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형문의 창가에서 23) 추억으로 떠오르는 피지(FIJI)의 밤하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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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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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문의 창가에서 23) 추억으로 떠오르는 피지(FIJI)의 밤하늘①

오늘 하루도 여니 때나 변함없이 해는 뜨고, 저물어 가고 있다. 용마루 너머로 기울어져 가는 노을빛이 너무나 곱다. 낮과 밤의 가교역할을 하는 노을이 찾아드는 애 저녁에는 나의 가슴에서 일렁이는 스며진 기억들을 일깨우며 어디론가 길을 함께 나서자고 재촉한다.

이토록 노을은 나에게 언제나 수채화 물감처럼 내 가슴에 고요히 담겨 있는 불빛으로 번져갈 때마다 그저 하루가 참 평안을 얻으며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아련하게 서서히 서둘러 꽃망울을 맺는다.

이민 생활 13년을 청산하고 떠나온 고국 이곳 강진 땅에 정착된 지도 어언 16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잊혀질 수 없었던 지난날의 남태평양상의 FIJI 밤하늘이 그리울 때면 생각나는 기억들이 너무도 많다.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적도 구역 FIJI 나라의 밤하늘은 참으로 말 그대로 환상이다.

유난스럽게도 지는 황혼이 떠오를 때면 아내와 둘이서 이민 가 정착했던 곳 라후토카공동묘지 언덕에 자주 올라 먼발치에서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황혼에 감탄하다 못해 황홀함에 넋을 잃어버린다.

태양이 하루의 일과를 다 마치며 바다로 빠지는 그 순간의 이글거리는 모습은 은빛 감색 진노랑 빛깔에서부터 시작하더니 일시에 주황색으로 번지며 찰랑거리는 바다 물결 위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온 천지가 불바다로 변해 버리는 때 오색 무지개가 산허리에 띠를 두르며 둥글게 감싸 안는다. 노을은 마치 쉼이고 휴식에 들어가듯 내일의 여명을 약속이나 하듯 눈썹 같은 초승달이 느리게 다가와 있다.

때때로 이런 때면 고국 생각에 잠긴다. 여름뿐인 피지에서 사게절이 뚜렷한 고국의 설악의 단풍이나 백양사 내장사의 불바다가 된 만추의 가을 풍경이 그립기도 하고, 추운 겨울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 길을 걸을 때면, 아내가 내 옷 속에 손을 깊숙이 넣고 속삭였던 말 중에 당신은 키가 커 바바리가 너무 어울린다며 눈이 펑펑 쏟아지는 길을 아삭아삭 걸었던 젊은 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고국에 돌아와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척이나 때 묻지 않은 추억이라서 지울 수가 없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밤 9시에 출발 다음 날 아침(9시경) 지구 서편 쪽 먼발치 적도(赤島) 구역을 벗어나면 곧바로 남태평양의 발아래 펼쳐진 찬란한 구름 띠 아래 새 아침의 햇살이 열린다. 일렁이는 그 구름층을 뚫고 9시간을 날아 내려가니 바다 한가운데 자그마한 섬 FIJI 나라가 맞아주는 순간, 비행기가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으며 수줍게 우리를 맞아 준다.

 

낯설고 껄끄러운 이국땅, 언어와 피부 색깔이 전혀 다른 남태평양상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공해가 전혀

없는 FIJI라는 곳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열 두배 정도 크기로 생각하면 된다. 무인도까지 합하여 무려

330개의 화산섬들과 산호섬으로 장관을 이룬다. 인구가 약 75만 정도인데 남섬과 북섬이 있다.

필자가 처음 거주했던 곳은 피지 남섬의 수도 SUVA라는 곳에 살다가 나디 공항에서 1시간 거리인라후토카라는 조용한 지역으로 옮겼다. 그곳 언덕배기 아래 실개천을 건너면 자연 그대로 베지 않은 은갈색 억새들과 그 곁에 사탕수수들이 사람 키를 재려는 듯 훌쩍하게 커 바람에 춤추듯 사각거리고, 개울물 갖지도 않은 징검다리 아래로 흘러가는 실개천 뒤를 돌아가면 늘 다니던 숲길 쪽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연초록 바다가 눈앞에 환히 펼쳐진다. 이런 때 석양 길 따라 찾아가는 기러기 때들도 더러 본다.

모래사장 길 따라 자연 그대로 늘어진 푸른 야자나무들과 코코넛 열매 파파야와 망고가 주렁주렁 매달린 그늘진 곳을 지나면 백사장에 출렁이는 푸른 파도가 눈앞에서 밀려왔다 사라지는 하얀 거품이 일시에 깨어지는 해변을 아내와 둘이서 맨발로 발자국을 남기며 걷던 추억이 꿈길인 양 떠 오른다.

하늘에는 고국에서 어린 시절에 보았던 솜털 구름 때들이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며 연보라색에서 핏빛으로 타들어 가는 황홀함에 넋을 잃고 눈 속에 그대로 담아둔 환영이 줄지어 떠 오른다.

어떤 땐 아내와 멀지 않은 곳 원주민 빌리지에 가끔 초대받아 이들과 어울려 손짓 발 짓 하며 웃고 즐기는 시간, 조상이 본래 식인종이라던 이들 모습이 전혀 순박하고 티 없이 맑은 까무잡잡한 남녀의 우람한 100kg 정도의 체격이나 이들 특유의 웃음으로 맞아주며, 갯벌에서 막 잡아 온 로브스터(가재)를 삶아 내놓거나 산돼지 바비큐를 불 위에 돌리며 함께 달 밝은 해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카니발을 즐기다 보면 비록 피부 색깔은 검지만, 마음만은 너무 순박하고 곱디곱다. 그런데 특이하게 놀란 사실은 여인들도 남자 못지않게 코밑에나 장 단지에 검은 수염과 털이 나 있는 여인들을 많이 봐 이상했다.

달 밝은 보름이면 멀리 바라보이는 수평선 밤바다에 달무리가 보석처럼 수면에서 반짝거리고,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황홀함이 꿈결에 파묻히듯 노니는 때, 아내와 둘만이 해변을 걸으며 고국 생각에 잠기곤 한다. 이들과 한밤을 쥐 새며 노닐던 새벽 역에 헤어지며 숲길을 빠져나올 때쯤이면 숲속 여기저기서 사람의 발소리에 놀란 듯 기러기 떼들이 후다닥 튀어나와 수면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 오른다.

 

2001년 초에 상영된 바 있는 감동적인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FIJI ’야사와섬을 배경으로 했다. 그곳에는 원시림 그대로의 무인도로 추락한 비행기에서 유일하게 생존했던 한 남자 몬도리카가 이 섬에서 사투하는 장면을 그린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영화로 정글 속에서와 협곡이 많은 무인도에서의 원시인 같은 생활로 야자수 열매를 따 먹고, 고기를 잡아, 불을 피워 구워 먹는 그런 원초 인간의 한계를 나타낸 영화였다. 필자가 나디 항구에서 쾌속정(선주 박호영)으로 1시간 거리인 그곳 야사와를 FIJI에 거주할 당시 직접 현장을 답사했던 환상의섬에서의 하룻밤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자연온천인 사부사부, 바누아, 레부카, 베쿠니 등 전혀 개발되지 않은 자연온천들이 많으며, 필자의 가까운 거주지에도 있어 때때로가 온천욕을 즐겨봤으며, 그 근처에 유럽인이 만들어둔 세계 각종 식물전시장 단지에는 오만 종류들이 가득하다. 그곳 피지의 원주민마을에서는 소박한 민속춤을 이따금 밤이면 초대받아 함께 즐기고, 이들 특유의 땅을 파 찐 바비큐를 먹었던 기억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부호인 컴퓨터 왕<빌 게이트> 까지도 옛날 이곳 피지안 호텔에 신혼여행지로 다녀갔다고 하며, 휴양지 리조트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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