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만고풍상(aii kinds of hardships and privations: long trials) 바람 잘 날 없이 살아가기 마련이다. 남이 내 삶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듯이 저마다는 다 자기 길을 찾아 때로는 탄식과 절망과 고통과 외로움인 방황의 길목에서 누더기 같은 상처투성이를 꿰매며 극기로 자신을 위로하려는 용기야말로 인간만이 지닌 목적 있는 삶의 반성을 깨닫게 하는 최후의 보루가 아닐까?
필자도 글을 쓰며 늘 느끼는 감정은 삶의 길목에서 때로는 내 아픔의 심정을 다 풀어놓기보다 그에 담긴 절규나 반항의 갈등인 그 여운의 빛깔을 홀로 달래며, 차분히 흐르는 개울물소리같이 지긋한 흔적의 표상으로 글을 남기려는 거짓 없는 심정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신록이 화창한 5월이나 눈이 펑펑 쏟아지는 한겨울이든 관계없이 내 나이가 다가는 이해라 해도 내년이면 모란은 다시 피는 걸 볼 꺼라 욕심 같은 생각이지만, 노쇠해가는 세월 앞에서는 이길 장수가 없듯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도 새털같이 가뿐한 마음가짐으로 아내와 손잡고 가는 길목에 색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뽐내는 수국이나 연분홍색 달맞이꽃들이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여명의 아침이 너무 참스럽기만 여겨진다.
2천 년 전 공자(孔子)가 태산 기슭을 지나다가 비파를 들고 한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바위에 앉아있는 한 노인을 바라보며, 뭐가 그리도 즐거우냐고 물으니, 사람으로 태어나 즐겁고, 남자로 태어나 고맙고, 95세까지 장수하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는 삼락(三樂)의 글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지금이 100세 시대라 하지만 주위 벗들도 다 떠나가고 없는 낙조(落照)의 길섶에 홀로 서서 마음 달래며 삼락을 바란다면, 아직은 건강하여 이 어지러운 세상이어도 눈감는 날까지 남이 다 잠든 이 한밤에 쓰고픈 글을 남긴다는 작가의 품신이야말로 더 없는 현실적 행복의 삼락(三樂)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
19세기 미국의 대중적 시인<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라는 분에게 두 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첫 번째 부인은 오랜 투병 생활로 숨졌고, 두 번째 부인은 부엌에서 화재가 발생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롱펠로>의 시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임종을 앞둔 이분에게 그 비결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 대답에 사과나무를 가리키며 저 나무가 나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저 나무는 매우 늙었다. 그러나 해마다 단맛을 내는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다. 그것은 늙은 나무 가지에서 새순(筍)이 돋기 때문이다. 이 시인에게 힘을 준 것은 부정(不定)이 아니라 긍정(肯定)적인 마인드였던 것이다.
한 인생을 살아가며 지금의 내 환경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고목(古木)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고목이지만 다시 돋아 날 새순이다 는 생각차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이 바로 인생의 새순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에 따라 새로운 감정이 생긴다. 우울하게 생각하면 우울한 감정이, 감사한 생각을 품으면 감사한 표정이기에 어떤 생각을 갖느냐? 가 매우 중요하다. 필자도 이제 나이가 짙어지니 이분 <롱펠로> 시인의 생각처럼 긍정의 마인드를 언제나 산행 때마다 손잡고 외우는 말이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오늘 지금이 바로 천국이다. 하루하루가 선물이다. 내가 먹는 음식이 바로 나다. 습관 하나를 고치면 운명이 바뀌고, 의식 하나를 바꾸면 팔자를 고치고, 생각하나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암 그러 구 말구. 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용기를 부추기면서 산을 오른다.
노년 행복의 처방은 마음을 비우고 밝게 사는 정신이 아닐까? 하루하루 이 순간의 일상을 즐기는 정신이 중요하기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열 받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선 마음속에 걱정거릴랑 다 치워버려라. 만족(滿足)의 만(滿)자는 가득하다는 뜻이고, 족(足)은 그냥 발이란 뜻인데 어째서 만에 굳이 족(足)자를 쓸까? 발목까지 차올랐을 때 거기서 멈추는 정신이 행복이란 뜻이다. 또, 추운 겨울 한 걸인을 만나 혹 행복을 아느냐? 고 물으니 그 대답을 오늘 저녁 먹을 끼니와 잠자는 곳만 있으면 그게 행복이 아니냐고 답했다고 하듯, 욕심을 최소화하며 피로감을 풀어주는 족욕(足浴)이야 말로 마음을 평안케 해 준다. 고민거리는 피를 말리는 주범이니 느긋한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남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행복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매일 열심히 흙을 밟아라. 대자연은 우리 인간의 생명을 자연치유 시켜주는 명의(名醫)가 아닌가?
과로나 스트레스는 조용히 찾아오는 저승사자다. 맑은 공기와 좋은 미네랄의 생수를 마셔라. 인생의 연륜은 한번 오면 뒤돌아 갈 줄 모르는 것이 우리인간의 명줄이 아니던가?
살아있을 때 건강관리를 잘하자. 그리고 매일 많이 웃자. 그래야 몸속에서 엔돌핀이 솟는다. 돈 많은 분들 천장만 쳐다보며 아이고 저 돈 언제 다 쓰지? 라며 욕심부려봤자 죽을 때 한 푼도 못 가져간다. 필자는 젊을 적에 수 없는 사기, 보증을 당하다 보니 지금은 내 집 하나 없는 알거지다. 하지만, 나라님이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이만하면 돈 많이 가진 사람보다 마음이 더 부자로 행복하게 산다.
돈이란 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재벌이란 일반 사람보다 세상눈을 좀 먼저 떠 운이 따랐고, 돈 관리를 잘한 사람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 관리를 잘못하면 소리 없이 다 나가버린 후 결국, 나중엔 돈에 치여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내 주위에서 많이 봐 왔다.
생각을 바꾸면 인생도 달라진다. 자연은 스스로가 느껴서 배우는 길이다. 자연은 우직하고 정직하다.
돈 좀 있다고 우쭐대며 유세 떨며 목에 잔뜩 힘줘봤자 잘못하다간 목뼈 부러 진다. 세상에는 그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들을 너무 많이 본다. 언제 어디서나 잘난 채 나서기보다 한걸음 물러서서 상대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무겁게 입 다물고 자중하는 그런 사람이 대접받는다.
인생길엔 누구에게나 환란 풍파가 있게 마련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쩍을 잃어버리듯 돈 좀 가졌다고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보리는 익을수록 빳빳이 처 든다. 어중간하게 가진 자들이 남을 쉽게 깔보며 설익은 자들로 ‘감히’라는 말을 잘 쓴다.
필자는 때때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때가 많다.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 때는 사람들이 참으로 순박하고 청빈하였는데 오늘날은 참 별별 세상 볼꼴, 못 볼꼴을 다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때가 많다.
무자비하게 자기가 낳은 갓 난 자식을 쓰레기 더미 속에 버리지 않나, 돈에 얽힌 사건들로 상대를 거리낌 없이 죽여 버리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살벌한 세상이다. 오늘날 자식들에 천대받은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홀로 죽어가도 나 몰라라 눈 하나 깜짝 않는 세상이니, 이런 야박한 세상에 목숨을 부지하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왜 세상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세상으로 돼 버렸을까?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