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길목에서
제목: 저무는 기축년의 문턱에서 경인년을 맞으며
조만종(강진경찰서 경비작전계장)
높은 산을 오를 때는 나 자신을 잘 몰랐다. 그저 오르는 길을 바라보며 정상에 올라 들여 마실 상쾌한 공기와 신선한 바람만을 생각했다. 산꼭대기에서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가슴이 확 트이는 순간의 나를 맛보았다면, 산을 내려와 다시 산꼭대기를 바라볼 때는 퍽도 높은 산을 또한번 넘었었구나 하는 만족감을 맛보았다. 이처럼 높은 산을 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일이 한 해 한 해를 넘기는 일과 다르지는 않을듯하다. 산을 오를 때처럼 한 생각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저기 어느 하늘 끝에서는 벌써 새해의 꽃노을이 피어오르고 있는 상상을 해본다. 내게 주어진 무겁고 힘들었던 일들을 저무는 기축년에 묻어버리고 경인년 새해의 꽃노을에 소망을 깊이 뿌리 내리고 싶은 욕심이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부딪혀 보고 싶은 희망은 아직 젊은 소년 못지않아서 새해를 맞는 기쁨이 있는 것일까. 산을 오를 때처럼 한 생각으로 가다보면 원하는 지점에 오르게 되고 다시 내려와 그곳을 바라보면 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반복. 또 한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
자연에 자생하는 녹차나무와 매실나무는 아무리 잘라내도 다시 자랄 정도로 강하다. 땅속으로도 땅위의 몸체보다 3~4배정도 깊이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들이 있었을 것이다. 깊게 뿌리 내린 만큼 땅속의 좋은 기운들을 모으는 것일까. 매실차와 녹차는 우리 몸과 마음을 맑아지게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자신의 심지가 깊고 자신에 대한 잣대가 엄할수록 어려움이나 시련 앞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떠한 상황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신념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신념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조그마한 어려움에도 흔들리고 약한 모습을 금방 드러내고 말기 때문이다. 산을 오를 때는 그저 오르는 일만 생각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는 우리가 살고 있는 구석구석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며, 내려와서는 또 다시 오를 산을 생각하는 것.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할 때 내 마음의 심지는 깊이 뿌리 내릴 것이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세파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견고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견고해진 뿌리를 갖게 되면 저절로 좋은 결실이 맺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안에서 그윽한 향기와 맛을 갖게 되고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도 맑게 해주는 매실나무와 녹차나무의 뿌리처럼 새해 경인년에는 뿌리를 깊이 내려 보고자 마음 먹어본다. 서로가 주위를 돌아보고 배려와 베푸는 미덕으로 아름다운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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