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고령화시대(84회)
군동면 봉산마을 김상칠(81)
나무지게 짊어진 채로 풍덩 강물에 빠진 적이 한 두 번이었다요?
우리 봉산마을은 뒷산이 깊질 않아서 한평생 나무를 하되 강 건너 산으로 댕길 수밖에 없었소. 옛날에사 워디 나무 안하고 산 사람은 없었을 것이요만, 우리 마을은 가까운 뒷산에서 나무를 하질 못하고 저 너른 강을 건너댕겼으니 오죽 힘들었것소.
젊은 양반도 생각해 보씨요. 마을에서 출발해 사송 앞까지 걸어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양산마을 뒷산을 걸어갔으니 얼마나 먼 거리요. 자그마치 30리 길이었으니 나무 한 짐 하려고 60리길을 걸어댕겼다 그 말이요. 당연히 도시락을 싸갖고 갔지라우. 아침밥 묵고 집을 나서면 해질 무렵에 당도를 하니께요.
그런데 나만 나무하러 댕겼던 것은 아니고, 대략 50여 명은 줄지어 댕겼소. 누구나 산이 없으니 나무를 해야만 밥도 해묵고 구들장도 따뜻하게 해야되닌께 안 하고 배길 수가 있것소. 지게에다 싹싹 간 낫을 두 자루 내지 세 자루를 턱 걸치고 댕겼는디, 일제시대에는 짚신을 신고 댕겼지라.
나무는 별아 별 나무를 다 했지라우. 봄에는 등걸나무, 여름에는 푸나무, 가을에는 가지나무를 했소. 등걸나무라는 게 뭐냐 하면 나무뿌리를 캐는 일인디 특히 철쭉 뿌리를 캐서 나무를 했소. 바지게는 무거우니까, 더군다나 그 무거운 바지게까지 짊어지고 산엘 갈 수가 없으니까 바지게를 떼어놓고 맨 지게를 지고 가서 등걸나무를 하면, 그것을 삼단 사단으로 묶어 나뭇짐을 맹글었소. 여름에는 푸나무를 했는디, 길게 자란 풀을 낫으로 베서 말려 놓는디 그것을 짊어지고 오는 일이요. 푸나무를 베서 말려놓고 말려놓은 푸나무를 갖고 오는 일을 반복하면서 여름을 보냈소. 가을에는 소나무며 여러 나뭇가지를 잘라 나무를 해 온 일이요. 가을이라 나뭇가지가 그만큼 가볍고 불을 때면 불땀이 좋기도 하지만 젤 나무하기가 쉬운 게 가지나무요.
그란디 그 먼데까지 가서 나무하는 시간은 딱 한 시간 밖에 안 걸리요. 금방 나무는 한 짐 채우는디 문제는 짊어지고 다시 30리길을 되돌아오는 일이어서 얼마나 힘들었것소. 여러 번 쉬어가며 나뭇짐을 짊어지고 마을 앞에 올 때면 온 몸의 맥이 다 풀리고 다리조차 후둘후둘 떨렸소. 나무를 해오다 비라도 맞으면 어떻게 되것소. 글안해도 무거운 나뭇짐이 두 배로 무거워지니 참말로 기가 막혔지라.
더군다나 나룻배를 타고 탐진강을 건널려면 사송마을 앞으로 삥 돌아야만 되니까 어쩔 때는 봇둑을 타고 오다가 힘에 부쳐 돌에서 미끌어지기라도 할라치면 나무짐을 진 채로 강물에 풍덩 빠져버리요. 으짤 것이요, 나무고 지게고 강물이 삼켜버리는 것을. 아무리 징검다리격을 하는 돌을 잘 딛고자 해도 힘에 부치고 뻗치고 그란께 제대로 발이 떼어지질 않고, 어쩔 때는 물이 불기도 해 징검다리돌이 어른어른 하니까 순식간에 헛발을 딛게 된 것이요.
죽고살러 나뭇짐을 짊어지고 왔다가 강물에 떠내려 보내고 나면 말할 수 없이 허망하지라.
물이 불어서 징검다리가 보이지 않으면 아예 깨댕이를 벗고 강을 건넜소. 아랫도리를 물에 안 적실라고 그랬지라. 또 바짓가랑이가 물에 푹 젖으면 무거운 나뭇짐을 짊어지고 강을 건너기가 힘드니까 깨댕이를 벗고 건넌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지라.
나는 그러코롬 한평생을 나무함시로 살아왔소. 일제 때부터 80년대 경지정리 할 때까지 나무를 했응께 그런 나무를 그만 둔 지도 실상 얼마 안 되는 것 같소.
선녀는 본 적이 없냐구라우? 무슨 놈의 선녀는 선녀것소? 노루나 산토끼나 꿩을 많이 봤제만 뱀도 많이 봤지라.
은어 남생이 많이 묵었냐구라우? 말 마씨오. 그 때는 봇둑 위로 은어가 튀고 올라온께 은어가 구들구들 했지라우. 막대기나 회초리로 때려잡아서 묵었는디 원도 없이 은어는 묵고 살았소. 암, 그 때가 그립지라우. 그 때는 참게도 많이 잡혔응께 다른 마을사람보다 해물은 많이 묵고 살았지라.
꼬박꼬박 세 끼니를 찾아서 묵소. 원래 술 담배는 안하고 살았소. 지금도 농사를 짓고 살지라. 장개요? 스물 두 살 때 스물 한 살 묵은 건너마을 양산 처녀한테 가가지고 3남 2녀를 두었소,
이현숙 기자
다음기사 : 
