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우리 모두의 미래입니다”
마량 중앙교회 김희근 목사
마량청소년 공부방-- 교회 최고의 자부심
마량은 미항으로 유명하다. 제2의 나포리라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나포리보다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지역이다. 왜냐하면 먹거리가 풍부하고 오밀조밀 편안한 풍광이 펼쳐진 곳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금도와 연결짓는 다리가 생기고부터는 더욱 활기찬 마량이되고 있어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미항 마량과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마량중앙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뒷산의 정상과 연결하는 새로운 등산로가 개척됨에 따라 계단을 설치했는데, 바로 그 등산로의 입구가 곁에 있어서 교회 위치는 그야말로 최상급이다.
이 교회에서는 하나의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을 갖는 것이 있다. 어쩌면 자산일 수도 있고 교회가 추구하는 이상향일 수도 있겠는데, 그것이 교회 부설 공부방 운영이다. 학교 교육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농어촌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공부방은 단순히 공부만을 지도하는 것이아니라 문화적인 면과 관광적인 면까지 제공하고 있어 또 다른 공간의 교육기관까지 지니고 있다. 마량 중앙교회 공부방이 처음 시작된 것은 98년 9월이었다. 교회 밖에서 하다가 5년 뒤인 2003년 교회 안에서 하게 되었다. 2005년 5월에 42평 청소년 공부방 건물을 신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도 11년간 어느 하루 쉬는 일이 없이 공부방 운영을 해왔다. 김희근 목사가 주로 상담을 하고 있고 차량 운전을 대신하고 있으며 상근직원 2명이 청소년들의 뒷바라지와 간식 마련, 청소 등을 하고 있다. 관리 1명은 공익근무자로서 학습지도를 책임지고 있고, 자원봉사 3명이 학습지도는 물론 악기지도를 하고 있어 총 7명이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공부방은 학습지원실, 독서실, 열람실 등으로 되어 있는데, 악기 연습 및 운동실, 소규모 학습실 등을 교회 2층에 두고 있어 공부와 함께 다른 분야까지 기량을 익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공부방으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
왜 공부방을 개설했느냐는 질문에 김희근 목사의 목소리는 어떤 비감 같은 것이 배어 있었다. “마량에 와서 목회활동을 하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청소년들이 배회하는 모습이었죠. 당연히 갈 곳이 없다보니 바닷가나 방파제에서 소일하고 노는 것이 일과였죠. 그래서 이들에게 뭔가 줘야겠구나 생각하고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공부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 및 진정한 대화자로 상담을 통해 정서적 안정에도 치중했다는 것을 김목사는 강조했다. 또한 매년 여름방학 기간을 맞이하여 강진군의 위탁을 받아 청소년예절교실을 운영하는 한편, 국립대전현충원, 천안독립기념관 등의 호국시설을 직접 참배케 했다. 개인을 생각하기에 앞서 국가를 생각하게 하는 국가관을 확립시키고 나라를 위한 호국열사들의 영웅적인 전기를 통해 스스로 큰마음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목포의 여러 기념관과 박물관, 서울의 방송국, 보성의 녹차밭과 순천의 갈대밭도 그들이 직접 가보는 대상지였다. 또한 광양제철소, 광주 패밀리 공원, 동물원, 수족관 등을 다녀왔다. 한쪽으로는 충효를 가르치되 대자연을 통해 웅지를 키우도록 하는 배려에서였다.
김목사는 이렇듯 마량의 청소년들을 가르치면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도서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42평 학습센타의 완성과 때를 맞추어 도서관을 열 수 있었는데, 자그마치 보유장서가 5,000권이었다. 상시 대출과 함께 열람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지적 습득의 공간을 마련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끼니를 건너뛰며 공부에만 매달릴 수 없었다. 특히 방학중에는 집과 공부방을 왔다갔다 하기에는 시간의 허비가 컸다. 그들에게 간식을 제공함으로써 부모님들의 걱정거리를 덜어드리고 좀더 공부에 집중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동원해 청소년들을 이끄는 동안 예절의 근간이 되는 한문교실은 그 효과가 컸다. 매주 2회씩 천자문을 필두로 한문교실을 운영했더니 2007년 12월 기준으로 국가공인 3급 12명, 준3급 2명, 4급 4명, 5급 9명, 준5급 1명, 6급 8명, 7급 4명 등 44명의 청소년들이 한자자격증을 취득하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 때 장년과 주부들도 청소년들과 함께 참여해 3급 10명, 4급 6명, 5급 3명이 한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학원이 없고, 부모가 바다에 나가 험한 파도와 싸우는 열악한 환경의 청소년들이었지만 공부방을 통해 스스로 자기계발을 해내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공부방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견문을 넓히는 대상지도 늘어났고, 그러면 그럴수록 공부방 다니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군에서는 아예 청소년 예절학교 교육을 위탁했고, 그 숫자는 늘어만 갔다.
박희근 목사는 그럴수록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우는 입장이었다.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가르치고 지도해야할 선생님이 너무나 부족했다. 학교 교사들도 꺼리는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일손이 딸렸던 것이다. 이 때 육군 제8539부대 3대대와 완도해양경찰서 마량파출소 등과 자매결연을 맺게 되어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자를 얻을 수 있었다. 전투를 할 때 아군이 불리하자 지원군이 나타나 적을 소탕하는 것처럼 부족한 선생님들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박 목사는 더욱 힘을 느낀 나머지 이번엔 글쓰기와 독서법을 지도하기로 맘을 먹었다. 특히 논술을 잘하지 않고서는 학교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에 논술의 중요성은 그만큼 큰 비중이었다. 월 2회 실시하여 올바른 독서법과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지도를 시작했을 때 나이 드신 어른들도 동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글을 겨우 읽는 수준의 어른들에게 문장을 작성하는 요령을 터득시켰을 때의 보람은 매우 컸다.
“결국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셈이죠. 일반 교과는 물론 예능, 문예까지 가르치고 있고, 나아가 직접 보거나 듣는 견문을 통해 정서적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교육을 실시한 셈이죠”
한편, 김 목사는 마량초등학교 졸업식에 매년 장학금을 수여하는 지원사업도 펼쳐나갔다. 방학 때마다 2회씩 청소년 캠프를 운영할 때 진정 모교를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연결고리가 곧 장학사업이라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청소년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그들과 대화를 하는 일이죠. 특히 위기 청소년들을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씩 대화를 함으로써 자칫 잘못 생각할 수 있는 점을 사전에 막고, 그들로 하여금 자립심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죠”
김 목사의 줄기찬 청소년 사랑은 지난 해 5월 국무총리상으로 이어졌지만 김 목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 하나 받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봉사를 해온 바보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그보다도 특별히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T 연수원 교관, 전화국장 등을 지내다가 뒤늦게 전남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를 했고 다시 신학대학에 가서 목회자의 길을 걷는 늦깩기 목사로서 가당키나 하는 일이냐며 반문했다.
“우리 교회 신도님들이 가장 감사하지요. 어려움 속에서도 제 뜻을 따라주시니까요. 그리고 군복무 중에서도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를 해주는 마량해경(파출소) 군복무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듯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일은 주님이 시키기 때문에 하는 일이어서 적어도 정년 할 때까지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김 목사의 외길 인생은 몹시 특별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신념은 청소년들이 바르게 씩씩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밀알이 되는 것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미 년인원 1만명이 넘어설 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그의 모습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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