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마을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바위가 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은 그 바위를 장군바위, 혹은 용바위라고 불렀다. 용바위라는 명칭은 이 바위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이유로 붙여진 모양이지만 그 보다는 장군바위에 관련된 전설이 더 구비전승(口碑傳承)되는 듯 하다. 장군바위와 관련해서 장군감으로 여겨진 비범한 소년이 주변인들의 방해로 꽃조차 제대로 피우기 전에 죽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약 300년전 마을에는 이마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새겨질 긴 세월동안 아이를 갖지 못한 노파가 있었다. 노파는 팔다리가 굳어지고 허리가 굽어지도록 아이를 낳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지만 자식을 갖고자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다행히 하늘도 노파의 한(恨)을 돌아봐주었는가. 마침내 노파는 태몽에 가까운 기묘한 꿈을 꾸게 됐다. 위풍당당하리만치 광채가 빛나는 장군이 호화찬란한 마차를 타고 등 뒤에 있는 바위 위로 내려오는 꿈이었다. 노파는 꿈을 꾸고 난 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뚜렷하여서 마치 생시에 본 듯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노파는 직접 그 바위를 찾아가 보았다. 바위를 찾아봤더니 과연, 그 바위 위에는 말발굽과 마차바퀴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게 보였다. 그 일이 있는 뒤로 노파에게는 태기가 있게 되고 옥동자를 낳게 되었다.
어느 날 노승이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노승은 마을에서 어떤 영험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그 기운을 찾아보니 노파의 집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어떤 연유인지 알아보니 더 이상 생산의 능력이 없어야할 노파가 옥동자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노승은 괴이한 일이라며 여기며 노파의 집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 집에서 나온 아이에게 심상찮은 기운을 발견한다. 그는 노파에게 아들이 귀하게 될 터이므로 잘 기르라고 이르며 떠났다.
아이는 낳은 지 이틀 만에 걸어다니며 병정놀이를 했다.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그 아이의 장래에 장군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 아낙네가 이 집 앞을 지나고 있는데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아낙네는 그 소리를 신기하게 여겨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다보였다. 그런데 방 안에서는 이 아이가 날아다니면서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아낙네는 깜짝 놀란 나머지 그만 “도둑이야!” 라고 외치고 만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아이는 아낙의 말처럼 점점 성격이 괴팍해지고 도둑질을 일삼게 되었다. 노파가 채근하거나 어느 누가 말리고 타일러도 그 아이의 도둑질은 멈추질 않고 더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사또는 이 아이를 가만 놔두면 큰일이 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잡아다 죽이고 말았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참 뒤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조언을 해주고 떠난 노승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그 아이의 행적에 대해서 물어왔다. 노파로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듣고 노승은 “방정맞게 여자가 아이를 도둑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도둑질을 하다가 죽은 것이야” 하며 애석해 하고 떠났다.
그런데 이 아이가 죽고 난 뒤부터 이 마을에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 하나 생겼는데 동네 뒤에 있는 장군의 말발굽이 박힌 바위가 항상 눈물을 흘리듯 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그 뒤부터 사람들은 이 바위를 ‘눈물이 흘리는 장군바위’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어른들의 사소한 말 한 마디가 아이들의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교훈을 두고두고 되새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팔영마을 장군바위와 비슷한 전설 서사는 강진뿐만이 아닌 다른 지역곳곳에서 구전되고 있다. 이야기의 결말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 크기 전에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망찬 이야기보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지역의 차이를 막론하고 대부분 구전되어온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과거 겪었던 고통들과 무관하지 않다. 다른 국가와 민족으로부터 침략당하고 지배당하는 삶. 굴욕적으로 고개를 수그리며 순응해야했던 우리 민족의 고통이 이러한 전설들이 보편적으로 구전되어올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설들은 민족의 한(恨)을 담고 있다. 비극적이고 운명적인 결말과는 반대로 역설적으로 후손들이 꽃이 피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기에 이런 교훈을 담긴 전설들이 보편적으로 구전되어 온 것일지 모른다.
소재지: 강진읍 영파리 팔영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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