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적의 대립이 최근 청와대 민원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직장 내 비정규직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받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정규직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동안 말하기 힘든 목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화대 국민청원글이 올라온 지 하루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낸 것은 사회의 공정성이라는 저울의 눈금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곳을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입니까?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게 해주는 게 평등입니까?” 라고 말한 청원글은 취준생들 또는 힘들게 공부하여 정규직이 된 젊은이들의 가슴 절절함에 분노가 섞인 외침이다. 비좁은 취업전선에 처한 젊은이들의 고통과 아픔이 우리 모두의 아픔처럼 느껴지는 반면, 사실상 비정규직의 차별성은 모든 사람이 처한 상황은 아니어서, 평등과 공정성이라는 무게가 약간 한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는 것이 왜 취준생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냐 물을 수 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 어떤 사회 현상도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불투명한 미래에서 자아는 또 다른 질투를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사회의 올바른 정서인데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보다는 우울함과 비관을 주기도 한다는 점인데, 20대 짧은 생을 마감한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이라는 시를 읽어보면, 우울한 환경 속에서 사회를 보는 시선이 얼마나 더 비관적이게 될 수 있는가 느끼게 한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시인은 개인적인 상처와 어두운 집안 환경 등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인정해야 하지만 인정할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을 사랑할 수 없어 차라리 질투를 선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형도 시인의 시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래 사회가 더 불투명해지고 더 두려운 것도 젊은이들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더 불씨를 집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인천공항에서 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여행보안검색1902명과 공항소방대211명, 야생동물통제30명, 총2143명을 직접 고용하게 되기에 발생됐다. “22살 군대 전역하고 알바천국에서 보안검색요원으로 들어와서 월급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천국제공항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5,000만원 소리 질러” 이런 글이 공항공사 비정규직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자 취준생들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알바천국 글들이 사실이 아니고 가짜뉴스라고 정부는 대응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치열한 취업 경쟁 속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젊은이들의 항변이이기에 여러 길로 입직하는 직장 내 공정성에 대해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우리는 공기업을 신의직장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취준생에게 공기업이란 그만큼 한번 들어가면 안전하게 보장되는 취업문인 것이다. 그곳의 하나가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곳이고, 경쟁이 치열해서 열심히 시험 공부하는 취준생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험통과 예외로 비정규직이라는 자리를 양산해야 하는 직장 환경이어서 차별화는 없을 수 없는 것이었고, 정규직화 될 수 있다는 공식적 희망이 없었다. 그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화 한 것인데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라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적이 정규직으로 현실화되는 시대가 없지는 않았다. 누가 빽으로 들어와서 더 빨리 승진을 한다는 둥 그런 일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빽이라는 것이 없는 직장의 비정규직의 입직도 공정해야 하고, 20대 일찍부터 산업전선에 뛰어들 준비가 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전문 직종을 가는 사람 외에는 공부만이 전부가 아닌 사회여야 하고, 필기시험을 합격하기 위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시험에 몇 년씩 매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서는 안 된다. 일찍 사회에 진출하여 경력을 쌓는 것도 필기시험만큼 인정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 처음엔 비정규적이었어도 열심히 일하고 인내한 만큼 정규직화 될 수 있는 희망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되어야 한다. 그 안에서 항상 귀 기울여야 할 것은 진정한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서로에게 질투가 아닌 공감이 가는 심도 있는 깊은 고민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닌 듯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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