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우리이장님(39회)
성전면 제전마을 곽찬석 이장(63)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키듯 고향 지키며 살지요”
지난 88년 저수지 공사로 수몰된 마을 주변에 흩어진 20여 가구 주민 끈끈한 단합
제전마을은 성전면 소재지에서 서북쪽인 목포방면으로 3km 정도 도로변 좌측으로 별뫼산 자락밑과 월각산 쪽으로 나뉘어 동네를 이루고 있다. 원래 제전마을은 월평저수지 안에 있었으나 1988년 가을 저수지가 축조되면서 수몰지역이 되었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은 저수지 주변 여러 군데로 흩어져 있으나 서로 도우면서, 주어진 자연환경을 잘 이용 발전하고 있다. 현 마을터의 북쪽에는 주산인 투구봉이 있으며, 서북쪽에는 목포로 가는 밤재가 있다. 곽찬석 이장도 살던 집이 수몰지역이 되면서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옮겨왔다. 곽이장은 “우리집 기둥이나 마루를 보면 번호가 쓰여 있어요. 당시 집을 그대로 옮겨오기 위해 모두 번호를 붙여서 옮겨와 그대로 보존해서 지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부인 윤금숙(59)씨와 인천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아들 곽상민(35)씨, 순천에서 컴퓨터관련 직업을 갖고 있는 곽상희(32)씨가 정든 집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싶을 정도로 집안 군데군데에 정성이 엿보인다. 아들딸이 아직 미혼이라서 친구들이 손자자랑하면 속이 상하기도 한다면서, 나이 먹으면 절로 자식자상 손자자랑이 되는 모양이라며 웃는다. 토방에 만들어 놓은 작은 연못에서는 금붕어들이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곽이장이 30년간 정성스레 가꾸어온 분재들이 곳곳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뿐아니라 토방아래서 귀염을 떠는 있는 키 작은 개는 곽 이장이 동물의 왕국을 즐겨보면서 숫 사자처럼 염색도하고 얼굴의 털을 깎아 사자얼굴을 하고 있다. 곽이장은 제전마을 태생으로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는 줄곧 이 곳에서 살아왔다. 그러한 자신을 빗대어 말하기를 “돼지 새끼를 10마리씩 낳으면 제일 나쁜 것이 남아요. 기 안 죽을라고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남아 있다고 하는 거지요 뭐.”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곽찬석 이장은 2001년부터 4년간 이장을 했었고 2006년부터 다시 이장을 하고 있다. 총 21가호에서 곽이장의 나이가 막내 편에 속한다고 하니 어느 마을이나 다름없이 고령화되어 있다. 벼농사가 주업이지만 경지면적이 적어서 평균치가 2,000평 정도의 소규모 농사를 하고 있는 제전마을 사람들은 여러 군데에 흩어져 살면서도 단합이 잘되고 오래된 마을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마을에 자리 잡은 공장인 대원콘크리트나, 중앙산업 등에서는 벽돌 등을 만들어내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제전마을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듯하다. 곽이장은 “시멘트 먼지나 소음이 큽니다. 모래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기 때문에 가루가 많이 날라 오지요. 포장으로 덮어 놓고 쓰라고 하지만 날마다 들어오고 붓고 하니까요. 그게 쉽지 많은 않은가봅니다.” 또한 1개의 관광업체가 있고 고물상도 있다. 그래서 업체를 빼면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는 15가호 정도만 서로 뭉쳐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곽이장은 “마을에 있는 업체들이 마을사람들과 잠깐이라도 마음의 정을 나누면 좋으련만, 행사 등을 통보하면 술 박스나 얼마의 돈 봉투만 보내와서, 마치 돈 봉투를 내 노라는 것처럼 비쳐져 지금은 아예 말을 하지 말자하고 지냅니다.”라고도 말한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풋풋한 정이 담긴 말 한마디가 더 소중할 만큼 소박한 산골사람들이다. 영암군 학산면으로 넘어 가는 도로인 밤재는 지금은 도로확장으로 없어졌지만 정유재란때에는 왜적을 무찌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그러니까 밤재는 한마디로 길목에 속해서 왜적의 침입이 심했던 지역으로 양민의 희생이 많았던 곳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왜적의 침입당시 김덕란 의병장이 의병 모집하였다. 이때 자발적으로 모인 마을 사람들이 의병이 되어 잠복한 왜적을 기습하여 크게 무찔렀으나 김덕란 의병장은 장렬하게 순절하였다. 그래서 이곳에 의병장의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풍수지리설에 따른 장군탄생설과도 일치하고 있다. 제전마을은 장군이 태어날 터라는 설과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의 터라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북쪽에는 장군의 투구와 비슷하다고 하여 불리워진 투구봉, 월산쪽에 모장(謀將)등, 밤재 북쪽에 장군이 북을 울렸다는 둥둥골, 밤재에 장수가 병졸들을 모았다는 진지(陳地)번들 등의 전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물이 있다. 마을의 서남쪽에 있는 빌뫼산(星山)은 정상에서부터 등성이의 동쪽까지 온통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 중간지점에 고깔모자처럼 생긴 고깔바우가 있고 그 남쪽에는 일제 때에 막은 빌뫼방죽이 있다. 이렇든 빌뵈산에 등산객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투구봉의 우람한 자태와 아름다운 주변 자연환경이다. 투구봉 서쪽은 영암 학산면이며 동쪽은 성전면 대월마을과 경계이다. 장수가 쓰던 투구와 모양이 비슷하다 하여 불리워진 이름이다. 참나무가 자생하며 정상에 숯굴이 잇고 마을쪽으로 갓골, 홈골, 독사골, 큰골 등의 골짜기가 있다. 곽이장은 “강진군에서 외지 등산객이 많기로는 제일이라 생각됩니다. 주말이면 평균 버스 2대이상이 오니까요. 1시간 반 이나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산행인데 해남 계곡면의 흑석산, 가학산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라며 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해남쪽에는 일찌감치 등산 안내판이 잘 되어 있어서 등산객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제전마을쪽으로 오는 등산객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마을에서도 여러 가지로 외부인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천평 남짓한 농사를 짓고 있는 곽이장은 스스로가 농사꾼이라고 말하기기 부끄러울 정도라며 경쾌하게 웃는다. “나는 기계가 하나도 없어요. 요즘 농사는 기계가 많이 하기 때문에 내가 농사짓는 날이란 1년에 한달 정도나 될까요. 그러니 농사지어 얼마가 쥐어져도 모두 농기계값으로 나갑니다. 내가 분재를 가꾸면 돌아가신 우리 엄니가 말씀하시기를 ‘밭 나오고 옷 나오는 일을 해라, 밥이 나오냐 옷이 나오냐.’하드만요.”이렇게 말하면서도 그처럼 시원스레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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