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 시인의 쉽게 풀어쓴 노자이야기
제 4장
도의 실체
도는 텅 비어있어
아무리 써도 차지 않고
깊어서
만물의 근본(宗)인 듯하다.
날카로움을 꺾고
어지러움을 풀며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도 함께 한다.
깊으니 항상 있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의 자식인지 알지 못하지만
조물주 보다 앞서 있는 듯하다.
도의 실체란 과연 존재 하는 것인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런 물음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질문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질문들 역시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대인 들 에게는 남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도가 있느냐 없느냐 하고 아무리 따져봤자 일상생활 하는데 별로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사는 사람보다는 비도(非道)로써 이득을 챙겨 가며 사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역사가 수많은 도전과 응전을 거듭해 오면서 끈기 있게 지속되어 온 것은 비도가 아닌 정도가 보다 더 많이 살아서 움직여 왔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뿐 그러나 실재로 정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음은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마치 이 지구상에 수 많은 생물들이 공기와 물이 있어 숨쉬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다.
도란 우주만물 어디든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도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노자의 말을 빌리면 도는 우주만물의 어머니 이므로 우주만물은 도의 품에 안겨 있는 샘이다. 만물을 깃들게하는 충(沖)은 비어(虛) 있음으로 그 속에서 서로 어울림(和)을 이룬다고 생각 했다. 다시말하면 도는 텅빈 그릇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나 거기에는 우주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도(道)의 沖(충)을 떠나서 살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도는 텅빈 그릇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비어 있지 않고 따라서 차서 넘치지 않고 아무리 퍼내어도 줄어들지 않으며 그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가 없어 만물의 근원이라고 풀이 하고 있다.
또한 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큰지 알 수가 없으며 눈으로 볼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잡을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다.
인간들은 이러한 도를 길이와 크기로 측량하려 하지만 그러나 알 길이 없다.
이러한 도의 세계를 노자는 혹불영(或不盈) 이라 하였는데 혹불영이란 차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모든 물들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만 바다는 여전히 넘치는 일이 없다. 뿐더러 마르는 일도 없다.
밤하늘에 번짝이는 별을 보라. 밤하늘에는 샐 수도 없는 많은 별들이 허공에 꽉 차있다. 그러나 허공이 좁다거나 일탈해서 떨어지는 일이 없다.
이와같이 도는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쓰임이 있고 모자라거나 넘처나지도 않으며 깊고 깊어서 만물의 근원이라고 할만 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도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가? 도는 만물의 근원이지만 예리하고 날카로워 지혜가 넘처나지 않고 모든 것을 조화롭게 이끌며 사방으로 얽혀 있는 것 같지만 질서 정연하게 모나고 얽힌 갈등을 풀어주고 보잘 것 없는 미물일 지라도 업신 여기지 않으며 스스로의 날카로움을 드러내는 일이 없어 만물의 분쟁을 해결해주고 자신의 빛을 흐리게 하여 세상의 더러운 티끌 속에서도 같이 있게 된다.
나는 그가 누구의 자식인지 모르지만 신보다 먼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도는 우리 주위 어디에든지 존재하고 있으며 마치 허공과 같아서 텅 비어 있지만 모든 것을 받아 들여서 항상 차있고 그렇다고 넘처 나거나 없어지지 않으며 언제든지 바른길을 향하여 인도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말씀해 주셨다.
자연을 보라. 자연은 멀리서 보면 한없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라. 제멋되로 우거져 있는 잡목들로 무질서하게 마치 경쟁이나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모습은 인간처럼 (불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불평 불만 없이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도 마다하지 않고 끊임 없이 존재해 오고 있다
실로 경이롭지 않는가.
이것이야 말로 날카로움을 꺾고 어지러움을 풀며 빛을 부드럽게하여 티끌도 함께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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