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수필집 ⌜옛날의 금잔디⌟ 김명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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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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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옛날의 금잔디⌟ 김명희 작가
강진우리신문 선정 ‘2021 문화예술대상’ 수상자로 뽑혀

수필집, 시집 두 권 동시에 발간 예정, 마지막 교정 작업 중

옛날의 금잔디의 김명희 작가(현 강진군의회의원)가 강진우리신문에서 선정한 2021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한다. 수필집 옛날의 금잔디20142월 서울 문학나무에서 출간한 것으로 명실공히 중앙문단에 얼굴을 내민 첫 수필집이다.

발문을 쓴 황충상 소설가는 옛날의 금잔디, 우리 마음의 잔디입니다.”라며 큰 이야기는 모두 발 이야기로 통합니다. 죽음을 우는 제자들에게 석가는 발바닥으로 죽음의 실체를 보여주었고,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줌으로써 마음 씻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명희 작가는 발바닥을 들여다보며 그 구성진 남도의 가락으로 오늘도 걷는다마는을 열창하고 있고, 그의 열창을 듣고 옛날의 금잔디는 자라고 자란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유년의 추억은 있기 마련이지만 유독 김명희 작가는 초코지불을 켜놓고 이야기책을 곡조 내어 읽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본 것이 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게다가 책을 무척 좋아했고 국어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을 생각할 때 오늘 날의 작가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김명희 작가는 강진문화원에서 글쓰기와 문예창작 지도를 받은 것이 본격적인 계기가 되어 옛시절의 문학소녀로 돌아가 문학에의 열망을 키우다가 모란촌문학동인회에 입회했다. 그리고 전남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를 수료한 후 백련문학회에 입회하여 시 공부와 함께 시작(詩作)을 하고 있다. 그런 김명희 작가가 강진우리신문선정 2021 문화예술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20여 년 전에 <현대문예>로 등단한 김 작가는 2013년 서울 <문학나무> 신인상(수필)로 중앙문단에 진출했다. 시낭송에도 관심이 큰 김 작가는 전국으뜸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울림시낭송회 2대 회장을 거쳐 다시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국영랑시낭송대회 2회 심사위원도 지냈다.

한편 김 작가는 교정의 날 기념 문예공모전에서 <아버지의 추억>으로 수필부문 대상을 받아 법무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고, <정혼점(定婚店)> 수필로 허균문학상을 수상했다.

강진군의회 의원으로 제7대 후반기 부의장과 제8대 전반기 행정복지위원장, 현재 더불어민주당 강진군의회 원내대표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모란촌문학동인회> <전남수필> <광주펜클럽> <광주여류수필> <백련문학> <강진문협> 회원으로도 문학적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작가는 작가 출신답게 영랑문학제가 격년제로 바꿔질 위기에 처했을 때 매년 시상할 수 있도록 적극 건의한 바 있고, 상금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또한 현구문학상 운영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문화예술분야 조례를 개정하는 등 문화예술분야에 열정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두 권의 새 책을 내는 데 마지막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송하훈 기자

 

정혼점(定婚店)-허균문학상 수상작

전통 혼례식의 신랑, 신부 도우미를 인접이라 한다. 그중 신부 인접의 역할은 크다. 복잡다난한 절차의 예복과 연지곤지 화장을 마치고 대례복을 차려입고 초례청에 들기까지의 신부의 수발은 물론 그날 밤 혼주집에서 벌어질 마을잔치, 그러니까 피로연에 이르기까지 신부 곁을 떠나지 않고 거드는 역할이다. 그 인접의 큰 임무를 띠고 전통 혼례식이 거행될 청자촌으로 향하는 내 발길이 신랑을 맞을 신부처럼 설렌다.

신랑이야 우리 농촌의 노총각들이지만 필리핀, 중국, 일본의 신부들이니 이른바 아시아 합동결혼식이다. 꺾은 환갑이라는 서른을 넘긴 지 오래, 불혹 가까이 이르도록 상투 못 튼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타는 속이 오죽하였으랴. 그 타는 가슴을 단숨에 식히는 오늘의 결혼식이어서 추적추적 비까지 내린다. 내가 내려서 야외 잔디밭으로 잡혀 있던 초례청이 도예전시관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의복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무거운 족두리를 쓴 신부들은 다소곳하고 생전 처음 사모관대를 차려입은 신랑들도 의젓하기 이를 데 없다. 나 또한 어려서 몇 번 보았을 뿐 전통혼례 예법과 순서가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급조된 약식교육이지만 오늘의 주인공들인 신랑 신부와 양쪽 인접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전통혼례의 예법 설명을 꼼꼼하게 듣고 나를 포함해 다른 신부등도 고운 한복에 노리개까지 단 후에야 준비가 끝났다.

집례자의 지시에 따라 초례상에 촛불을 켜고 행관세례에 들어간다. 행관세례란 경건하고 정결한 마음으로 자신의 배필을 맞는다는 의미로 신랑 신부의 손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을 말한다. 그 다음이 행교배례, 옛날 같으면 제대로 얼굴조차 보지 못한 상대에게 처음 만나는 예법 갖춰 인사를 하는 것, 다만 신부는 두 번, 신랑은 답례로 한 번을 한다는 게 요즘 같은 시대엔 불공평하달까.

가장 큰 의미는 합환주에 있다. 표주박에 술을 따라 나눠 마시는 의식인데 박이란 무엇인가. 쪼갠 짝이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부부의 의미와 맞아서 선택되었으리라. 비록 두 몸으로 나뉘었다가 합하면 다시 하나로 완성되는 부부의 사랑법이다. 낯설고 복잡한 의식으로 긴장한 신부를 보다 못한 관객석에서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복잡한 것 두 번 다시 하지 말어.”

엄숙한 의식 중간에 터져 나온 우스개에 모두 자지러졌다.

후하게 잡아도 30분 남짓, 기계로 찍어내는 기성품처럼 양산되는 예식장의 신혼 커플들 아니던가. 철없는 신랑 신부 얼굴에서도 엄숙함은 찾을 수도 없고 주례사에 귀 기울이는 하객도 드물다. 반면 너무도 과정이 복잡하지만 엄숙하고 경건허여 전통혼례를 치루는 선남선녀가 부러웠다. 한국의 색감을 한껏 드러내는 화려한 의상, 이국의 여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전통 혼례식이다. 그런데도 가슴 한 쪽 찡해지는 그 무엇에 돌아오는 차 속에서 옛 고사가 떠오른다.

바론 정혼점, 이른바 천생배필을 점지해 주는 가게다. 위고라는 노총각이 있었다. 그는 학문적으로나 용맹에서나 어느 하나 빠지지 않건만 웬일인지 혼사만은 번번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날도 동 틀 무렵 마을의 절 앞에서 처녀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중매쟁이까지 동원하였으니 이번만은 틀림이 없으리라. 그는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절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는 나타나지 않고 어떤 노인만 달빛에 의지하여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어렵다는 범어(梵語)까지 통달한 그로사도 알 수 없는 글자였다. 노인의 말로는 자신은 세상의 연분을 맺어주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이란다. 궁금해잔 위고가 지금 기다리고 있는 처녀가 자신의 짝이냐 묻자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세. 자네의 짝은 이제 겨우 세 살인 걸.”

노인은 호주머니 속의 빨간 실을 꺼내며 말했다.

사람이 태어나면 이 끈으로 묶지. 그러면 설사 상대방이 원수이건 신분이 다르건, 혹은 몇 백리 몇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도망칠 수가 없지.”

위고는 노인이 알려 준 세 살짜리 배필을 찾아 저자에 갔다. 늙고 추한 애꾸눈 노파의 등에서 잠들어 있는 거지 몰골의 계집애를 보자 그만 정나미가 떨어졌다. 고작 저따위와 만나려고 이제까지 결혼을 미룬 건 아니다. 그는 하인을 매수해 그 계집애를 죽이라고 명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위고는 높은 관리가 되어 드디어 고대하던 신부를 맞이하게 되었다. 꽃 같은 열일곱의 신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더욱이 미간에 붙인 붉은 꽃잎 모양의 장식으로 그녀의 흰 얼굴은 더욱 돋보였다. 위고의 아내는 단 한 순간도 그 꽃 장식을 떼지 않았다. 사연을 궁금해 하는 위고에게 그녀는 고백했다. 아주 어릴 때 집안 사정으로 잠시 하녀의 품에 맡겨졌을 때 자객의 칼에 맞아 입은 흉한 흉터를 가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노라고, 물론 오래 전 위고의 지시로 일어난 불미스런 사건의 결과였다.

어쨌든 월하인과 빙상인을 합하여 월하빙인(月下氷人)이라 일컫는 천상의 배필가게. 정혼집 주인들은 요즘 들어 더더욱 바빠졌을까. 한 번, 두 번은 약과요, 서너 차례 책을 고쳐가며 인연을 팔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오늘 우리의 공손한 인접을 받은 새 커플은 다시는 그 가게에 들르지 않을 것임을.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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