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고을신문 : 이형문의 창가에서 30) 사랑을 나누었던 “보수”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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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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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문의 창가에서 30) 사랑을 나누었던 “보수”와의 이별

사랑을 나누었던 보수와의 이별

 

사람들은 저마다가 다 다르게 제멋에 겨워 살아가듯 필자에게도 사색에 잠기는 때가 되면 언제나 내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아침 이슬과도 같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사라지는 게 하나 있다. 그게 그렇게도 잊히지 않는 사랑스러웠던 우리 집보수와의 기이한 인연의 간헐적인 슬프고도 아픈 이별이었다.

그러니까 그 인연은 강진에 살던 어느 해 봄 오산마을 이장님이 예쁜 강아지 몇 마리를 낳았다며 기르라면서 한사코 권해 그중에 수놈 한 마리를 골라 4, 19날 자전거에 싣고 왔다.

이름을 개의 우두머리인 지칭으로 보수라고 지었다. 허전하던 마당에 식구 하나가 늘어나자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면 어찌나 반가이 꼬리치며 따르는 사랑스런 반려견(伴侶犬)이었다. 그런 보수를 3년여가 넘도록 한 식구가 되어 산행하던 새벽이면 반드시 함께 다려다녔다. 우리 부부의 사랑을 온통 독차지하던 때, 필자의 넷째 여동생 남편의 병 문안차 급히 여수를 가게 됐던 일이 있다.

그런데 이게 왼 일인가? 산에 다리고 나갈 때 외는 한 번도 밖에 나온 적이 없었는데 내가 출장 가는 줄 어찌 알고 그날따라 어느 문틈으로 나왔는지 길에까지 따라 나와 깜짝 놀라 다시 보듬고 들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목줄을 묶어두지 않고 그냥 집 잘 보고 있으라면서 나갔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됐다.

고속버스로 한 참 가는 중인데 보수가 집을 나가버리고 없다는 전화다. 걱정이되 뒷날 다급하게 돌아와 보니 역시 집에 들어오질 않았다. 백방으로 찾아봐도 일주일이 넘어가도록 집에 오지 않는다.

매일 산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왜 요즘은 보수를 다리고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어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 말이 알려지며 많은 곳을 수소문하던 때 군에서 유기 견을 보호하는 곳이 있다기에 연락해보니 차에 치인 개가 우리 보수임을 확인하고 군청 정문 앞에서 만나자며 20 여분 후에 보수를 데려와 바라보니 우선 심하게 야윈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왼쪽 뒤 발목뼈가 엉망이라 그 고통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얼굴이 너무 핼쑥하게 야윈 데다 나를 보더니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눈가에 눈물이 고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내 가슴이 미어져 이 늘그막에 이토록 흐느껴보긴 처음이다.

 

우선 응급조치를 한 후 동물병원에 가 보였더니 골반 쪽과 뒷발 하나가 완전 골절로 소생이 어렵겠다는 선고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유다르게 개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더니 그 먼 경기도에서 내려와 보고 몹시도 안타까워했다. 아들이 떠난 후 십 여일이나 살려보려고 모진 애를 썼으나 소생이 어려움을 감지했던 날 아침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개집에서 있는 힘을 다해 나오더니 마당에 똥오줌을 누고 난 뒤 자기 집 문턱까지 기어가더니 기력이 다됐는지 그대로 숨이 끊어져 버렸다.

눈가에 눈물 자국이 남아 발에 감아뒀던 붕대를 풀고 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고 난 뒤 상자에 담아 새벽마다 산책하는 보은 산길 언덕 가까운 양지쪽에 자리를 잡아 수목 장을 해뒀다.

 

그런 며칠 후 아내와 둘이서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없어 바람도 쏘일 겸하여 강진에서 보성으로 가 보성에서 부산으로 가는 통일호 완행열차에 몸을 실어 차창 밖을 내려다보면서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 못 다 나눈 정을 잊자고 까지 했다. 부산에 도착 해운대 온천에서 한 사흘 파도치는 해변 모래사장을 걸으며 마음을 달래고 돌아왔지만, 돌아온 집안 마당엔 반겨주던 보수도 없는 텅 빈 쓸쓸함만의 흔적으로 허전함이 남아있었다.

매일 아침 산행 때마다 수목장 해둔 무덤을 바라보며 보수야! 넌 참 좋겠다. 이젠 발도 아프지 않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고 있으니! 다음 세상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 다시 만나자. 그렇게 나누는 대화를 곁에 서 듣던 아내도 하는 말이 보수야! 넌 죽어서까지도 할아버지에게 축복 받는구나 그런 개는 아마도 이 세상에는 너뿐일 깨다. 우린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그 말을 하루도 거르지 나누고 있다.

이후 또 아는 분이 강아지 한 마리를 주겠다고 했으나 이별이란 그토록 아픈 상처를 두 번 다시 갖고 싶지 않아 한사코 거절하고 말았다.

 

필자와 보수의 아픈 이별의 인연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지금도 산을 오르내리는 때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 생활 주변에선 기르는 개까지도 몸보신용으로나 무자비하게 도살하는 행위만은 근절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죽하면 다른 나라들에서까지 개 잡아먹는 나라라고 비난할까?

봄이면 벌이 꽃에서 꿀을 따지만, 꽃에는 상처를 주지 않고 오히려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꽃을 도와주는 아름다움같이 인간 사회에서도 꽃과 벌 같은 아름다운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그나마도 삶의 향내로 가득한 세상으로 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사색하며, 오늘도 필자는 늘그막에 새벽 산길을 아내와 손잡고 연초록 색깔로 가득한 5월의 보은 산 길 향기로운 아카시아 꽃향기와 길가 한 모서리에 옹기종기 곱게도 피어난 연분홍빛깔의 달맞이꽃에 취해 새벽길을 걸으면서 사랑스러웠던 보수와의 인연의 아픔을 달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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