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만 시인께서 시집을 사인해서 주셨다. ‘뒷굽’ 이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뒷굽이 왜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이 닳아 기울어질까. 다시 한번 내 구두 뒷굽을 보았다. 나의 모교인 목포대학에서 시를 가르치셨던 교수님의 시 뒷굽을 읽으면서 코로나시대를 걷고 있는 우리 모두의 뒷굽을 한번 돌아보고 걸어보자.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 처럼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 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닮아 기울어가는
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
최근 집사, 집콕이라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된다. 집과 사무실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 한 번 집에 들어가면 콕 박혀 있다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걸을 일이 줄어드니 뒷굽이 닳을 일도 없게 됐다. 예전에는 집사 집콕을 하면 직장생활이 어려워 직사가 되기 싶고 인간관계도 형성도 어려워 사회적인 사람이 되기 바빴는데,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완전 정 반대의 삶이 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그 이전에 이미 혼밥, 혼술 등의 용어로 더 익숙하게 다가와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의 한계가 드러나는 문명시대인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이 느끼는 문명에 대한 피로감이 극도로 치달은 세대에 진입한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인류가 나아갈 문명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고, 신만이 할 수 있는 그 영역까지 인간이 점령함으로서 인류에 재앙이 뒤따르게 된 것일까.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오래전부터 복고풍이 시작했던 것도 옛날에 대한 향수가 레트로 또는 뉴트로 라는 트랜드의 유행으로 이어지며 문명에 대한 거부가 인간의 무의식 속에 흐르고 있었던 것 같다.
인류 진화 역사 저서에서 인류의 뒷굽을 살펴보자. 호모사피엔스가 최종 승자로 살아남은 이유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처럼 동물의 세계에서 나약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무조건 도망치는 삶에서 1대1로 맞설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냄으로서 힘센 동물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고, 도구를 이용해 잡은 동물을 육식하면서 건강한 몸을 갖게 되었다. 수렵 생활에서의 추위를 견디어 내기 위해 큰 도구를 아주 작은 바늘로 만들어 내어 옷을 걸치기 시작하면서 동물들의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육식이후 각종 질병에 시달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이들이 많아짐으로서 병으로부터 위험을 안고 살았고 결국 병을 없애기 위해 불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큰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번개에 맞은 나무 등을 이용해 드디어 불을 만들어 내었고 고기를 불에 구워 먹으면서 병을 없앴다. 호모사피엔스가 채식위주의 생활에서 육식 섭취로 바뀌면서 창자는 점점 짧아졌지만 오히려 뇌는 더 발달하여 허구를 만들어 낼 줄 알게 되고 인지능력이 향상됐다.
인지능력이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큰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단순히 동물에 속한 포식자의 상위가 아닌 언어와 음의 개수로 많은 정보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허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단계이고, 허구라는 것은 창조신화와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구전이나 종교로 발전하면서 어떻게 하면 집단의 결속력을 늘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며 민족의 형태를 갖게 되면서 역사가 만들어진다. 그 수많은 민족의 역사는 허구와 실제가 섞여 있고, 호모사피엔스는 지혜로 만들어낸 허구에 문화를 결속하여 다양한 민족의 형태를 이룬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사자가 있다는 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이고 허구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 내여 모두를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 호모사피에스가 대체로 100~150명이 모여 살 수 있는 것이 임계치였다고 한다. 그 이상이 되면 혼란해져 부족이 갈라질 수밖에 없는 형태가 되기에 법과 도덕, 국가라는 허구가 가상의 실제인 종교 등으로 협력하며 타 종을 물리치고 경쟁에서 더 유리한 자연 선택이 된 것이다.
과학 기술은 인간의 뇌를 능가할 정도로 발전하여 모든 분야에 또 다른 인조인간을 창조해 내고 있다. 그것이 인공지능이다. 곧 영화에서나 봤었던 나와 똑같은 또 하나의 인간이 금방 어디에서 살고 있을지 모르는 문명의 시대다. 그 하나가 우리 신체 어떤 부위가 내 것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생명 연장의 의학 기술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채식위주의 삶에서 육식으로 변하고 이어 잡식을 하면서 신체에 다양한 더 많은 병들을 갖게 된 것처럼 의학발달은 불을 발견하여 고기를 익혀먹으면서 시작된 인간문명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현대 문명은 인류조상 호모사피엔스처럼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외모가 된지도 오래 되었다. 못생긴 호모사피엔스가 인류조상이었다니 그런 조상의 외모에서 벗어나고 싶어진 것이다. 그래서 신체의 미가 최고의 의학이 되 시대, 그래서 우리나라 강남 한복판에는 성형외과 피부과 간판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의사들에게도 기피과와 인기과가 있다는데, 돈을 얼마나 많이 벌 수 있느냐의 기준이 적용되기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의대신설과 의사들의 파업은 코로나시대에 가장 큰 숙제가 되었고, 시기적으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강대강의 대치가 긴장감까지 주면서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그 책임은 어느 쪽에 더 있는 것인지 호모사피엔스의 지혜에 물어보면 알게 될까. 그것이 인간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원래 반듯했던 뒷굽이 걸으면서 어느 쪽으로 더 기울었는지 서로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계속 감염병에 대한 위험이 예견되고 있기에 국가적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도 서로 좋은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개인주의 이탈이나 집단주의가 얼마나 더 무서운 사회병을 만들어 내는지 그래서 어쩌면 인간에 대한 임계치가 바로 코로나 감염병으로 왔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 개인이 1미터씩 점점 멀어지고 더 멀리 2미터 3미터씩 혼자 밥을 먹어야 하고, 혼자서 격리를 하는 1명의 임계치 시대가 되었다는 것, 2,5단계의 사회적거리 두기나 3단계의 사회적거리 두기가 아무렇지 않다는 식의 개인이나 집단행동은 이제 무서운 병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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