1,2차 전세기를 타고 국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 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송된 우리 교민 중 확진판정을 받은 2명을 뺀 700명이 격리 해제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들 중 갈 곳도 없고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은 당분간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도 되었다. 또 아산이나 진천에서 처음에는 수용을 반대했다가 떠날 때 환송하여 보냈으나 그곳 지역경제는 더 위축되어서 속으로 애가 탄다는 뉴스를 보면서, 내 일이 아니라고 해서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일이 국가적 재난이고, 국가가 국민 한 명의 목숨을 소홀히 다루지 않을 때 국민은 국가를 더 신뢰하게 되니 미래의 경제는 밝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희망을 담아보기로 했다. 현재가 좀 암울하고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아산이나 진천의 고마움을 안고 떠난 700명의 우한 교민들은 그 곳을 평생 아니 자손 대대로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 올 것이다. 왜냐하면, 삶과 죽음 앞에서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박한 시간을 경험했는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에게 유일하게 똑같이 주어진 것은 24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똑같은 시간을 사는데 어떻게 차이가 나는 삶을 사는 걸까. 요즘 말하기를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을 아무리 쫒아가려 해도 따라 갈 수 없다고 푸념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그 금수저도 하루아침에 노숙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쫒아갈 수 없었던 흙수저가 어느 날 금수저가 되는 일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 보면, 금수저나 흙수저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똑같은 운명이지 않는가. 그러니 금수저 흙수저를 떠나서 삶을 가장 잘 사는 사람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똑같이 준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며 자기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가,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며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다. 이 문제를 생각해보면, 삶은 즐거워야 하고 즐거운 삶은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삶이란 의미가 있고 성과가 있는 삶일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 사람을 우리는 보았다. 그러니까 최근 가장 삶을 행복하게 마감한 사람이라고 평하고 싶다.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초로 알렸다가 중국 공안에 끌려갔던 34살 의사 리원량이다. 그가 지난 2월 7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세상을 떠나 세상 사람들을 더 아프게 했다. 당시 리원량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대중을 현혹했다는 공안의 위협과 호통 앞에서 훈계서를 받아들고 “범법 행위를 중단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다”고 써야 했다. 진실을 알려 사람들을 구하려다 고초를 당한 리원향의 죽음은 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에서 살아날 수 있게 했으니 세계의 의인이고 열사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을 보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그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다. 그것은 아들의 바람이었고 가족은 그것을 지지해야만 했다. 우한의 상황은 참혹했고, 그는 의사였다.”라며 아들에게 침묵을 강요한 경찰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이제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무서운 전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요즘 우리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준 사람은 봉준호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항을 차지하며 세계 모든 사람의 삶이 영화를 똑같이 공감하는 것처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어느 나라나 사회계층간 갈등의 문제는 비슷하게 존재하고 있고, 그 문제는 기생충의 마지막 장면처럼 하층민은 저희끼리 싸우며 파멸하고 또다시 환상을 꿈꾼다. 영화는 때로 인간의 삶을 예견하기도 한다. 2011년 미국영화 중 컨테이젼이란 영화가 있는데, 지금의 코로나19를 그대로 예견한 스토리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감염 원인이 야생박쥐의 변을 먹고 자란 돼지를 맨손으로 요리를 하면서 요리사에게 전염이 된 것으로 시작되는 점부터 우한 코로나와 유사하고, 전개 내용도 비슷해서 어떻게 이런 영화를 예견하듯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계는 이제 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바이러스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 직시하게 되었고, 이럴 때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움직임을 보면서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국가는 국민 한 명의 목숨도 매우 중요하고, 누구에게나 유일하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의미 있게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또 한사람을 2월 14일 알게 됐다. 이 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며 마음을 표현하는 발렌타인데이라고 젊은이들에게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 이 날은 우리나라 안중근 의사가 일본형무소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그 매 시간을 나라를 구하기 위한 일념으로 살아온 안중근 의사가 올해 순국 110주년을 맞는 해이다.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우한코로나바이러스를 알리고 떠난 리원량을 추모해 본다.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 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어라!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를 지여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았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거라!
이현숙 기자의 시선
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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