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 외교’는 국가 간 마음의 벽을 순식간에 허물기도 쌓아올리기도 하는 외교의 ‘트로이 목마’이다.
식탁은 당시 국제 정세와 나라들의 우호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국가 간 관계가 삐걱거릴 때 향연은 외교의 하나의 중요한 도구다. 향연은 단순한 식사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교란 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제 사회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펼치는 대외적 활동을 의미한다. 사전에서는 외교를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외국과 교섭하는 경우의 기술 또는 활동을 말한다. 그 나라의 정책에 따라서 일국의 원수·외무부 장관·외교 사절 등이 자국의 목적·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외국의 특정한 대표자와 회담하고 또한 여러 가지 수단을 써서 활동하는 것이다. 국가적 이익이란 그 국가의 자유·독립과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것이 외교 정책의 제1의적 임무이다. 현대에 들어서 외교는 단순한 개인적 '기술'만이 아니라 한 나라나 국가 연합의 총력·정치력·무력·경제·금융력·문화 선전력 등의 총체로서 행한다. 라고 어렵게 서술되어 있다. 외교의 목적은 자국의 세력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이 세력 범위는 특정 국가의 화폐가 유통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범위 내에서 현지 경제와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관계에서 단순한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경제적 영향력, 다시 말해 화폐의 힘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정치적 영향력으로 나타난다.
국가 간 관계는 국제정세에 따라 삐걱거릴 때도 있고 험악한 분위기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균열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외교적인 방안이 어느 쪽에선가 나와야한다. 음식은 리스크 컨트롤에 자주 활용될 수 있다. 맛있는 요리로 유명한 지방의 레스토랑을 회담 장소로 선택하거나 특별한 요리를 냄으로써 말 그대로 ‘향연 외교’가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향연은 외교의 하나의 중요한 도구다. 향연은 단순한 식사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방송이나 신문보도를 통해 두 정상 간 식탁의 관계 하나를 보고도 점칠 수 있다. 우리는 식탁을 통해 당시 국제 정세와 나라들의 우호 관계를 읽어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4년과 2005년에 있었던 한, 일정상 회담이다. 2004년 제주도의 회담에 비해 1년 동안 독도 문제, 신사 참배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2005년의 정상 회담의 만찬에는 가짓수가 줄어들었다. 또한, 기자 회견 현장에서 “오늘 저녁 식사는 가볍게 하겠습니다.”라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메시지 또한 한·일양국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스트로 맞이하는 외국 정상 중에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나라는 중국 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많은 국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방문에 앞선 사전 준비 과정에서 중국은 프로토콜(의전)로 여러 가지 요구를 호스트 국가에 해오기 때문이다. 접대를 필요 이상으로 요구하는 것은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중국은 그렇게 의전에 고집을 부리는 것일까? 위신의 문제도 있고 중국의 존재를 보다 크게 국제사회에서 보이고 싶다는 노림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중국 정치 지도자에 있어 외교야말로 국내에 권력의 소재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중국의 국가원수가 당당하며 외국의 존경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국가원수가 중국 인민을 대표해 중국의 존재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지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각국 정상들이 모인 만찬 테이블을 살펴보면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공식 선언문보다 훨씬 더 진실한 외교관계를 알 수 있을 때가 많다고 한다. 각 나라의 이해득실을 둘러싼 치열한 국제 외교의 현장 속에서 만찬 식탁은 식사라는 행위를 통하여 순간적으로 긴장을 완화시키는 여러 가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은 가끔은 의미심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향연 외교’는 국가 간 마음의 벽을 순식간에 허물기도 쌓아올리기도 하는 외교의 ‘트로이 목마’이다.
음식과 와인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
한 국가의 대통령의 취임식 및 국빈만찬에 쓰여 지는 음식과 와인은 항상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때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던 와인들도 이런 행사와인으로 채택이 되면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이 모아진다. 국가행사에 쓰여 지는 와인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을 두고 선택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국가행사는 행사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 혹은 접대해야 할 상대방이 어느 국가 사람인지에 따라서 다양한 상징적 의미에 의해 채택되곤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리 비싸지 않은 와인도 세간의 칭송을 받기도 하고 값비싼 와인을 대접하고도 욕을 먹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당시 ‘지난 8년간 미국 백악관에는 와인이 단 한 병도 없었지만, 오바마 취임으로 미국인의 와인소비행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와인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다. 젊은 시절 음주 문제로 꽤나 말이 많았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집에 와인 1,000병을 보관할 수 있는 와인셀러가 있을 정도로 와인을 즐기는 와인애호가이다. 그리하여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덕혼’와인부터 시작하여 그가 즐겨 마셨다고 하는 ‘켄달 잭슨’ 등 수많은 와인들이 ‘오바마 와인’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2월 11일 미국을 방문한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국민만찬에 앞서 만찬에 나올 메뉴와 와인이 공개되었다. 와인의 종주국인 프랑스 대통령을 접대해야하는 자리였기에 와인생산국가로서는 신생국가에 해당하는 미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던 자리였다. 일반 미국와인을 대접하면 와인종주국인 프랑스를 무시하고 나 잘난 척을 하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프랑스와인을 대접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36대 대통령이었던 린던 존슨 대통령은 유럽 와인이 아닌 미국와인만 백악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던 까닭에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전통을 거스르면서까지 프랑스와인을 만찬주로 채택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올랑드 대통령 만찬에 오른 와인은 3가지 미국 와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미국와인이 아닌 프랑스와인의 피가 흐르는 미국와인이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2011년산 ‘라 프로포시옹 도레(LaProportion Doree)’, 워싱턴주 컬럼비아 밸리의 2009년산 ‘체스터 키더 레드(Chester-Kidder Red Blend)’ 버지니아주의 ‘티보 제니슨 블랑 드 샤도네이(Thibaut-JannisonBlanc de Chardonnay)’가 바로 이 와인들이었는데, 이 와인들의 특징은 모두 와이너리가 프랑스인들이 직접 투자하거나 프랑스의 양조기술을 전수받은 곳이라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와인 원조국으로서의 프랑스에 예우를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올랑드를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구성이라고 말했다. 미국 와인이지만 프랑스의 자존심을 충분히 살려줄 만한 배경이 깔린 와인들이었던 것이다.
이 중 한국에 수입되고 있는 ‘체스터 키더 레드’는 콜럼비아 밸리의 ‘롱 쉐도우 와이너리’에서 만들어진 프리미엄급 와인이다. ‘롱 쉐도우’ 와이너리는 미국의메이저급 와이너리인 Chate
au St. Michelle, Columbia Crest 등 많은 와이너리들을 소유한 스팀슨 레인 와인 그룹(Stimson Lane Wine Group)의 CEO를 역임했던 알렌 숩(Allen Shoup)이 만든 와이너리이지 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훌륭한 와인메이커들을 초대하여 각자 자신들 지역의 개성을 살려 자신들만의 ‘최고의 와인’을 만들게끔 독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7년에는 ‘Winery of the Year’라는 상을 Food &Wine으로부터 받았다.
만찬에 쓰여진 ‘체스터 키더 레드’는 2005년부터 출시된 와인으로 와인메이커 질스 니컬트의 역작이다. 질스 니컬트는 꼬뜨뒤 론(Cote Du Rhone), 프로방스(Provence), 샹파뉴 (Champa
gne)지방의 와이너리에서 기량을 닦은 훌륭한 와인메이커이다. 그는 워싱턴의 훌륭한 토지에 대한 소문을 듣고 미국으로 날아와 유명 와이너리에서 그의 재능을 발휘하여 명성을 떨쳤고 현재는 ‘롱 쉐도우 와이너리에서 체스터 키더 레드’를 만드는 주역이 되었다. 그가 프랑스 와이너리에서 오랜 시간 와인메이커로서 일했던 흔적은 와인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농도가 진하고 잔당이 많아 피니쉬가 달콤한 미국와인의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전형적인 프랑스와인 같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미국와인이라고 맞추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전형적인 프랑스 와인의 개성을 갖추고 있는 와인이다. 이런 프랑스 와인의 개성을 가진 미국 토양에서 만들어진 와인이다. 이는 양국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외교적 차원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체스터 키더(Chester Kidder )롱 쉐도우 오너 알렌 슙(Allen Shoup)이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체스터9Elizabeth Chester)와 그의 할머니인 매기 키더(Maggie Kidder)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름 지었다 한다.
최고의 테루아와 와인 장인들의 만남으로 탄생한 워싱턴(Washington) 콜롬비아 밸리 (Colu
m bia Valley) 와인 체스터 키더 레드 와인 Chester Kidder Red Win 이다.
Chester Kidder, USA
그는 롱 쉐도우 와인메이커이며 와이너리 전체를 관리하는 질 니컬트(Gilles Nicault)를 선정하여 까베르네 쇼비뇽, 시라 등 전통적인 보르도 품종으로 밸런스와 파워를 갖춘 새로운 보르도 타입의 최고의 와인을 만들었다. 오늘 밤 밤하늘의 초승달이 그려진 라벨의 체스터 키더 레드를 한잔 기울이며 밤하늘의 달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매우 좋을 듯하다.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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