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출석부
HOME 회사소개 이용약관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기자회원신청
로그인 회원가입
기본스킨 오렌지스킨 보라스킨 연두스킨 그레이스킨
2020년 9월 24일 목요일
뉴스홈 > 만평
2020-08-10
글자크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출석부
장여옥(조선대 대학원 문학박사 광신대 출강),

 

지난해 원광대학에서 교수식당을 갔다. 줄을 서지 않아도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자주 간다. 자동발매기에서 식권을 뽑고 게시판을 보니 식권 20매를 구입하면 1매를 더 준다.’고 써졌다. 바로 구매했더니 내 카드에 21매를 담아준다. 식사를 하기 전, 인식기에 카드를 대면 식권이 줄어든다. 식사 때마다 식권을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한 끼는 공짜다. 자동발매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전략적 판매다.

30여 년 전.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승차권자동발매기가 설치됐다. 그곳에서 처음 근무 때 직원이 54명 이었다. 자동발매기는 동료들을 대신했다. 10여 명의 직원만 남았다. 고객과 직원, 동료와 동료의 틈새까지 기계가 차지했다. 기계는 손님과 직원들 사이에 종종 발생했던 마찰도 가져갔다. 우리는 기계만 돌봤다. 직장분위기는 예전과 다르게 메마르고 즐거움이 사라졌다.

때마침 직장에 빛고을 도서관이 설립되어, 그곳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지방신문에 가끔 칼럼이 실리고 사내 백일장 대회에서 장원을 했던 덕분에 부서 이동이 쉬웠다. 날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면했다. 직업가운데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힘든 직업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감정까지 응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만큼 기쁨도 크다. 도서관에서 남편을 손님으로 만났다. 책을 좋아했던 그는 출장을 가면서 항상 들렸다. 1990년대 조정래의 태백산맥10권은 베스트셀러였다. 남편은 대하소설을 끊이지 않고 대출 받길 원했다. 그래서 내가 소유한 책을 빌려줬다. 책 욕심이 많은 나는 책을 항상 구입해서 읽는다. 내 손길이 가고, 교감을 나누었던 책은 소장하고 싶어서다. 태백산맥은 남편과 나의 관계를 손님에서 연인으로, 부부로 바꿨다. 우리의 만남은 대면 직장에서 책이 매개체로 연결했다. 그는 책뿐만 아니라 내 전부를 대출했다.

재작년부터 동신대학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출석을 확인했다. 출석 학생 50여 명이 30초 안에 신속하게 자동으로 체크된다. ‘출석의 의미는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 의미한다.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보며, 학생들의 상태를 살필 필요성을 소거해 버린다. 교수와 학생간의 소통이 아닌 단절이다. 시간을 아끼고 출석의 정확성은 있지만, 왠지 쓸쓸하고 삭막하다.

신학기 첫 수업시간, 내 수업 학생들은 나누어준 강의계획서 뒷면 백지를 이용해 삼각대를 만든다. 한 면에 각자 이름을 쓴다. 그 이름패는 다음 수업시간부터 자신의 책상 위에 놓는다. 미래에는 사회인으로 그들 이름 앞에 다양한 칭호가 곁들여질 것을 기원한다. 학기동안 제자들의 이름을 외우고 싶다. 학기가 끝나고 성적을 부여할 때,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으면 슬퍼서다.

동영상수업은 학생들 얼굴을 직접 볼 수가 없어서 이름도 외우지 않는다. 지지난 학기 앱 출석부를 사용하면서 울적했는데, 그때가 오히려 지금보다 행복했었다. 우리는 행복할 때 행복을 모른다. 코로나시대가 가르쳐준 교훈 같다. 지금도 훗날, 그리운 시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는 TV 뉴스에서 대형마트에 일자리가 줄어든단다. 무인계산기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서 계산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설치됐던 무인계산기가 이번 코로나19 영향으로 쉽게 자리를 잡았다. 30여 년 전 기계화는 점진적으로 다가왔다. 전대미문의 현 상황에 내재한 불확실성은 단번에 기계화를 정착시켰다.

예기치 않은 사회상황은 그동안 당연하게 간주했던 인간관계의 상호작용과 유기적 연합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거리두기는 인간미를 앗아가고 인간의 진화 방향과 멀게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 자밀 재키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은 친절을 베푸는 행위다.”라고 하면서 원격교류’(distant socializing)란 용어를 사용했다. 사회적 교류와 협력, 인간의 연대와 경쟁은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움 없이 전진 할 수 있게 하는 공동체의 힘이다. 그런데 우리 삶이 거꾸로흐르는 느낌이다. 오직 디지털기술만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관계망까지 이어가는 오늘이다.

나는 코로나19로 뒤바뀐 뉴노멀 시대의 사회와 교육의 장에 빠르게 적응하려 노력한다. 동영상을 만들고, 인 코딩 작업을 하며 학생들과 피드백을 한다. 그 피드백 과정에 보고 싶은 학생들이 허다하다. 하루속히 대면수업 할 날을 기다린다. 그러나 종강이다. 내가 대면 근무했던 도서관은 평생배필을 만날 수 있었던 기회의 자리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 공동체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의 안녕을 추구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한다. 동시에 원격교류를 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대한 패러다임이 궁금하다.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기자이름없음 
만평섹션 목록으로
강진에서 K-POP 가수 공연...
생명의 마지막 보루 '비상...
인터넷 중독은 마약중독과 ...
A Hidden Beauty- Gangjin ...
눈 오시는 날
다음기사 : A Hidden Beauty- Gangjin (숨겨진미의고장- 강진) (2020-08-19)
이전기사 : 강진의료원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지원 대책을 촉구하며! (2020-07-07)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가을철 화재예...
고립무원 아동 보...
이현숙 기자의 횡...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게시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사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