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오온 길 (주)선도소프트 윤재준 사장 회고록(37회)
사채 자금
87년에 회사가 설립 되었지만 정부가 해결해 주어야 할 기본 지도 제작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GIS 시장은 쉽게 활성화 되지 않았다. 따라서 회사는 점점 더 자금에 시달리고 나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느라 밤낮 24시간 고민을 해야 했다. 머리를 아무리 짜보아야 회사나 대표이사의 신용 (회사의 신용은 곧 대표이사의 신용으로 연결됨) 이 낮아 비싼 사채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사채는 제일 싼 이자가 2.5부이고 월 3부 이자 사채도 얻어 쓰기 힘들었다. 서초동에 사무실이 있는 홍회장은 5부 이자를 받았다. 이것도 죄를 지은 사람처럼 가서 사정사정해서 얻어 쓰곤 했다. 월 5부 이자는 보통 은행이자의 10배에 달한 이율이다. 이러한 높은 이자의 사채도 여의치 않을 때는 명동에 있는 ‘딸러 이자 자금을 썼다. ‘딸러’ 라는 용어가 어디로부터 유래 되었는지 모르지만 이자가 월 3할이었다. 그렇지만 명동 ‘딸러’ 이자는 하루 이틀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이자다. 명동에는 이렇게 ‘딸러’ 이자 사채놀이 업자가 즐비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회사 부도를 막아 주는 유용한 자금원이었다.
나와 거래했던 명동 ‘딸러’ 아주머니는 ‘딸러’ 사채놀이를 해서 딸 셋을 전부 이화여대 미술대학을 졸업시키고 외국 유학도 보냈다. 그 분은 자기 고객은 전부 부도가 났으며 선도소프트 윤 사장만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고 했다. 이렇게 ‘딸러’ 사채를 빌려간 사람이 자금에 몰리면 납입된 이자를 계산해서 어느 시점에는 부도가 나더라도 대출을 해주지 말아야 했으나 이 아주머니는 이러한 관리가 서툴렀다. 그래서 ‘딸러’ 사채 아주머니도 부도에 몰리게 되었다. 어느 날 나에게 찾아와 우리 회사 어음을 빌려달라고 했다. 위험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부도 위기에 몰릴 때 자주 ‘딸러’ 이자 자금을 빌려주었던 은혜(?)를 생각해서 거절하지 못하고 빌려 주었다. 아주머니에게 빌려 주었던 일천팔백만 원은 회수를 못하고 원금과 이자 모두 내가 지불해야 했다. 90년대 초 제일 사채가 많았던 때는 사채 잔고가 6억 원을 초과했다.
l 강낙원 행장을 만나다
대표이사인 나는 자금을 구하느라 동문서주 할 때 회사 경리 직원은 은행에 매달리며 읍소했다. 하루는 경리 직원인 이연희 (현재 비서실장) 가 은행 결제 마감에 올렸지만 내일 아침까지 부도 처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울면서 사정해서 은행에서 갸륵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부도 처리를 하지 않고 결제를 연기해 줬다. 이렇게 은행에서는 우리 회사 신용으로는 전혀 대출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낙원 지점장이 미국에서 돌아와 신사동에 지점을 냈는데 만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강 지점장은 광주고 1년 후배다. 고등학교 시절 농촌부흥운동을 한답시고 광고 9회 친구들뿐 아니라 광고 10회 후배들에게도 모임 결성을 권장했다. 그리고 같이 몇 번 모임을 가진바 있다. 강 지점장은 그 모임에 참여했던 후배였다. 그 때가 1959년 이였으므로 실로 30여 년 만의 일이었다. 강 지점장은 서울 상대를 졸업하고 제일은행에 입사했다가 New York 지점장을 마치고 바로 귀국했다. 나는 나대로 내 길을 열심히 살아왔으므로 고등학교 졸업 후 거의 만나지 못하고 이 때 대면이 처음인 듯싶었다. 그렇지만 만나자 서로 30년 지기 이상으로 친근감을 느꼈다.
이렇게 해서 어려웠던 은행 거래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우선 은행 거래 업무를 제일은행 신사동 지점으로 전부 옮겼다. 강 지점장은 회사 신용도를 자세히 검토하지 않았다. 형님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것이지 회사를 보고 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만 지점의 과장과 차장의 입장은 달랐다. 늘 상 과장과 차장 선에서 거절을 당했다. 그러면 다시 지점장에게 이야기해서 해결하곤 했다. 세상 문제들이 그렇게 순조롭지 만은 않은 듯 했다. 강 지점장이 1년이 멀다 하고 승진해서 더 큰 지점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신사동 지점에서 여의도 LG 쌍둥이 빌딩 지점으로 여기서 다시 을지로 4가 세운 상가 지점으로 또 다시 종로 지점으로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여러 번 옮겨갔다. 나는 지점장이 옮긴다고 그 다음날 바로 따라 옮길 수는 없었다. 회사 대출 업무는 급하지만 1~2개월 뜸을 들이다가 따라갔다. 강 지점장이 맡아 했던 4 지점을 그대로 쫓아갔다. 그 당시론 그 외 다른 길이 없었다. 강 지점장을 쫓아다니는 것도 강 지점장이 부장으로 승진해서 본점으로 발령을 받은 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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