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김용복 영랑기념사업회장 취임사(요약)
저는 77년 전 군동면 석교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금릉중학교 2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 동안 낯설고 물 설은 객지에서 타국에서 지금까지 생활해 왔습니다.
고향하면 누구나 좋은 추억, 행복했던 어린 시절, 즐거웠던 소년시절의 추억이 있기 마련이지만, 저는 배고프고 외롭고 슬프고 섭섭하고 야속했던 그런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나를 낳아 주고 키워준 강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향을 사랑합니다.
제 나이 30대 초반이었던 1965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인 베트남에서 미국회사의 노무자 신분으로 일할 때 첫 월급 $350 달러를 받아 내 고향 강진군수께 좋은 일에 써달라고 송금을 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나름대로 고향을 위해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곳이기에 사우디에서 돈을 벌어 신전면에 버려진 100 여만 평의 간척지 뻘밭을 매입해 (서울) 영동농장을 일구어 오는 것으로 고향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자식과 후학들에게 제가 이루어 온 모든 일을 넘겨두고 완전히 은퇴생활로 접어들려고 했을 때 강진의 영랑선생의 3남, 김현철 선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만나뵈었더니 영랑기념사업회 윤충현 회장이 일신상 이유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은즉 후임자를 찾고 있다면서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김현철 선생은 완곡하게 거절하는 저에게 자신이 고향을 떠난 지 60년 만에 왜 다시 오게 되었는지 장황하게 설명하시면서 간곡히 부탁을 하신 바람에 수락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존경하는 고향 선배,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
저는 총알이 빗발치는 베트남 전쟁터에서도, 섭씨 4-50도가 오르내리는 삭막한 사우디에서도 꿋꿋하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고향의 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금의환향 하리라는 간절한 꿈을 키웠습니다. 그런 저는 강진에서 가장 존경하고 유명한 분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시인 영랑 김윤식 선생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해 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국자로서 열정을 다해 오셨고, 고향 강진의 청정한 풍광과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함으로써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영랑문학제를 전국적인 문학축제로 발전시켜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일은 군민, 공무원, 출향인 모두가 힘을 합치고 뜻을 모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기념사업회를 지금까지 이끌어 오신 모든 임원님들과 군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황주홍 군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가 전국적인 규모로 날로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갑시다. 2009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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