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라와 백성들만을 위해 일하는 을파소의 정치 철학은 오늘날 우리들 현실정치에 보여주는 메시지가 크다.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을파소가 실천했던 조용히 공부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때가 오면 세상으로 나아가 오직 국민만을 위해 일하려는 그의 자세다. 이와 같은 정신은 우리들이 배우고 익혀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을파소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믿음과 신뢰로 인재 발굴을 했던 고국천왕의 자세도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학식이풍부하고 덕망이 높은 선비로서 초야에 묻혀 사는 학자였다. 왕은 조정대신들이 만장일치로 정치색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을 선택하자 일단 안심이 되었다. 국사기에는 조정대신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을파소라는 인재를 발굴해낸 고국천왕의 용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옛날 현명한 군주가 인재를 등용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일체 구애됨이 없었고, 등용한 뒤에는 신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도성으로 불러 국정을 맡겼다.」
고구려의 제갈공명
“과인이 외람되어 선왕의 업을 이어 백성들의 위에 있지만 덕이 부족하고 재주가 짧아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익숙하지 못하오. 선생은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시골에 묻혀서 살았다고 하는데 이제 마음을 바꾸어 나를 찾아 왔으니 이는 나의 기쁨뿐 아니라 사직과 백성들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오. 부디 마음을 다해 나를 도와주시오.”
왕은 을파소에게 중외대부 자리를 내주고 여기에 우태라는 벼슬을 더해주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간곡한 제의는 거부당하고 말았다. 을파소는 겸손한 어조로“ 신은 우둔하고 어리석어 감히 지엄하신 왕명을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바라 건데 대왕께서는 좀 더 현명하고 어진 인재를 뽑아 높은 관직을 주고 대업을 이루도록 하소서.” 을파소의 속뜻을 알아차린 왕은 “그렇다면 경이 국상을 맡아 주시오” 강한 의지가 담긴 왕의 말 한마디에 조정이 온통 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중외대부와 우태라는 직책도 왕의
은나라 고종이 부열을 대한 것이나, 촉나라 유비가 제갈공명을 대한 것이나, 진나라 부연이 왕명을 대한 것도 이와 같으니 그런 후에야 어진 사람이 제자리를 찾고 능력 있는 인재가 직분을 맡아 나라를 밝게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왕은 결연히 홀로 결단하여 바닷가에 사는 을파소를 뽑아 뭇사람들의 입놀림에 흔들리지 않고 모든 관료의 윗자리에 두었으며, 또한 그를 천거한 자에게도 상을 내렸으니 선왕의 법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을파소는 국왕의 제의에 수락하고 다음과 같이 뜻을 밝혔다.
“선비가 때를 만나지 못하면 숨어 사는 수밖에 없고 이윽고 때가 열리면 세상에 나와 직분을 감당 하는 것은 마땅히 자신의 도리를 행하는 일입니다. 이제 대왕께서 나를 후의로 대하니 어찌 과거에 숨어 지내던 것을 생각 할 수 있겠습니까?” 고구려 역사상 바른 정사를 펼친 최고의 책사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에 반포된 “진대법”은 고국천왕과 을파소가 내세운 정책가운데 가장 빛나는 명작품이었다.
고국천태왕은 곡식을 풀어 백성들을 먹여 살리게 했지만, 이것은 일시적 대책은 되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되는 것이었다. 그해 10월에 고국천태왕은 군사훈련을 겸해서 질양이란 곳으로 가 사냥을 하는데 그곳에서 한 백성을 만나게 되었다. 길가에 앉아서 울고 있는 한 백성을 보고 태왕은 지나치지 못해 그에게 가서 무슨 사연으로 우는지 물었다. 그 백성은 자신은 논밭도 없이 가난하여 남의 집에 품을 팔아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올해는 극심한 흉년으로 양식도 없고 남의 집에 품을 팔아먹고 살길도 막혀 어머니를 봉양하지 못하여 막막해서 운다고 답했다. 그 백성에게 양식을 주어 위로하고 보낸 후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보고, 백성들을 돌볼 대책을 고민했다.
고구려 명재상 을파소 가르침
“때를 만나지 못하면 숨어서 살고,
때를 만나면 나아가 벼슬하는 것은
선비의 당연한 일이다.
지금 임금께서 정성으로
따뜻하게 나를 대우하시니,
어찌 과거의 숨어 지내던
은거를 다시 생각할 것인가?"
(삼국사기 권45, [을파소전] )
왕노욕주지 좌가려등모반
王怒欲誅之 左可慮等謀反
왕주찬지 수하령왈
王誅竄之 遂下令曰
왕이 노하여 그들을 목 베려 하자
좌가려 등이 모반하였으므로,
왕이 그들을 죽이거나 귀양 보냈다.
그리고 영을 내려 말했다.
근자 관이총수 위비덕진
近者 官以寵授 位非德進
“요즈음 벼슬이 총애하는 자들에게 주어지고 지위가 도덕에 따라 올라간 것이 아니어서,
독류백성 동아왕가
毒流百姓 動我王家
차과인불명소치야
此寡人不明所致也
그 해독이 백성에게 미치고 왕실을 동요시켰다.
이는 과인이 현명하지 못한 탓이었다.
금 여사부 각거현랑재하자
今 汝四部 各擧賢良在下者
이제 너희 4부에서는 각기 재야에 있는
어진 이와 착한 이를 천거토록 하라!”
어시 사부공거동부안류
於是 四部共擧東部晏留
왕징지 위이국정
王徵之 委以國政
이에 4부에서 모두 동부의 안류晏留를 천거하자, 왕이 그를 불러서 국정을 맡기려 하였다.
안류언어왕왈
晏留言於王曰
미신용우 고불족이참대정
微臣庸愚 固不足以參大政
안류가 왕에게 아뢰었다.
“미천한 저는 용렬하고 어리석어
실로 중대한 정사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서압록곡좌물촌을파소자
西鴨淥谷左勿村乙巴素者
유리왕대신을소지손야
琉璃王大臣乙素之孫也
서압록곡 좌물촌에 사는 을파소라는 사람은 유리왕琉璃王의 대신이었던 을소乙素의 후손입니다.
성질강의 지려연심 불현용어세 력전자급
性質剛毅 智慮淵深 不見用於世 力田自給
그는 성품이 굳세고 지혜가 깊은데
세상이 써 주지 않으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왕약욕리국 비차인즉불가
大王若欲理國 非此人則不可
대왕께서 나라를 다스리려면
이 사람이 아니면 안될 것입니다.”
왕견사이비사중례빙지
王遣使以卑辭重禮聘之
왕이 사람을 보내
겸손한 말과 정중한 예로 그를 초빙하여
배중외대부 가작위우태
拜中畏大夫 加爵爲于台
중외대부中畏大夫로 임명하고,
벼슬을 더해 우태于台로 삼으며 말했다.
위왈 고도승선업 처신민지상
謂曰 孤叨承先業 處臣民之上
덕박재단 미제어리
德薄材短 未濟於理
(고국천왕故國川王이 말하기를) 내가 외람되이 선대의 왕업을 계승하여 신하와 백성의 윗자리에 처하게 되었으나,덕이 박하고 재능이 부족하여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소.
선생장용회명 궁처초택자구의
先生藏用晦明 窮處草澤者久矣
금불아기 번연이내
今不我棄 幡然而來
선생이 재주를 감추고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초야에 묻힌 지 오래였으나
지금 나를 버리지 않고 선뜻 와주었으니,
정관웅
힐링코칭상담연구소장
시인•칼럼니스트
강진고을신문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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