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길목에서 김영배(의학박사)
“나는 세대차이를 인정한다.”
김영배 (의학박사· 전 중앙의원장)
근세에는 “세대차이”란 단어는 아주 흔한 단어가 되었다. 언제부터 어디서 들어온 말인지는 모르나 그 안에 담긴 뜻은 국내나 외국이나 국한 되지 않는다. 세대 차이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젊은이들은 “세대차이”에 대하여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으나, 노인들은 이 말에 대하여 은근히 불만을 느끼고 심하면 세상을 개탄하기도 한다. 나도 때로 이런 불만과 탄식이 뒤섞여 괴로워 한 적도 있는 듯하다. 나는 현재 누가 뭐라고 해도 노인임으로, 나에게도 노인에게 찾아오는 피치 못할 심리적 갈등이 있다. 젊은이들이 화려한 몸차림으로 길을 활보하는 것들이 못마땅해 보이고, 그들이 교환하는 말이 귀에 거슬리기도 한다. 특히, 요즘 새로 등장한 신조어들은 들을 때마다 불편하고 얼굴이 붉어진다. 그들의 옷차림, 태도, 언행, 화장, 사람을 대하는 예절, 좋아하는 대상과 취미까지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만족을 주지 않고, 볼 때마다 고개가 가로 저어지고 한숨짓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때가 허다하다. 만약 세상에 깊은 골짜기가 있다면, 우리 같은 노인은 이쪽 기슭에 서있고, 젊은이들은 반대편 기슭에 서 있을 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우리도 저쪽 기슭에 서 있었고, 우리가 서 있는 이쪽에는 우리의 부모와 스승, 선배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이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연의 섭리와 변화에 저항하지 못하고 하나 둘씩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버렸고, 그 빈자리를 우리가 메우기 시작했다. 사람이 늦가을 나뭇가지처럼 잎을 하염없이 떨어뜨리고 나무속이 비어가더니 나무 전체가 말라가고 있다. 이 과정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만큼 미묘하게 진행되어 흔적조차 잘 남지 않지만 어쨌든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내가 반대편 기슭에 서 있을 때는 이쪽 기슭에 서 있던 노인들과 약간의 차이를 느꼈지만,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가 급진적으로 개혁과 선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하루가 수십 년은 되는 듯하다. 내가 이쪽 기슭으로 옮겨오자마자 반대편에 서 있는 젊은이들의 세계에서도 전기한 세계 변화의 조류에 따라 “신인류의 분위기”가 풍기며, 그들의 행동과, 남녀간의 이성 관계 애정표현 방법도 대담하고 놀랄 만큼 변화를 이루어 우리의 얼굴이 뜨거워짐을 수 없이 느끼게 한다. 세계 어느 곳이나 어느 시대에나 세대 차이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는 그 차이가 더욱 심해진 듯하다. 젊은이와 노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단순한 골짜기가 아니라 거센 파도가 넘실대고 결코 쉽게 건널 수 없는 드넓은 강인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세대차이” 자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적극 지지하고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세대차이가 없고, 젊은이와 노인이 생각하는 것이 똑같다면 인간이 진보할 수 있겠는가?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찌 발전할 수 있겠는가?
인간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세계의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세대차이”는 피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세대차이”는 변화를 상징하고, 진보를 나타내며, 인류의 전진을 의미한다. 개개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대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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