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기자의 시선/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내게 SNS 시대가 주는 장점은 좋은 글을 빨리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점이다. 지인들이 보내오는 좋은 글과 이미지 사진 등에서 모르던 지식을 알게 되고 지혜를 배우게 된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짧은글을 통해 느끼는 감동이 이 시대의 감성이 아닐까. 최근에 ‘아름다운 배려와 보답’ 이라는 제목의 글도 처음 접하는 내용이어서 삶에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 내용은 반석평이라는 조선시대 인물에 대한 글이었다. <조선시대 어느 참판 댁 어린 소년은 노비신분으로 주인집 도련님이 공부하는 동안 몰래 문밖에서 도둑 공부를 하는 등 공부에 대단한 열의를 보였습니다. 이에 그 소년의 재능을 눈치 첸 주인은 그의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그를 가난한 양반집의 양자로 가도록 주선해 주었습니다. 그 소년이 반석평입니다. 그렇게 되어 반석평은 양반 신분을 얻게 되고 1507년 과거에 급제하여 후에 형조판서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반석평이 형조판서 시절인 그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자신의 노비문서를 불태운 옛 주인의 아들을 보게 되었는데 그 집안이 몰락하여 옛 주인의 아들인 이오성은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형조판서인 반석평이 그를 보자마자 가마를 세우고 바로 내려와 옛날 도련님인 그에게 큰절로 예를 다 합니다. 그 후 반석평은 임금님께 자신의 그 동안 사정을 모두 밝히고 노비를 양반으로 만들어준 은공을 갚게 해달라면서 자신을 벌하시고 이오성에게 벼슬을 내려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이에 중종은 자기의 희생을 각오하고 옛 주인집 도련님을 챙기는 형조판서 반석평을 기특하게 여겨 그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고 그가 보은을 할 수 있도록 이오성에게 벼슬을 내립니다. 그 옛날에 자기노비의 재능을 알고 그의 출세 길을 열어준 양반과 그로인해 출세한 그 노비가 자신의 몰락을 각오하고 몰락한 옛 주인의 가문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전 UN 사무총장인 반기문이 그 반석평의 16세손입니다.>

미국의 제30대 대통령 1923년에서 1929년까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캘빈 쿨리지는 ‘누구도 자신이 받은 것으로 인해 존경받지 않는다. 존경은 자신이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마도 캘빈 쿨리지 대통령도 대통령이라는 높은 자리에서 존경은 자리가 주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어떻게 베풀어야 존경을 받을까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했기에 그런 말을 남겼지 않았을까 싶다.

존경 받는 인물이 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자리에 앉게 되면 일단 그 자리가 말해주는 사람이 되기에 더 많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캘빈 쿨로지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자리에서 물러나도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영원한 자신의 자리가 아닐까.

노비의 아들에서 좋은 주인을 만나 형조판서 자리에 올랐던 반석평 이야기에서 그런 인물이 참으로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 그러한 시대의 인물이 그리운 세상이 아쉽다. 시인 류시화의 시 중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가 있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높은 곳에 오르면 세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의자에 앉게 된다. 그 의자에 앉으면 점점 더 편안해지고 싶어진다. 그래서 의자를 안마의자로 바꾼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앉기만 하면, 어깨도 자동으로 두드려주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온 몸을 마사지 해준다. 지난 해 뉴질랜드 여행에서 가이드의 말이 우습기도 했지만 공감이 간 말이 그 말이었다. 유난히 안마의자가 잘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운동으로 몸을 펴주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돈 벌면 안마의자부터 사서 집에 들여놓는다고 했다. 그리고 효도선물로 부모님께 비싸기도 하지만 덩치가 큰 안마의자를 좁은 방안에 들여놓는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쪼그라드는 신체를 펴주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안마의자에 앉아서 그렇지 않아도 쪼그라드는 몸을 묶어두고 더 조여서 오그라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의학적으로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안마의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 것처럼 의자의 편안함을 자꾸 추구하다보니 안주하게 되는 것이다.

반석평 이야기는 편안한 의자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을 낮출 줄 알았던 큰마음이 비로소 존경받는 인물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