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감점기(日帝 强占期)시절, 충남 예산에 꽃 같이 어여뿐 처녀 한 분이 있었다.
이 아가씨가 17살에 시집간 지 2년만에 서방님이 졸지에 죽어 19살에 과부가 됐다. 동네에선 그녀를 볼 때마다 불쌍하다. 나이가 아깝다며 위로해 줬지만, 19살 과부에게는 혹독한 시련이었고, 고난이었기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느 날 그녀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잘라버렸다. 그러면서 젊은 과부가 마을 어르신네 들로부터 듣는 동정의 말들이 듣기가 너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헤쳐나갈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방도 죽고, 자식도 없는 시댁(媤宅)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도 없었지만, 친정으로 돌아간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무언가 새로운 길을 찾기로 마음먹고 서울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낯설고 물설은 서울 생활이 어린 과부에게 녹녹치 않았다. 소개해준 곳곳마다 가서 이를 악물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식당에서 설거지와 남의 집 빨래도 하며 차츰 서울 물정에 눈을 떴을 때 지인의 소개로 어느 부유한 집 가정부로 들어가게 됐다. 그 집에서 밤낮으로 열정을 쏟아부으며 성실하게 일했다. 주인댁 부부 모두가 마음씨가 좋았고, 주인 어르신으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았다.
어느날 주인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이도 젊은데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고, 또 하나는 주인을 따라 주일에는 교회에 갈 수 있게 해 달라“했다. 인정 많으신 주인 어르신께서 정말 기특한 생각을 했다며 젊은 과부의 소박한 소원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숙명 여학교 야간부에 입학했고, 또 주일에는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주인 어르신의 큰 은혜에 감읍(感泣)하여 갑절로 더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했고, 밤에는 학교에서 죽기 살기로 공부에 전념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최우수학생으로 장학생이 되었고, 학교로부터 실력과 성품(性品)을 인정받았고, 22살이 되던 해(1913년) 늦게나마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당시가 일제 강점기 때인데도 1917년 학교에서 일본으로까지 유학생 신분으로 공부하러 가게 된 26살 젊은 과부는 너무나도 감사가 차고 넘쳤다고 술회했다.
일본 도쿄 여자 사범대학에서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연락선을 타고 부산 포구(浦口)에 내린 젊은 과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문에서도 충청도 예산의 한 젊은 과부가 당대의 명우 윤심덕처럼 멋쟁이가 되어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으로 귀국(1921년)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30세였다.
모교인 숙명여고 교사근무를 거쳐 당시의 조선총독부 장학사로 임명받고 일하다가 1945년 해방과 함께 숙명 여자전문대학으로 승격되어 학장으로 취임한 이후, 10년 후인 1955년에 숙명여자대학교를 세우고 초대총장으로 취임하신 분이 바로 17세에 시집가서 19세에 남편이 죽고 식모살이까지 했던 예산의 19살 과부 임숙재(任淑宰) (1891~1961) 총장의 이야기다.
임숙재는 숙명여대를 창설, 성장발전 시켰을 뿐만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운명을 바꾸어 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임 총장은 항상 제자들에게 ”성공하기를 원하십니까? 환경을 다스리시오.“라고 교훈과도 같이 늘 일관되게 가르쳐 왔다.
19세 시골 출신 과부가 식모살이에서 대학 총장까지 승승장구한 사연이야말로 인간이란 존재는‘고난을 잘 이겨내야 무슨 일이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산 증인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잠재된 능력과 무한한 가능성이 주어져 있음을 보여준 살아있는 증거라할 수 있겠다.
사람은 어떤 환경이나 위치에 처해있던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이겨내고 잘 다스려 나가느냐에 따라 그 인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 총장님으로부터 익히 느낄 수 있다.
지금 나 자신이나 당신 자신에게도 숨겨진 잠재력이 있는데도 스스로 자포자기하며 모른 채 개발해 보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들을 찾아낸다는 것, 또한, 그것은 당신의 살아가는 제1순위의 몫이 아니겠는가? 내 자식들과 후손들 몫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이지만 필자는 이 임숙재 총장의 위대한 성공의 업적을 깊이 삶의 지표로 삼고 남은 인생까지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온 심혈을 다하여 값진 삶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
이 총장의 드라마틱(Dramatic)한 실화를 읽고 읽어봐도 감명되어 소개하게 된 점 해량(海諒)해 주시기 바란다. 코로나 등 말세 같은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지라도 임총장같은 위대한 정신을 본받아 살아가는 지침의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우리에게 불어닥친 코로나가 2년이 넘어서며 수많은 인명이 죽어가 화장장이나 낙골당이 만원이 현실이라는데 이 어려운 위기를 복의 통로가 되어 인생역전(人生逆轉)의 고귀한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훌륭한 교훈으로 남겨주셨고, 임 총장께서는 1961년 향년 71세로 작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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