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선상에서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남이라고 하는 교류의 관계가 이루어진다. 그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지는 않지만 인연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 서로 그 때라고 하는 시공간이 되어야 만남이 이루어진다.
"탑돌이를 하는 김현과 아가씨“
신라 원성왕(元聖王 38대) 때의 일이다. 신라의 풍속에 해마다 음력 3월 초파일부터 15일까지에 여러 남녀가 경주 흥륜사興輪寺에 모여서 전탑殿塔을 돌면서, 복회福會를 하였다. 복회 福會는 절에서 탑주위를 돌면서 부처님의 공덕을 찬미하고 제각기 소원을 비는 행사를 말한다.
원성왕 이월 보름날 흥륜사에서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탑돌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김현이라는 화랑이 늦은 밤 흥륜사를 찾아왔다. 평생 배필을 만나고 싶은 소원을 빌기 위해 서이다. 그것은 탑돌이를 하면서 자기의 소원을 빌기 위해서였다.
한참동안 탑돌이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가고 한 아가씨만이 남아있었다. 김현은 탑을 돌다가 아가씨를 보니 참하고 예쁘기까지 했다. 점점 아가씨의 아름다운 자태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됐다.
참지를 못하고 아가씨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아가씨는 밤이 늦었다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김현은 이대로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다시 만나자고 말을 걸었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아가씨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라고 했다. 그 소원은 아가씨를 집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아가씨의 승낙을 받고 함께 가고 있는데 깊은 산속에서 아가씨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어머니는 자초지종을 들은 후
“괜한 짓을 했구나 . 네 오빠들이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를 어쩐다니.” 하며 걱정했다. 이때 쿵쿵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김현에게 얼른 다락방으로 가서 숨으라고 했다. 김현은 시키는 대로 다락방으로 가서 숨었다.
잠시 후 호랑이 세 마리가 집으로 들어와서는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오랜만에 사람 고기로 포식하겠구나.” 라고 소리를 쳤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하는 오빠 호랑이들“
이 소리에 당황한 어머니와 아가씨는 오빠들을 가로막고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큰 소리가 났다.
“네놈들! 못된 짓을 일삼더니 이젠 사람까지 잡아먹으려하느냐. 내 너희들을 죽여서 앞으로 다시는 나쁜 짓을 못하게 하겠다.”
이 말에 호랑이들이 겁을 먹고 어쩔 줄 몰라 하자 아가씨는 눈물을 흘리며 오빠들을 대신해서 제가 벌을 받을 테니 오빠들을 용서해 달라했다.
아가씨는 세 마리 호랑이 오빠들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다락에 숨어있던 김현은 나와서 아가씨의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본래 저는 호랑이지만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도련님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헛된 꿈이었나 봅니다.”
라고 말을 했다.
"명일 장터에서 있을 일을 말하는 호랑이 아가씨"
아가씨는 김현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오라버니들을 대신해서 죽어야하니 내일 제가 장터에 나타나 횡포를 부리면 저를 죽여서 공을 세우십시오.”
이 말을 들은 김현은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거절했지만 호랑이 아가씨의 간청이 간절했다. 이제 저의 목숨은 대개 천부의 명령이요, 또한 저의 소원이오며, 낭군의 경사요 우리 겨레의 복이니 나라 사람의 기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가 죽으면 다섯 가지 이로움을 갖추는 일이니 어찌 어기겠습니까? 제가 죽은 뒤에는 다만 저를 위하여 절을 세워서 진전眞詮을 강하여 승복勝服에 도움이 되면 낭군의 은혜가 이보다 더 큰 것이 없겠습니다."
하고 서로 울며 작별을 하였다. 그 이튿날 과연 한 마리의 사나운 범이 성중에 들어와 사람과 물건을 해하므로 국왕이 이를 듣고 범을 잡는 이에게는 벼슬 2급을 준다는 영을 내리었다.
김현이 허리에 칼을 차고 성 북쪽 숲으로 호랑이를 잡으러 들어가니 과연 범은 어젯밤 본대로 처녀로 변하여 얼굴에는 기쁜 빛을 띠우고 반가이 웃으며 하는 말이
"어젯밤에 낭군과 같이 하던 말을 부디 잊지 마시고 오늘 저의 발톱에 할퀴어 상한 사람은 모두 홍륜사의 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발螺鉢 소리를 듣게 하면 나을 것입니다."
“이승에서 도련님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떠나겠습니다. 부디 좋은 인연 만나십시오. 그리고 제가 죽거든 저를 위해 작은 절이나 하나 지어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는 김현의 허리에 찬칼을 빼앗아 제 목을 찌르고 그 자리에 죽고 만다.
잠시 후 지금까지의 아름다운 자태는 변하여 한 마리의 범이 되었다. 김현이 숲 속에서 나와 외치기를
"내가 지금 범을 잡았다." 하고 그 연유는 말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다만 가르친 대로 상처난 이를 치료하게 하여 모두 그 창상이 나았다. 김현은 범을 잡은 공에 의하여 등용 되었다.
"김현의 칼을 빼앗아 자살한 호랑이“
김현은 그 후 호랑이를 잡은 공로로 높은 벼슬에다가 재물까지 생겼다. 김현은 호랑이 아가씨에 대한 소원을 이루워 주기 위해 경주 서쪽 서천 냇가에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 이름 짓고 항상 범강경梵綱經을 외며 그 범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이 호원사란 절 이름은 호랑이 아기씨의 소원과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절이라는 뜻이다.
"호랑이 아가씨의 소원인 호원사“
초월적 귀신鬼神 인물형의 민담으로 신라 원성왕 때에 생겨난 민화인 것으로 추정되며 문헌으로는 『삼국유사三國遺事』,『한국,사찰전서韓國寺刹全書』에 기록된 전설이다. 이 기록에 기재된 호원사로 추정되는 곳에는 현재 쌍탑지가 남아 있고 그 기가 절터였다는 초석들이 산재하여 있다.
민화지만 우리에게 주는 뜻은 사랑은 국경(인종의 차별)을 넘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 민화저럼 사람도 동물과의 장벽도 넘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은 모든 장벽을 다 무너뜨릴 수 있다는 초월적이란 걸 주장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민담에서는 그런점을 말해 주고 싶은 것이고, 그걸 교훈으로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려는 민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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