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현숙 기자의 영화로 읽는 명작소설⓻ 벌레이야기(밀양 Secret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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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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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기자의 영화로 읽는 명작소설⓻ 벌레이야기(밀양 Secret Sunshine)
“신의 사랑 앞에 사람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과 권리란 무엇인가?”

신의 사랑 앞에 사람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과 권리란 무엇인가?”

영화 밀양은 신앙이 각자의 삶에서 어떤 색깔의 빛으로 자리하는 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청준 소설가의 단편소설 <벌레이야기>2007년 전도연 송강호 주연 밀양으로 개봉되었고, 제목 밀양처럼 밀양시가 배경이지만 한자는 密陽(빽빽할밀 비밀밀, 볕양)이며, 영어 제목 비밀스러운 햇빛 Secret Sunshine’으로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다.

 

33살 평범한 주부였던 신애의 삶이 어느 날 무너지기 시작한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졌지만 결혼과 함께 꿈도 버렸는데 남편마저 교통사고로 떠난다. 삶의 희망을 상실한 그녀는 사랑했던 남편의 고향 밀양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며 어린 아들 준과 함께 서울을 떠난다. 가던 길에서 자동차의 고장으로 밀양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노총각 종찬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때부터 종찬의 삶에는 신애가 스며든다. 밀양에서 새 생활을 시작하는 그녀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애쓰는 종찬,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지랖 넓은 약간의 속물근성과 순진성이 묻어나는 시골 남자다. 밀양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그녀의 삶은 그러나 또다시 무너져 내린다. 아들 준이 유괴를 당하고 결국 죽어서 발견된다. 그녀는 밀양에서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알아보고 있었고 그녀의 땅 살 돈에 욕심을 낸 사람이 생긴 것이다. 범인은 아들이 다니던 웅변학원 원장으로 밝혀진다. 새 삶의 한 가닥 희망이었던 아들을 보낸 신애의 밀양생활은 절망적이지만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상처에는 약이 필요하지만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 그 고통을 없애줄 치유의 약이 약국에 있었다. 건너편 약국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 여 집사의 손길이다. 신애는 약사의 안내로 교회에 나가게 된다. 그때 흥미로운 사람이 종찬이다. 그는 신애가 교회가 나가자 덩달아서 교회에 나간다. 그에게서 신앙의 조물주는 하나님이 아니고 신애인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듯 가까이 있는 남자, 그 남자가 어쩌면 그녀의 구원자일 수도 있다. 절망적인 인간에게 종교는 평온과 위안을 준다. 신애는 자신에게 벌어진 지난 아픈 상처들조차 하나님이 자신에게 더 큰 사랑을 알게 하기 위한 은혜로 받아들인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큰 섭리 안에서 성취되고, 그녀의 신앙심은 교도소에 있는 살인범을 직접 만나 용서하고 하나님 사랑의 길로 안내하려 마음먹기에 이른다. 그러나 놀랍게도 살인범은 신애도보다도 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인범은 이미 신에게서 완전히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으며 누구보다 안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 술 더 떠서 그는 신애를 위로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미 용서를 얻었는데 내가 어떻게 다시 용서를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가 있어요? 난 이렇게 괴로운데...... 그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용서받고 구원 받았어요.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그녀는 그동안 구원이라는 온갖 거짓말로 속삭여온 하나님에게 광기에 가까운 분노를 느낀다. 자신의 고통을 구원과 사랑 용서라는 거짓말로 덮어버린 교회의 모든 것이 거짓처럼 보이자 하나님에 대한 복수심으로 더욱 무너져 내린다. 그녀는 신에게 아들을 죽인 죄인을 용서할 권리를 빼앗긴 분노로 잠을 못 이루고 신 앞에서 꿈틀거리는 한 마리 벌레처럼 발버둥 친다. 방안에서 벌레처럼 꼼지락거리다가도 뛰쳐나가 신에게 도전해보지만, 결국 손목을 긋고 벌레 같은 몸으로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종찬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을 나와 미장원에 간 신애, 신애는 머리를 자르다가 살인범의 딸이 미용사인 것을 보고 그곳을 뛰쳐나와 스스로 머리를 자른다.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 스스로 잘라낸 머리카락,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이제 그녀는 애벌레처럼 자기의 둥지였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는 것일까. 애벌레가 빛을 보기 위해 안감 힘을 쓰듯 나비가 되어 다시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슬프기만 하다.

 

내가 당신의 거울이 되어줄게요.”

 

그녀 옆에는 아직 다행히 거울이 되어 주겠다는 종찬이라는 남자가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그녀의 고통을 살인자의 고통과 똑같은 위치에 놓았지만, 종찬은 그녀 곁에서 보이는 하나님처럼 변함없는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이 내 옆에서 사라지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던가, 그런 일은 상상조차도 무섭고 끔찍한 일이다. 그저 일상 속에서 늘 함께 있을 것만 같았던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 그것도 무참한 사건 속에서 어떤 손도 써볼 수 없이 보내야만 했던 사람, 그 일을 겪어보지 않고는 어떤 말이 위안인지 용서인지 감히 꺼내기 어려운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는 때를 생각해보자. 영화 밀양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이야기와 전개는 약간 다르지만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는 종교적 구원 앞에서 개인적 고뇌는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살인자가 하나님의 구원을 얻어 평온히 형장에서 사라지고 알암 엄마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소설이야기, 밀양의 살인범과 신애가 똑같이 믿었던 하나님이지만, 어떤 것이 과연 구원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신 앞에서 용서할 권리마저 빼앗겨버린 인간, 나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인가 라는 절규는 작가의 표현대로 너무도 인간적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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