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강물이 되고 싶다
정관웅 시집
늘 아침을 여는 마음으로 살았다/ 소망과 예지로 깨어 있기를 바라며 살았다/ 고개 넘어 소를 모는 아이의 마음 은/ 산등성에서 밀려오는 안개 속으로 스며들며/ 가슴에 밀려오는 할아버지의 시조창을 들으며 자랐다/ 곧고 예의바른 선비정신이 그곳에 있었다/ 내 영혼의 낯익은 햇살 속에 펼치는 초원도/ 사색하고 글 쓰는 것도 그 정신에서 싹이 자랐다/ 때로는 삶의 모퉁이에서/ 어떻게 다스리고 사랑해야 하는지/ 가슴에 흐르는 생각을 잠재우지 못할 때/ 시가 곁에서 삶을 관조하게 하고/ 나아가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아기 걸음으로 새싹을 펴고/ 봄의 소망 담아서 가져온 사랑/ 쉽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가/ 가슴에 자리하게 하였다/언제나 이 걸음으로 삶의 성취를 / 시로 낳고자 한다
강진중앙초등학교 교사인 정관웅 선생이 시집을 내면서 자서로 쓴 내용이다. 전원범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정관웅 시인을 가르켜 “뒤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면 보다 일찍 시를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늦은 나이에 문단 데뷔라는 요식을 갖추고 이제야 많은 시들을 모아 시집을 내게 되는가. 그것은 개인적인 특유의 삶에 대한 결과물이긴 하겠지만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뒤늦게나마 인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진지한 성찰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관웅 시집은 90여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시를 통해 시인으로서 세상에 얼굴을 내민 셈이다. 평소 정관웅 시인은 요가를 즐겨 해왔거니와 요가란 시를 썼다. 앉거나 눕거나 서거나/ 척추를 바르게 하고/ 살포시 눈떠 앞을 본다/ 인생은 그 어떤 것 보다/ 깨지기 쉽고 불안정한 것/ 오늘을 보내며/ 침묵으로 안에서 힘들을 깨우고 있다/ 가만히 느껴본다/ 날숨과 들숨을 알아차리며/ 온 몸에 마음이 고루 배어서 이루는 한 덩어리/ 어느 부분에 쏠리지 않고/ 자연스러움이 너인 것을/ 앞으로 굽히고 뒤로 젖히고/ 옆으로 서서 누워서/ 나의 몸이 되살아나는 기회/ 오늘도 나는 너를 만나서/ 깊게 이완한다
요가란 시를 읽어볼 때 얼마나 편하게 읽히는 시인가. 시집명으로 채택한 강물이 되고 싶다에서도 우리는 쉽게 읽히고 쉽게 시인과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작은 물살이라 해도/ 쉬임없이 흐르는/ 강물이 되고 싶다// 가득 채워진 생각/ 숨쉴 틈 없는 공간/ 두려움을 털고/ 나 이제 자유로운/강물이 되고 싶다// 고여 있지 않고/ 끊어지지 않고/ 산기슭 타고 노는/ 강물이 되고 싶다/ 웃음소리 울려 퍼지는/ 이제는 아름다운/ 그런 강물
정관웅 시인의 성품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고, 어떻게 세상을 살고 싶어 하는 지 그의 모든 시에는 녹아들어 있다.
정 시인은 완도 출생으로 전남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했고, 월간 <문예사조>에 시 신인상 당선과 <문학춘추> 신인작품상에 시 당선된 바 있고 모란촌문학동인회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송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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