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축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새로 집을 지을 경우 평당 600만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30평의 집을 지을 경우 1억 8천만 원이 든다는 얘기이고, 여기에 땅값과 기초 작업, 정원 등을 감안하면 2억 5천만 원 정도 들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추세다.
건축업자 친구가 하는 말이 “집에 많은 돈을 바르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집이란 시원하고 따뜻하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 기억난다. 하지만 집을 짓다 보면 그렇지 않다. 자꾸만 욕심이 생기고 더 좋은 자재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시골로 귀농하거나 귀촌하는 사람들이 헌집을 사서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지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 집을 철거했을 때 1천만 원 가까이 철거비가 들고 석축 등 기초작업을 다시 할 경우 추가비용이 든다. 시골도 땅값이 많이 올라 만만치 않는데 여기에 철거비용과 기초작업까지 보태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시골에 살고자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이고 그 이유로는 건축비가 전자에서 말했듯이 어지간히 많이 든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필자는 15년 전 쯤 건축비가 없어서 흙집을 결심하고 짓기 시작했다. 옛날 시골에서 담벼락을 쌓을 때의 기법처럼 돌과 흙을 함께 섞어서 쌓기 시작했는데 두껍게 쌓아올렸기 때문에 매우 튼실했고 별도로 다른 자재와 함께 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붕에도 흙을 올려 흙집 자체가 흙으로만 된 집이었는데, 때마침 한 마을의 2층집을 지으러 다니던 인부들이 진짜 집이라고들 말하곤 했다. 2층집을 지은 사람은 이중삼중으로 벽을 만들면서 집을 콘크리트로 지었는데, 찜질방을 별도로 만들어 잠자다가 그만 공기가 통하지 않아 집을 완성한 첫날밤 목숨을 잃은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을 만큼 꼼꼼하게 지은 탓이었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이런 대목을 읽어보면 흙이야말로 생명의 원천임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이무형의 <흙에 눈에>에 이런 대목이 있다.
‘발을 들여 놀 때마다, 아래 종아리에 흙과 물이 뛸 때의 그 감촉, 띄엄띄엄 소가 발을 드놀 때마다 철벅거리는 물소리, 흙에서 나서 흙을 만지며 늙은 이 농부에게는 논과 밭가는 사람의 팔자는 그대로 신선이었다. 이런 농부에게 있어서 흙 – 땅은 그대로 희망이었고 기쁨이었다. 그것은 그대로 종교였다.’
흙이 삶의 바탕이 되고 희망이 되며 행복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크세노파네스>는 단편(斷片)이란 글에서 ‘만물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이 말은 이미 구약성서에도 나와 있다. 이렇듯 흙은 생명의 원천이며 생육의 터전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흙으로 내가 숨 쉬고 잠자며 생활하는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 왜냐하면 그 어떤 건축 재료보다 흙만큼 좋은 재료는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산간에 가면 흙을 지붕에 두껍게 덮은 집을 볼 수 있는데, 흙이 쓸려가지 않도록 풀잔디로 마무리한 모습이다. 이는 흙처럼 좋은 방한 효과가 없다는 건축의 한 방식이라 짐작된다. 중국에서도 추위를 이기기 위해 땅을 파서 반지하 식의 주택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가히 납득이 가는 것으로 결국 흙을 이용해 방한 극대화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흙집은 재료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요즘 황토흙 한 차에 13만원씩 하므로 20대분이라고 해도 260만원 밖에 들지 않는다. 적은 돈으로 충분히 기초 재료를 마련한 셈이다. 흙은 포크레인으로 이겨서 비닐로 쌓아놓으면 1년간 마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여기에 돌이 없으면 나무토막을 넣어 쌓아올리면 되고, 그 위에 서까래를 올리면 그야말로 숨 쉬는 흙집이 된다. 거친 벽은 우뭇가사리를 끓인 물로 흙과 함께 바르면 매끄럽게 된다.
이미 만들어진 황토벽돌로도 흙집을 지을 수 있지만 시공비가 많이 든다. 일반 건축비와 다름이 없을 정도다. 뭐니뭐니해도 흙집은 혼자 스스로 지었을 때 크게 건축비를 아낄 수 있다. 창틀과 방바닥은 전문가의 손을 빌려 하면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조금만 배우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흙집인 것이다. 실은 옛 사람들은 토담집을 짓다가 조금 발전해서 흙벽돌로 지은 토피집을 많이 지었었다.
건축비가 크게 뛰어올라 집짓기가 무서운 이 시대에 옛날 담벼락 방식으로 흙집 짓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손수 흙을 쌓아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특히 돈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선망하는 흙집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살아보면 흙집의 장점을 체험할 수 있게 되는데, 아무리 피곤한 몸도 하룻밤 자고나면 거뜬해지는 것을 느낄 정도다.
흙집은 원형으로 지었을 때 얼마든지 25평의 집도 지을 수 있다.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적은 돈으로도 훌륭한 집이 되는 흙집 짓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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